카드사 연체율 ‘1%’에도 업계는 ‘빨간불’…부실리스크 시한폭탄 째깍째깍
상환 유예 조치에 착시효과…“안심할 수 없다”
금융/증권 > 금융 | 2020-10-29 07:00:05

국내 카드사들의 연체율이 역대 최저치를 향하고 있지만 업계에서는 오히려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상환 유예된 금액은 제외됐기 때문에 유예 기간이 끝나면 연체율이 갑자기 상승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9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최근 3분기 실적을 발표한 신한·KB국민·삼성·우리·하나 등 5개 전업 카드사의 지난 9월 말 기준 연체율(1개월 이상 연체채권 기준)은 평균 1.06%로 집계됐다.
아직 일부 카드사의 실적이 발표되지 않았지만 지난 6월 말 8개 전업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현대·우리·하나·롯데·비씨)의 연체율과 비교하면 0.32%포인트 떨어진 수치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0년 상반기 신용카드사 영업실적(잠정)’에 따르면 국내 8개 전업 카드사의 지난 6월 말 연체율은 1.38%였다.
카드사별 연체율은 KB국민카드와 우리카드가 1% 아래인 0.99%로 가장 낮았다. 삼성카드도 1.0%로 비슷한 수치를 기록했다. 하나카드는 1.65%에서 0.56%포인트 개선된 1.09%였고 신한카드는 1.24%로 1년 전(1.4%)보다 0.16%포인트 떨어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연체율 악화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오히려 개선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건전성 개선은 정부의 대출만기 연장과 이자상환유예 조치에 따른 일시적인 효과가 크기 때문에 업계는 마냥 웃을 수 없는 처지다.
올해 들어 생활자금이나 운영자금 마련이 급한 이들을 중심으로 장기카드대출(카드론)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도 부실리스크에 부실 리스크 우려를 키우고 있다. 카드론은 시중 은행보다 고금리지만 비교적 쉽게 돈을 빌릴 수 있기 때문에 저신용자들이 찾는 경우가 많다.
지난 9월 국내 7개 전업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현대·우리·하나·롯데)의 카드론 이용액은 4조1544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4.3%(1조620억 원) 급증했다.
실제로 카드론 이용자 중 여러 대출기관에서 돈을 빌린 경우가 절반 이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민주당 전재수 의원이 금감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체 카드론 이용자 260만3541명 중 56.1%에 해당하는 146만27명이 3개 이상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은 다중 채무자였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각 카드사가 건전성 관리에 주의를 기울인 영향도 있지만 상환 유예로 수치적으로 개선된 것으로 보이는 착시 효과도 있다”며 “지원이 끝나는 내년 상반기에 연체율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부담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유진 기자 / yuji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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