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건설, 몸집 또 줄였지만 매각 여전히 '불투명'
물적분할 및 자산매각 등 잠재 리스크 최소화…업황 부진, 장기화 가능성도
500대기업 > 건설 | 2020-11-23 07:00:07
두산건설(대표 김진호)이 대우산업개발과 매각 협상이 결렬된 이후 올 들어 두 번째 물적분할을 단행했다.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에 보유자산 일부를 매각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새 주인을 찾기 위해 잠재적 리스크를 줄이는 등 재정비에 나서는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건설업황이 부진한 데다 회사의 경영지표가 여전히 불안하다는 점이 매각에 걸림돌로 작용한다.

23일 건설 및 투자은행(IB)업계 등에 따르면 두산건설은 이달 초 자회사인 밸류웍스와 두산중공업 베트남 하이퐁 법인 투자사업부문을 인적분할해 두산메카텍에 흡수합병을 결정했다.
밸류웍스는 2017년 두산건설 창원1공장을 분할해 설립한 회사로 두산건설이 60.9%, 두산메카텍이 39.1%의 지분을 각각 들고 있다. 분할합병기일은 내달 4일이다.
두산건설 관계자는 "이번 사업부 분할합병은 전문성을 높이고 경영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며 "실질적인 경영권 변동이나 재무, 영업 등에 크게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두산건설이 물적분할을 단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 이 회사는 매각에 속도를 높이기 위해 안고 있던 악성 미분양 등 부실자산을 신설법인 밸류그로스로 한 차례 넘겼다.
이후 대우산업개발에 배타적 협상권을 부여하고 매각 절차를 밟았으나 가격 눈높이를 맞추지 못해 주식매매계약(SPA) 체결을 앞두고 최종 결렬됐다. 협상 과정에서 두산건설의 기업가치를 뛰어넘는 4000억 원 규모의 연대보증 이슈가 불거지면서 대우산업개발이 인수대금을 크게 낮췄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협상이 막판에 무산된 만큼 이번 물적분할 또한 새로운 원매자를 찾기 위한 복안으로 판단한다. 잠재적 리스크 해소를 위해 두산건설 보유자산 일부를 캠코에 매각하는 방안도 함께 거론되고 있다.
앞서 두산그룹은 두산타워 매각에 캠코의 '기업자산 매각지원 프로그램' 1호 기업으로 선정돼 1500억 원을 지원받은 바 있다. 최근에는 프로야구 두산베어스 2군 훈련장으로 쓰이던 베어스파크 운영권을 이 프로그램의 '자산매입 후 임대(Sale & Leasebac)' 방식으로 캠코에 넘기고 290억 원의 자금을 조달했다.
이는 기업이 유동성 확보와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보유자산을 효과적으로 매각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캠코는 현재 2차 신청·접수를 받는 중이다.
다만 부실자산을 털어내더라도 두산건설 매각 작업은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고 브랜드 가치도 많이 떨어져서다. 건설업황이 불안정한 데다 코로나19 사태까지 겹치면서 먼저 매물로 나온 대우건설도 새로운 주인을 찾지 못하고 기업가치 제고에 집중하는 실정이다.
올들어 3분기까지 두산건설의 매출액은 1조3633억 원으로 지난해 동기에 비해 12.0% 증가했다. 다만 영업이익은 238억 원으로 같은 기간 50.2% 줄었고 순손익 적자폭은 더 확대됐다. 주택브랜드 '위브'의 브랜드 인지도도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한국기업평판연구소가 24개 국내 아파트 브랜드에 대한 11월 브랜드 평판을 조사한 결과, 위브는 20위에 이름을 올렸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건설업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에서 두산건설의 매물적 가치를 인정받을 자산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며 "이번 분할을 통해 대우산업개발의 발목을 잡았던 연대보증 문제 등을 비롯해 두산그룹이 어느 정도 부채를 넘겨받을 것인지가 매각 작업의 속도를 높이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한편, 두산은 올 초 두산중공업으로부터 불거진 유동성 위기로 3조 원 이상의 자구안 마련을 약속했다. 클럽모우CC를 시작으로 네오플럭스, 두산솔루스, 두산모트롤BG사업부, 두산타워 등 자산을 매각해 현재까지 2조2096억 원을 마련한 상태다.
자구안 이행 분수령이 될 것으로 예상되는 두산인프라코어 본입찰은 24일 예정돼 있다. 두산건설을 비롯해 잠재매물로 떠오르는 두산메카텍, 산업차량BG, 라데나GC 등 매각이 순항할 경우 자구안 이행 및 경영정상화 작업은 내년 초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CEO스코어데일리 / 배수람 기자 / bae@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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