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전기요금 동결시 2년 후엔 벌어서 이자도 못 낸다
재무계획서 2022년 유가 반등 에측…요금 반영 안 되면 실적 악화
정책/공기업 > 공기업 | 2020-11-25 07:00:03

전기요금이 현 수준으로 동결될 경우 한전은 2년 내에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내는 ‘좀비기업’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제조원가가 전기요금에 반영되지 않는 상황에서 유가가 반등할 경우 벌어서 빚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진다는 분석이다.
25일 한전이 수립한 자체 재무계획에 따르면 한전의 연도별 예상 이자보상배율은 올해 2.0, 내년 3.6, 2022년 0.2, 2023년 –2.0, 2024년 –3.4로 전망됐다.
이자보상배율은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숫자가 높을수록 이자비용 상환 능력이 좋다는 의미다. 배율이 1 미만이면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감당할 수 없는 상황에 빠진다. 배율이 1 밑으로 떨어지는 2022년부터 한전이 사실상 좀비기업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한전이 예측한 연도별 영업손익을 보면 올해 1조5705억 원, 내년 2조6563억 원, 2022년 1343억 원으로 영업이익을 이어가다 2023년 –1조4589억 원, 2024년 –2조5853억 원으로 2023년 이후 적자로 전환된다. 반면 이자비용은 올해 7951억 원, 2024년 7640억 원으로 큰 차이가 없다. 같은 기간 부채는 61조3685억 원에서 76조8681억 원으로 약 15조5000억 원 급증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한전의 이 같은 재무계획의 전제는 2024년까지 전기요금 동결이다. 유가가 올라도 전기요금을 올리지 못하고 동결하면 전기판매가 전체 매출의 약 70%를 차지하는 한전의 실적은 악화될 수밖에 없다.
실제로 재무계획에서 한전은 코로나19로 인한 유가 급락으로 내년까지는 영업이익이 증가하지만, 2022년부터는 유가가 올라 영업이익이 감소세로 돌아서고 2023년부터는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전망했다. 배럴당 37달러(한전 재무계획 기준)인 올해 유가는 2024년에는 이보다 64.9% 증가한 61달러까지 급등할 것으로 예상했다. 유가 상승이 실적 하락의 직격탄이 될 것이란 얘기다.
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RPS) 이행 비용 등 환경비용 증가도 실적에는 악영향을 줄 것으로 내다봤다. 한전의 RPS와 탄소배출권 구입비용은 올해 2조9000억 원에서 2024년 5조7000억 원으로 2배 급증할 전망이다. 한전의 6개 발전자회사는 RPS 제도에 따라 총 발전량의 일정 비율을 신재생에너지로 공급하고, 부족량은 소규모 사업자로부터 구매해야 하는데 이때 발전자회사가 지출한 비용을 한전이 보전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RPS 제도로 인한 한전 부담도 매년 늘고 있다. 2012년 전체 공급량의 2%에 불과했던 신재생에너지 의무공급 비율이 2024년에는 10%까지 확대되기 때문이다. 한전 관계자는 “회사 특성 상 경영 지표가 국제 유가 변동에 민감한 부분이 있는 건 맞다”며 “원가 기반의 전기요금체계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영준 기자 / yjyo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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