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내 가족을 위한 합리적 선택"... 혼다 '뉴 CR-V 터보'
화려함 대신 기본에 충실... 클래식한 실내는 아쉽다
500대기업 > 자동차 | 2020-11-28 07:00:01
허니버터아몬드가 문뜩 떠올랐다. 처음에는 일반 아몬드처럼 텁텁한데 씹을수록 달달함이 입 안을 채운다. 그 맛이 자극적이지 않고 잔잔하다. 혼다 CR-V가 딱 그렇다. 처음 이 차와 마주하면 투박한 외모에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 짐을 트렁크에 한껏 채우고 가족들과 도로 위를 달리기 시작하면 나름의 매력이 샘솟기 시작한다.
2017년 5세대로 출시된 혼다의 CR-V가 터보 엔진을 달고 3년 만에 다시 돌아왔다. 일본제품 불매운동이라는 그늘에 가려졌지만 이 차를 기다려온 사람은 생각보다 많았다. 잔고장 없기로 유명한 혼다의 제품이기 때문이다. 최근 2008년식 CR-V 4WD 모델로 51만km 이상을 달린 차주의 이야기가 소개되기도 했다. 사실 이 차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한축인 미국에서 베스트셀링 모델로 대접받는 귀한 몸이다.
얼마 전 새로워진 혼다 CR-V 터보 투어링 모델을 만났다. 서울에서 경기도 양평 일대를 돌며 이 차의 매력을 하나씩 뜯어봤다.
5세대 부분변경 모델이다. 혼다 CR-V 터보는 와이드한 디자인의 프론트 범퍼, 블랙 프론트 그릴을 통해 강인하면서도 세련된 느낌을 발산한다. 범퍼 하단에는 새롭게 LED 안개등이 채택됐다. 측면에서 바라보면 볼륨감 있는 휀더와 19인치 알로이 휠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후면부는 와이드한 디자인의 리어 범퍼, 실버 로어 가니쉬 등이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다. 여기에 사각의 듀얼 이그져스트 파이프 피니셔가 스포티함을 더한다.
실내는 클래식하다. 1990년대 아버지의 차를 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투박함을 해소하기 위해 곳곳에 우드 프린팅을 넣었다. 물론 실제 나무는 아니다. 시트 포지션은 높은 편이다. 운전석에 앉으면 몸이 붕 떠있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다.
화려함보다 실용성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보인다. CR-V 터보에는 노멀, 수납, 대용량 등 3가지 모드로 변신이 가능한 콘솔이 탑재된다. 상황에 따라 적절한 수납이 가능하게 한다. 중앙 디스플레이는 7인치다. 최근 나오는 신차들과 비교하면 다소 작게 느껴지지만 시인성이 나쁜 편은 아니다.
운전대(스티어링 휠)는 꽤 큰 편이지만 조작감이 나쁘지 않다. 개인적으로 아쉬운 부분은 기어 노브다. 7인치 중앙 디스플레이 바로 아래 위치해 조작이 불편하다. 크기도 큰 편이고 조작감도 딱딱해 주행 내내 신경이 쓰였다.
약간의 아쉬움을 안고 2열로 자리를 옮겼다. 이 차는 확실히 가족을 위한 차인 것 같다. 2열 도어의 경우 일반적인 차량보다 훨씬 더 큰 각도로 열린다. 거의 차와 문이 직각을 이룬다. 아이를 카시트에 앉힐 때 이동 공간이 넓게 확보돼 편하다. 2열에 짐을 싣는 경우에도 편리할 것으로 생각된다.
혼다 CR-V 터보의 크기는 길이 4630mm, 너비 1855mm, 높이 1680mm, 휠베이스 2660mm다. 국내 대표 준중형SUV인 기아차 스포티지의 휠베이스(2670mm)와 비교하면 10mm 차이다. 요즘 인기인 차박도 충분히 가능하다.
특히 2열 시트를 접으면 2146L의 공간이 생긴다. 혼다는 패밀리카 성향이 짙은 이 차의 안전에도 많은 신경을 쓴 것 같다. 모든 트림에 차세대 운전자 주행보조 시스템인 혼다 센싱을 탑재한 것이 그 이유다. 차선 유지보조나 전방 차량의 뒤를 따라 가는 CR-V의 움직임은 의외로 괜찮다.
성능은 무난하다. 최고출력 193마력, 최대토크 24.8kg.m의 힘을 내는 1.5L 4기통 터보 엔진과 무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린다. 즉각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아니지만 답답하거나 불쾌함을 느낄 정도가 아니다. 스포츠 모드를 활용하면 조금 더 빠릿한 움직임을 가져가지만 모드 변경을 위해 기어 노브를 조작해야 한다는 점은 아쉽다. 주행 시 소음이나 노면에서부터 올라오는 진동은 완전히 없다고 할 수 없다. 다만 그 강도가 심한 편은 아니다.
한가지 특이한 점은 우측에 카메라가 달렸다는 점이다. 이를 통해 주행 시 도로 상황을 모니터링 할 수 있다. 평행주차 시에도 용이할 것으로 보인다.
혼다 CR-V 터보는 화려하지 않지만 자기만의 매력을 확실히 갖췄다. 넉넉한 실내 및 적재공간과 2열 도어 각도, 3가지 모드로 변신 가능한 콘솔 등을 통해 세심함을 엿볼 수도 있다. 3000만~4000만 원대 합리적인 가격까지 더해지니 충분히 구매 가치가 있는 차로 생각된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완 기자 / lee88@ceoscore.co.kr]
Copyright @CEO LAB.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