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결산/생명보험] 코로나19 반사효과에도 불안…제로금리 후폭풍 우려 여전
초저금리 기조와 코로나19 여파에 수익방어책 마련 분주했던 한해
하반기 실적방어했지만 운용자산이익률·역마진 부담리스크 안심 못해
금융/증권 > 금융 | 2020-12-17 07:00:05

2020년은 국내 생명보험업계에도 힘든 한 해였다. 각 생보사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사태와 초저금리 기조로 인한 수익성 타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올 한해 부단히 몸부림쳐야 했다. 가계경제 악화에 보험 중도·강제해지 건수가 늘어난 데다 비대면 영업이 한계에 직면하면서 설계사를 통한 보험판매가 어려워지는 등 걸림돌도 많았다.
생보사들이 기존 고금리 저축성보험에서 보장성 보험시장에 적극 뛰어드는 방식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변경한 결과 하반기 전반적으로 실적은 선방하고 있다. 하지만 운용자산이익률 하락과 이차역마진 등 재무부담이 여전해 생존을 위한 각 보험사의 ‘새 판 짜기’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초저금리 기조에 운용자산이익률·역마진 부담…공시이율 하락세도 지속
올해 생보사들을 가장 힘겹게 만든 것은 단연 초저금리 기조였다. 한국은행은 지난 3월과 5월 각각 0.5%포인트, 0.25%포인트 기준금리를 내렸으며 현재까지 연 0.50%로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있다.
사실상 제로금리 시대가 도래하면서 생보업계는 운용자산이익률 하락과 과거에 판매한 고금리 저축성 보험상품의 이차역마진 우려에 몸살을 앓아야 했다. 통상 소비자로부터 지급받은 보험료를 안전자산인 국·공채 등에 투자해 수익을 얻지만 금리가 하락하면 당연히 채권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보험사 수익률도 악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국내 생보업계 운용자산이익률은 △2015년 4.02% △2016년 3.90% △2017년 3.55% △2018년 3.61% △2019년 3.46% 등으로 집계됐다. 2016년 4%대가 무너진 이후에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으며, 올해 역시 1분기 3.64%에서 2분기 3.47%, 3분기 3.30%로 9개월 새 0.34%포인트 더 떨어졌다.
저금리 기조에 운용자산이익률이 감소세가 이어지면서 금융사의 손실 폭인 이차역마진에 대한 우려는 여전하다. 보험사는 계약자가 납입한 보험료 중에서 이자율을 반영한 일정 부분을 장래 보험금이나 환급금 등을 지급하기 위해 회사의 부채로 적립하는데, 이때 반영되는 이자율이 자산을 운용해 얻은 수익률보다 높으면 이차역마진이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본다.
이에 따라 개별 생보사들은 손해를 줄이기 위해 시중금리와 연동되는 공시이율을 계속해서 하향조정을 해나가는 모습이다. 생보사 빅3 중 삼성생명은 이달 연금과 저축성보험의 공시이율을 2.27%로 하향 조정했다. 보장성보험의 경우 전달과 같은 2.00%를 유지했다.
한화생명은 연금과 저축성보험의 공시이율을 2.27%와 2.22%로 전달 대비 0.03%포인트, 0.04%포인트 내렸다. 특히 지난 7월부터 2.25%로 상향했던 보장성보험의 공시이율을 이달에는 다시 연초 수준인 2.20%로 내리기로 했다. 교보생명은 보장성과 연금, 저축성보험의 이달 공시이율을 2.25%, 2.27%, 2.25%로 결정했다. 이는 연금과 저축성보험의 공시이율이 한 달 전보다 0.03포인트씩 낮아진 수준이다.

◇보장성 보험판매로 하반기 실적은 선방…증시활황 효과도 보탬
생보사들이 기존 고금리 저축성보험에서 보장성 보험으로 포트폴리오를 적극 변경하면서 상반기에 비해 하반기 실적 자체는 대부분 개선된 모습이다.
오는 2023년 도입될 새 회계제도(IFRS17)도 이 움직임에 힘을 싣고 있다. IFRS17은 기존에 원가로 평가하던 보험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게 골자다. 보험부채란 고객에게 보험금을 지급하기 위해 보험사가 쌓는 준비금이다. IFRS17을 도입할 경우 과거 상품판매 시점보다 현재처럼 금리가 낮을 경우 회사의 보험부채가 크게 늘어나게 돼 저축성보험을 줄일 필요성이 커졌다.
특히 업계 1위 삼성생명은 올해 순이익 ‘1조 클럽’ 복귀가 확실시됐다. 삼성생명의 올 3분기 연결기준 지배기업 소유주지분 순이익은 316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44% 증가했다. 1~3분기 누적 기준으로는 전년 대비 1.9% 증가한 9951억원을 기록한 것으로 집계됐다.
더불어 증시 활황 효과도 실적 방어에 보탬이 됐다. 주식시장이 좋아지면 변액보증 준비금 적립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지난해의 경우 증시 급락으로 변액보증 준비금이 늘어 생보사들이 고전을 면치 못했다.

◇수익성 관리 위해 자사형 GA 경쟁력 강화 움직임 ‘눈길’
생보사들은 어려운 금융환경 속 수익성을 지키기 위한 방안으로 ‘자회사형 보험대리점(GA)’ 설립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자회사형 GA를 설립하는 이유는 보험상품의 제조와 판매를 분리하는 ‘제판분리’ 체계에서 다른 GA업체에 전속 설계사와 판매 주도권을 뺏기지 않기 위해서다.
일반적으로 GA는 한 보험사에 종속되지 않고 여러 금융회사와의 제휴를 통해 다양한 금융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전속 설계사는 소속회사의 보험상품만 팔아야 하지만 GA에서는 다양한 회사의 상품 판매가 가능해 실적을 올리기 상대적으로 유리한 데다 수수료와 수당도 더 많아 인력 이탈이 잦았다.
이에 신한생명은 자회사형 GA ‘신한금융플러스’의 출범을 알린 데 이어 GA업계 5위 리더금융판매의 영업조직 일부를 인수하고 영업력 강화에 나섰다. 앞서 미래에셋생명도 전속설계사 3300여명을 자회사형 GA인 ‘미래에셋금융서비스’로 이동해 제조와 판매를 분리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한화생명은 지난 15일 자사형 GA 2곳을 전격 통합하면서 영업조직 분사를 가속화하고 있다. 존속법인은 한화라이프에셋이며, 합병 후 한화금융에셋은 소멸된다.
◇국내 보험업 불황에 금융지주사 인수합병 사례까지
저금리·저성장·저출산 등 3고에 보험업 불황이 이어지면서 올해 보험사가 인수합병(M&A) 매물로 나오기도 했다.
외국계 생보사 푸르덴셜생명의 경우, 지난 4월 KB금융지주가 미국 푸르덴셜인터내셔널인슈어런스홀딩스가 보유한 회사 지분 100%를 약 2조3000억원에 인수하면서 국내 금융지주사 계열로 편입됐다.
푸르덴셜생명은 지난해 말 기준 자산 21조846억원으로 업계 11위 업체다. 재무건전성 지표인 보험금 지급여력(RBC)비율은 425%로 업계 내 가장 높다. 푸르덴셜생명은 지난해 1408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거두면서 안정적 이익 창출력까지 갖춘 중견 생보사로 평가받는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재아 기자 / leejaea55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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