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그래 이래야 쌍용이지"...블랙 슈트 입고 돌아온 '올 뉴 렉스턴'
럭셔리 버리고 젋어진 준대형SUV
넉넉한 공간, 안전에 대한 배려 충분
G4렉스턴보다 확실히 개선된 소음 및 진동 유입
500대기업 > 자동차 | 2021-01-09 07:00:01
한때 스포츠유틸리티차(SUV) 명가로 불리던 쌍용자동차. 최근 몇 년간은 아기자기한 소형SUV 티볼리의 성공에 심취해 거친 느낌의 옛 분위기를 잃어버린 모습이었다. 하지만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2017년 프리미엄 SUV를 지향하던 G4렉스턴이 3년여 만에 젊은 느낌의 올 뉴 렉스턴으로 돌아왔다.
얼마 전 쌍용차의 올 뉴 렉스턴과 만났다. 시승차는 쌍용차가 지난해 말 출시한 올 뉴 렉스턴의 스페셜 트림인 '더 블랙'이다. 판매가격은 4975만원으로 기아차의 동급SUV 모하비 더 마스터(4702만~5689만원)보다 저렴하다.
파워트레인은 2.2 디젤뿐이다. 준대형SUV 이상급 시장을 꽉 잡고 있는 팰리세이드의 경우 3.8 가솔린 모델이 존재한다. 가솔린 부재는 아쉽다.
올 뉴 렉스턴의 크기는 길이 4850mm, 너비 1960mm, 높이 1825mm, 휠베이스 2865mm다. 길이 4980mm, 너비 1975mm, 높이 1750mm, 휠베이스 2900mm의 팰리세이드와 비교하면 높이 부분에서만 우위를 점한다. 직접적인 경쟁 모델인 모하비 더 마스터(길이 4930mm, 너비 1920mm, 높이 1790mm, 휠베이스 2895mm)와 비교해도 휠베이스 등에서 수치상 약세다.
외관은 기존보다 확실히 젊어진 모습이다. 럭셔리함을 추구했던 G4렉스턴 때와는 다르다. 40대 젊은 층을 겨냥한 듯하다. 윙 로고를 버리고 쌍용의 원형 로고를 넣은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여느 외제차 못지 않은 웅장함이 느껴진다. 첫 인상을 결정하는 전면부 다이아몬드 패턴의 검정 그릴이 예사롭지 않다. 넓게 퍼져 전면부를 감싼다. 기존보다 날렵해진 듀얼 프로젝션 타입의 LED 헤드램프와 맞물려 SUV 특유의 강인함을 쏟아낸다.
측면은 전후방 램프에서부터 안쪽으로 떨어지는 곡선과 1열 도어 부분을 날카롭게 긁고 가는 듯한 캐릭터 라인으로 한껏 멋을 부렸다. 더 블랙 전용 휠 아치, 20인치 블랙 휠 등은 차를 한껏 차분하게 만든다. 후면부는 T자 모양의 리어램프, 듀얼 테일파이프 가니쉬 등으로 입체감이 넘친다. 기존 G4렉스턴이 40~50대 스타일이었다면 올 뉴 렉스턴은 30~40대가 좋아할 만한 디자인이다.
실내는 외관에 비해 심플하다. 커다란 스티어링 휠(운전대)과 12.3인치 풀 디지털 클러스터 등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다. 스티어링 휠은 D컷 형태로 스포티하다. 보기에 커보이지만 운전을 하거나 손으로 잡았을 때 거북하지 않다. 디지털 클러스터는 시인성이 좋다. 실내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전자식 변속레버(SBW) 적용이다. 전체적인 디자인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보기 어렵지만 밋밋한 실내에 반전을 주는 것은 확실하다.
2열은 준대형급답게 넉넉하다. 174cm 성인 남성 기준으로 앞좌석 등받이와 무릎간 거리가 주먹 3개 정도다. 180cm 이상의 남성이 앉아도 헤드룸과 레그룸이 부족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최대 139도까지 조절할 수 있는 리클라이닝 기능은 편안함을 극대화한다. 장거리 주행 시에도 문제가 없다. 2열 바닥 중간은 턱이 거의 없다. 3인 이상 착석 시에도 불편하지 않다.
카시트를 장착해도 여유롭다. 기본 트렁크 공간은 820L다. 2열 폴딩을 하지 않아도 골프백 4개가 가로로 들어간다고 한다. 패밀리카를 지향하는 만큼 트렁크 공간 설계에도 고심한 것으로 보인다. 2열 폴딩 시에는 최대 1977L까지 공간 확보가 가능하다.
올 뉴 렉스턴은 디젤 모델임에도 꽤 조용한 편이다. G4렉스턴 때보다 소음, 진동 부분을 많이 개선된 모습이다. 휠 하우스에 플라스틱 대신 직물타입 흡음재를 적용한 덕분이다. 도어 윈도 상단과 하단부는 4중 실링으로 소음 유입이 최소화된다. 엔진룸 고무 실링도 정숙성 향상을 위해 쌍용차가 노력한 흔적 중 하나다.
달리기 능력은 의외다. 최대출력 202마력, 최대토크 45.0kg.m의 성능을 발휘하는 2.2 디젤엔진과 8단 자동변속기가 맞물리는데 2톤이 넘는 차임에도 반응이 제법이다. 1600대의 저 rpm에서부터 최대토크가 발휘될 수 있게 세팅돼 답답하지 않다.
다만 주행 모드 변경 시의 극적인 반전은 기대하기 어렵다. 스포츠 모드 전환에도 크게 달라지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펀 드라이빙보다 안정감 있는 패밀리카의 성격을 갖춘 차이기 때문으로 해석하면 될 것 같다.
방지턱이나 고르지 못한 노면을 지날 때 충격은 많이 희석된다. 전륜 더블 위시본과 후륜 어드밴스드 멀티링크 서스펜션이 생각보다 괜찮은 승차감을 준다. 전체적인 서스펜션 느낌은 단단함보다 말랑함에 가깝다.
패밀리카에게 중요한 안전도 놓치지 않았다고 한다. 고장력강판 81.7%, 9개의 에어백, 15기가 파스칼급 초고강도강 적용 쿼드 프레임, 층격 흡수를 위한 크래쉬 박스 존 적용, 운전자 보호를 위한 컬렙서블 스티어링 휠 등으로 신뢰할 만한 안전성을 갖췄다는 것이 쌍용차 측 설명이다.
우수한 공간 활용, 디젤임에도 확실히 개선된 소음 및 진동, 안전까지. 쌍용차가 올 뉴 렉스턴의 경쟁력 확보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음을 엿볼 수 있었다. 기존보다 가격대가 소폭 인상됐지만 기본 적용 사양들을 생각하면 가성비가 없는 모델은 분명 아니다. 브랜드 자체가 주는 불안감을 배제하면 충분히 매력적인 차라는 생각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완 기자 / lee88@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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