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근영 칼럼] 유일한 중수로 원전 월성 1호기, '영구정지'는 어불성설

시간 입력 2019-12-26 17:46:45 시간 수정 2019-12-26 18:0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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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한 중수로 원전인 월성원전 1호기(68만kW급)가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됐다. 고리원전 1호기에 이어 두 번째이고, 중수로 원전으로는 처음이다. 가동하고 있는 동안에도 연료를 교체할 수 있는 게 중수로 원전이다.

원전의 인허가 권한을 가지고 있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이하 원안위)가 지난 23일 표결을 통해 월성원전 1호기를 영구정지하기로 결정했다. 감사원 감사가 진행 중인 사안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조기폐쇄 말뚝을 박은 것이다.

감사원은 국회 요구에 따라 월성원전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에 대한 감사를 벌여 지난 20일까지 실질감사를 마쳤지만, 전문가 및 관련기관과 관련자들을 대상으로 한 의견 수렴 절차와 감사보고서 검토 그리고 심의가 남아 있는 상황이다. 굳이 서둘 일이 아니라는 얘기다.

더 기가 막힌 것은 영구정지 이유다. 전 정부에서 약 6000억 원이나 들여 2022년까지 계속운전을 허가한 원전을 경제성도 떨어지고 안전하지도 않다는 이유를 들어 영원히 정지시키겠다는 것이다. 위안은 표결에 참여한 7명의 위원 가운데 2명이 반대표를 던졌다는 것 정도다.

원안위 입장에서는 영구정지를 요청한 원자력사업자(한국수력원자력)의 안건을 법(?)대로 처리한 것이니 전혀 하자는 없다. 영구정지의 책임을 원자력사업자에게 돌리면 되기 때문이다.

영구정지에 반대한 한 위원은 "원안위가 한수원에 배임일지도 모르는 행위를 도와주는 꼴밖에 더 되느냐”며 “서둘러서 할 일이 아니고 감사원의 결정이 나온 다음에 해도 될 일"이라며 아쉬움을 드러낸 것으로 알려졌다,

원안위는 영구정지 이유로 경제성이 아닌 안전성을 들었다.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6000억원이나 들여 2년 가까이 계속운전을 준비한 월성원전 1호기는 현재 가동되고 있는 모든 원전과 견주어도 안전성이 결코 낮지 않다. 원전의 안전성을 검사 평가하는 원자력안전기술원은 이미 월성원전 1호기가 안전성에 문제가 없다는 검사결과를 제출했지 않은가 말이다. 원전 전문 원전 안전 검사기관의 판단을, 같은 국가 기관에서 부정하는 말도 안 되는 아이러니가 발생한 것이다.

에너지정책 합리화를 추구하는 교수협의회 뿐만 아니라 원자력계는 잇달아 성명을 내고 월성원전 1호기 영구정지 결정을 일제히 비판하고 있다. 원자력을 위시한 에너지 전문가들은 “탈원전 정책 하에서 나온 말도 안 되는 결정”이라며 “탈원전이 계속되는 한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이 사장돼 수출은 고사하고 국내 원전산업계가 고사할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자유한국당은 원안위 결정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원안위원장과 원안위원들을 직권남용과 배임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월성원전 1호기 가동이 중단될 경우 추가로 발생할 비용은 연간 약 2700억원이다. 월성원전을 대신해 약 70만kW의 전력을 가스발전 등으로 대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불하지 않아도 될 국민의 혈세가 허공으로 증발하는 것이다.

김우식 전 부총리 겸 과학기술부 장관 등 역대 장관을 포함한 과학기술계 원로들은 최근 간담회를 통해 탈원전 중심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해 재검토해 줄 것을 문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이들은 현 에너지전환 정책에 대한 미래 지향적 재검토, 미국 유럽연합(EU) 등 원천기술보유국과 긴밀한 협력 하에 원전 해외 수출 추진, 고급인력의 해외 이탈 방지 등을 위해 사용후핵연료 관리대책 수립을 주무했다.

원자력계 한 고위 관계자는 “선진국들이 기후변화 대응차원에서 원자력을 가장 현실적인 해결책으로 다시 채택해 나가고 있고, 개발도상국도 원전 건설을 확대하고 있다”며 “국제적으로 안전성을 인증 받은 한국형 원전의 수출을 위해서라도 현재 보류 중에 있는 신한울원전 3·4호기의 건설을 재개하는 등 탈원전 정책을 재검토해야 하는 게 올바른 판단”이라고 읍소했다.

에너지정책 특히 원자력정책은 자원빈국인 대한민국에 있어 철저히 정권과 분리돼야 한다. 작금의 저유가는 언제 뒤바뀔지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40여 년간 안전하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원이던 원자력이 갑자기 안전하지도 경제적이지도 않은 존재로 전락한 게 과연 누구 때문인가. 잘못된 정책에 대해 심판을 할 수 있는 마지막 존재는 바로 국민이다. 심판의 그날은 온다. 반드시.

[ceo스코어데일리 / 천근영기자 / chanchun011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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