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회장 입지 갈수록 '탄탄'...'조현아 연합군'의 내부균열 효과?

시간 입력 2020-02-20 07:00:03 시간 수정 2020-02-20 15: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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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이 오히려 회사 내 입지를 공고히 하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조 전 부사장 측이 조 회장과 비슷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지만 우군으로 분류됐던 이들이 하나둘씩 등을 돌리면서 조 회장의 영향력만 입증한 모양새가 됐다.

20일 한진칼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과 KCGI, 반도건설로 구성된 ‘3자 주주연합’이 한진칼 사내이사 후보로 추천한 김치훈 전 한국공항 상무가 자진 사퇴했다.

앞서 3자 주주연합은 지난 13일 김 전 상무를 비롯해 김신배 포스코 이사회 의장과 배경태 전 삼성전자 부사장, 함철호 전 티웨이항공 대표이사 등을 사내이사 및 기타 비상무이사 후보로 제안했다.

사내이사 후보를 발표한 지 5일 만에 김 전 상무가 자진 사퇴하자 3자 주주연합 내부에 균열이 생긴 신호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특히 김 전 상무가 한진칼에 사퇴 의사를 밝히며 보낸 서신에 “3자연합이 주장하는 주주제안에 동의하지 않으며, 본인의 순수한 의도와 너무 다르게 일이 진행되고 있음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오히려 동료 후배들로 구성된 현 경영진을 지지하는 입장”이라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후보들과 소통에 문제가 있음을 추측케 했다.

김 전 상무의 사퇴는 주주제안 시한이 끝났기 때문에 새로운 후보를 올릴 수도 없는 데다 제안한 후보 중 2명에 불과한 항공업계 경험자 중 한 명을 잃었다는 점에서도 타격이 컸다. 주주연합이 제안한 후보 중 항공업에 몸담은 경력이 있는 인물은 최근 사퇴한 김 전 상무와 함철호 전 대표 등 2명이다.

주주연합이 뒤늦게 김 전 상무의 사퇴와 관련해 “김치훈 이사 후보자에게 이사직을 요청하며 명분과 취지를 충분히 설명한 뒤 본인 동의를 얻어 이사 후보로 추천했다”며 “김 후보자가 심각한 건강상의 이유로 인해 업무를 수행할 수 없음을 알려왔다”고 입장을 밝혔지만 소통이 제대로 되지 않았음을 증명한 셈이 됐다.

반면 조 회장은 처음 경영권 다툼이 시작됐을 때와 달리 분위기를 반전시키는 데 성공했다. 조 전 부사장 측에 설 것으로 예상됐던 어머니 이명희 정석기업 고문과 여동생 조현민 한진칼 전무가 조 회장을 지지한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한 데 이어 한진그룹 3사 노조 모두를 우군으로 확보했기 때문이다.

조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은 6.52%에 불과하지만 이명희 고문(5.31%), 조현민 전무(6.47%), 재단 등 특수관계인(4.15%)과 우호 세력으로 분류되는 델타항공(10.0%), 카카오(1.0%)까지 합해 33.45%를 확보하게 됐다.

조 전 부사장이 3자 주주연합을 구성할 때만 해도 한진칼 지분을 32.06% 보유했다는 점에서 위협적이라는 평가가 나왔지만 현재는 지분율 외에 기대할 만한 것이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주주연합 측이 지분 추가확보를 통해 영향력을 키워 경영권 분쟁을 다음 달 주총을 넘어 장기전으로 끌고 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유진 기자 / yuji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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