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필 이 시기에…” HDC현산·제주항공, 항공사 인수합병 독될까 ‘불안’

시간 입력 2020-03-04 07:00:03 시간 수정 2020-03-03 17:5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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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시름하고 있는 가운데 HDC현대산업개발과 제주항공이 각각 아시아나항공과 이스타항공 인수를 앞두고 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항공업계 재편에 대한 기대감이 높았지만 국내 항공사들이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어 HDC현대산업개발과 제주항공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4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이스타항공의 최대 주주인 이스타홀딩스와 주식매매계약(SPA)을 체결하고 이스타항공을 545억 원에 인수한다. 취득예정일자는 다음 달 29일이다.

앞서 지난해 12월 제주항공은 이스타홀딩스로부터 이스타항공 지분(497만1000주)를 695억 원에 인수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최종 인수가액이 545억 원으로 결정되면서 양해각서 체결 당시보다 150억 원 낮아졌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스타항공 인수가액이 낮아진 것은 실사 과정에서 변동된 것일 뿐 이번 코로나19 영향은 아니다”고 말했다.

이번 인수로 제주항공은 업계 3위 자리를 공고히하고 2위인 아시아나항공과의 격차도 줄일 수 있을 전망이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제주항공의 국제선 점유율은 9.3%이지만 이스타항공과 합치면 12.6%로 2위인 아시아나항공(15.3%)과 격차는 2.7%포인트로 좁혀진다.

문제는 코로나19의 국내 확산으로 항공사들이 비상경영을 선포하는 등 최악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는 점이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중단된 국제선과 국내선의 운항 재개와 항공 수요 회복 시점도 불확실해 업계에서는 막대한 자금이 들어가는 인수합병이 자칫 잘못하면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스타항공의 재무상황이 지난해보다 악화됐을 것이라는 점도 부담이다. 2018년 말 기준 이스타항공의 부채비율과 자본잠식율은 이미 484.4%, 47.9%였다. 지난해 일본 불매운동 여파로 저비용항공사(LCC)들이 일본 노선 부진으로 실적이 악화된 점을 고려하면 보잉 737 맥스 8 기종 운항 중단까지 겹쳤던 이스타항공의 상황은 더욱 심각할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2월에는 코로나19 사태까지 더해져 임직원 임금도 40%만 지급했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이스타항공 인수를 좀 더 미루는 것도 가능했지만 장기적인 관점에서 결정한 것”이라며 “코로나19와 상관없이 진행한 부분이고 별개로 보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HDC현대산업개발 역시 고민이 깊은 건 마찬가지다. 지난해 12월 HDC현대산업개발은 금호산업이 보유한 아시아나항공 구주 6868만8063주를 주당 4700원을 적용해 3228억 원에 인수하고 보통주(신주) 2조1772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현재 아시아나항공의 주가는 지난 3일(종가 기준) 4125원으로 SPA 체결 당시보다 24%가량 하락했고 직원 급여를 33% 일괄 차감, 무급 휴직 등 고강도 자구안을 시행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뒤, 경영 안정화에 걸리는 시간도 예상보다 길어질 것으로 예측된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주가도 하락하면서 유상증자를 통해 4000억 원 규모의 자금을 마련하려고 했지만 목표액보다 훨씬 낮은 3207억 원으로 정해졌다. 코로나19로 항공업계가 위기에 빠지자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하는 HDC현대산업개발의 주가에도 악영향을 미친 것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주가는 지난 3일(종가 기준) 1만6950원으로 지난해 연말 대비 34%가량 떨어졌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유진 기자 / yuji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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