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 길 먼 윤리경영"…공공기관 절반 이상 윤리등급 낙제점

시간 입력 2021-03-26 07:00:05 시간 수정 2021-03-26 07:5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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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경영평가 대상 129개 공공기관 중 66개 기관이 D+등급 이하
올해 경영평가편람 개선될 듯…윤리경영 배점 강화 유력


공공기관 경영평가 대상 공공기관 129곳 가운데 절반 이상이 윤리경영 부문에서 D+등급 이하의 성적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관 규모가 작은 강소형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윤리경영 내재화 부족 등으로 인해 E+등급도 이어졌다. 윤리경영 평가등급은 A+, A0, B+, B0, C, D+, D0, E+, E0 총 9단계로 나뉜다.

여기에 최근 들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들의 투기 의혹 사건을 계기로 공공기관의 윤리경영 평가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는 요구가 거세지고 있다. 하지만 공공기관 절반 이상이 윤리경영 낙제점 꼬리표를 달고 있어 사회적 눈높이에 부응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29개 공공기관 중 66곳이 윤리경영 '낙제점'

기획재정부의 '2019년도 공기업·준정부기관 경영실적 평가보고서' 총괄요약표에 기재된 129개 공공기관의 윤리경영 등급을 집계한 결과 공공기관 66곳이 D+등급 이하를 기록했다. 공기업 중에서는 한국가스공사, 한국도로공사, 한국철도공사 등 7개 공기업이 D0등급을 받았다.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지역난방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비롯한 공기업 9곳의 윤리경영 평가등급은 D+등급이었다.

준정부기관에서는 '아주 미흡'에 해당하는 E+등급 이하도 속출했다. 아시아문화원, 한국수산자원공단, 한국청소년활동진흥원은 E0 등급을 기록했으며, 창업진흥원, 한국보건복지인력개발원은 E+등급을 받았다. 이들 기관은 모두 정원이 300명 미만인 강소형 준정부기관에 해당한다.

이는 대다수 기관이 신생기관에 속하거나 설립 10년차를 갓 지나다 보니 다른 기관들에 비해 윤리경영 체계가 무르익지 못한 결과로 분석된다. 실제 기획재정부는 경영평가를 통해 아시아문화원, 창업진흥원을 상대로 윤리경영 내재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공공기관 윤리경영 질타 목소리 커지는데"…윤리경영 우수 기관은 '전무'

이른바 LH 사태를 기점으로 경영평가 시 공공기관의 윤리경영 및 공공성 관련 평가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반면 지난해 경영평가에서 '우수' 수준의 A0 등급 이상을 기록한 공공기관은 전무했다. B+, B0 등급을 기록한 공공기관도 전체의 36%에 불과했다. 공공기관의 윤리경영 수준이 사회적 요구에 맞춰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공기업 중에서는 한국광물자원공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가 윤리경영 부문에서 B+등급을 받았다. 한국공항공사, 한국전력공사, SR 등 10개 공기업의 윤리경영 평가등급은 B0로 집계됐다. 특히 한국남동·남부·중부·서부발전이 모두 B0등급을 받았다.

준정부기관에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한국무역보험공사가 B+등급을 기록했다. 이들 기관을 제외한 기금관리형·강소형·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 10곳은 B0등급을 기록했다.

◇윤리경영 평가비중 확대 예고에 공공기관 '긴장'

정부는 이달 초부터 '2020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 심사에 착수했다. 평가 결과는 오는 6월 중에 발표되며,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윤리경영 항목이 중점 평가될 전망이다. 작년의 경우 한국철도공사가 고객만족도 조사 조작 사건으로 윤리경영 D0등급을 기록했는데, 그 여파로 리더십 평가지표에서도 낙제점을 받았다.

올해는 국민연금공단의 윤리경영 등급 하락이 점쳐지고 있다. 지난해 공단 기금운용본부 소속 일부 직원들의 마약 투약 혐의가 사회적 논란으로 크게 불거졌기 때문이다. 이에 공단은 작년 말 쇄신 대책을 발표와 함께 자체적으로 마련한 쇄신안을 시행 중이다. 김용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은 최근 공단 쇄신추진위원회를 통해 "지속적으로 쇄신 과제 이행상황을 점검하고, 신뢰받을 수 있는 공단으로 거듭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2020년도 공공기관 경영평가편람 개편이 확실시 되면서 올 한해 공공기관은 윤리경영 확립에 어느 때보다 매진해야 하는 상황이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공공기관 경영평가에서 윤리경영과 공공성 평가 비중을 높일 것을 지시하기도 했다.

이미 기획재정부는 최근 광명·시흥 3기 신도시 투기 의혹을 일으킨 LH의 올해 경영평가 등급 하향조정 및 임원 성과급 환수 조치 등을 예고한 상태다. 이와 함께 LH 사태 재발방지 차원에서 경영평가 평가지표 개편 작업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100점 만점 중 3점에 그쳤던 윤리경영 평가 배점이 크게 상향될 것으로 보인다. 또 직원들이 중대 일탈 행위를 저지른 공공기관에는 불이익이 주어질 수 있게끔 세부 방안이 검토될 예정이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올해 경영평가에 반영되는 2020년도 경영평가편람은 이미 2019년 말 전체 공공기관에 통보가 됐고, 이 편람에 근거한 지난 1년 간의 공공기관 경영활동이 이번에 평가되고 있다"며 "평가의 신뢰성 및 안전성을 감안했을 때 당장 올해 평가편람 수정은 사실상 불가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개편 대상은 2021년도 경영평가편람으로, 평가편람은 내년 3월에서 6월 사이 올 한해 동안의 공공기관 경영실적 평가 심사 과정에 적용된다"면서 "LH의 경우 직접적으로 관련된 평가지표인 윤리경영 항목과 더불어 리더십 등의 유관지표도 감안해서 살펴볼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솜이 기자 / cotto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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