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앤컴퍼니 3세 조현범, 경영권 분쟁 딛고 일어설까

시간 입력 2021-04-07 07:00:01 시간 수정 2021-06-16 08: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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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 스타트' 세대교체로 신성장시대 여는 기업<8>
올해 주총 표대결서 1대1 무승부...성년후견심판으로 2라운드
시장 위축, 미국 반덤핑 관세 등 숙제

3세 경영을 본격화하는 한국앤컴퍼니가 시끄럽다. 'MB 사위'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사장이 아버지 조양래 회장의 지분을 전량 확보해 최대주주에 올랐지만 순탄치 않다. 공동경영에 나섰던 장남 조현식 부회장이 조현범 사장의 독주 체제에 제동을 걸었기 때문이다. 조현범 사장이 감사위원을 남겨두고 떠나는 형 조현식 부회장의 견제를 뒤로 하고 자신의 체제를 구축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국앤컴퍼니는 지난 1일 이사회를 열고 이사회 의장을 조현식 부회장에서 조현범 사장으로 변경했다. 앞서 조현식 부회장은 "직함에 연연하지 않겠다"며 경영일선에서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대신 지난달 30일 열린 한국앤컴퍼니 정기 주주총회에서 주주제안한 이한상 고려대 교수의 감사위원 선임으로 견제 장치를 남겨뒀다.

조현식 부회장은 이번 한국앤컴퍼니 주총에 앞서 "이사회의 다양성과 독립성은 필수"라며 "회사에서 추천한 후보는 독립성이 결여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조현범 사장과 한국앤컴퍼니 이사회가 추천한 이사후보 김혜경 이화여자대학교 국제대학원 초빙교수는 MB 시절 청와대 비서관을 지낸 인물이다.

함께 진행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주총에서는 조현식 부회장 측의 이사후보가 이사회 진입에 실패했다. 한국앤컴퍼니 오너일가의 표대결은 1대1 무승부로 결론을 짓지 못했다.

당분간 한국앤컴퍼니 형제간의 경영권 분쟁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조현식 부회장은 이한상 교수를 후보로 추천하며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지만 지분 매각 계획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형인 조현식 부회장을 밀어내고 독주 체제를 구축하려던 조현범 사장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한국앤컴퍼니 오너일가 경영권 분쟁은 2세 경영인 조양래 회장의 한국앤컴퍼니 지분 전량 매각에서부터 시작됐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조현범 사장의 한국앤컴퍼니 지분은 42.9%다. 그는 같은 해 6월 조양래 회장의 한국앤컴퍼니 지분 전량(23.59%)를 블록딜(시간 외 대량 매매) 형태로 취득했다. 조현범 사장의 직전 지분은 19.31%였다.

급작스럽게 승계 구도가 결정되면서 내부 균열이 생겼다. 조양래 회장의 지분 전량 매각에 의구심을 표한 조현식(19.32%), 조희원(10.82%), 조희경(0.83%)이 反조현범 세력으로 분류된다. 양측의 지분 차이는 11.93%다. 격차는 상당하지만 지난해 개정된 상법 개정안이 변수로 작용했다.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이 최대 3%로 제안돼 '3%룰'이라 불린다. 이번 한국앤컴퍼니 주총에서도 조현식 부회장 측 이사후보가 선임된 것도 이 때문이다.

한국앤컴퍼니 경영권 분쟁의 1라운드인 주총은 끝났지만 달라진 것이 없다.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심판으로 2라운드에 돌입했다. 지난해 7월 한국앤컴퍼니 오너일가의 장녀인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조양래 회장에 대한 성년후견심판을 청구한 바 있다. 조양래 회장의 기존 신념 등을 비춰볼 때 조현범 회장에게 한국앤컴퍼니 지분 전량이 돌아간 것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오는 21일에 서울가정법원에서 2차 심문이 진행된다.

경영권 분쟁으로 시끄럽지만 조현범 사장에게 더욱 중요한 것은 그룹 경영이다. 당분간은 법률대리인에게 분쟁 관련 문제를 일임하고 경영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자동차 시장 위축 등으로 올해도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이라는 게 업계의 전망이다.

가장 큰 불안 요인은 미국의 반덤핑 관세다. 미국 상무부는 국내 3사 타이어업체에 추가 관세율을 예고한 상태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경우 38.07%로 금호타이어 27.81%, 넥센타이어 14.24%와 비교해 더욱 높은 관세율이 적용된다. 이 외에도 코로나19로 인한 시장 위축, 고무 등 원자재 가격 인상, 반도체 공급 부족에 따른 완성차업체의 생산량 축소 등이 올해 주요 악재로 꼽힌다.

타이어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코로나19로 예상치 못한 어려움이 지속됐고 올해는 반도체 문제까지 겹치면서 불확실성이 계속되고 있다"며 "지난해 코로나19로 매출이 감소했지만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 한국타이어를 조현범 사장이 어떻게 이끌 것인지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시장의 불확실성을 극복하고 자신의 체제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대내외적으로 경영능력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조현범 사장이다. 조양래 회장은 조희경 이사장 측의 성년후견 심판 청구 이후 입장문을 통해 "15년간 실질적으로 경영을 맡아 좋은 성과를 냈다”며 조현범 사장을 지지했다.

한국앤컴퍼니의 상장계열사 실적도 준수한 편이다. 2019년 6000억원 초반대였던 영업이익이 지난해 6000억원 후반대로 늘었다. 매출은 줄었지만 수익성 개선에 성공한 것이다. 특히 핵심 계열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지난해 코로나19 여파에도 15.5% 늘어난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경영능력을 보여줬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수익성 개선은 하루 아침에 일어난 것이 아니라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조현범 사장은 그동안 연구개발(R&D) 등 성장동력 확보에 주력해 왔다. 특히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R&D 심장인 테크노돔 건립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2600억여원을 투자해 첨단 시설을 구축했다.

조현범 사장은 조직문화도 수직 구조에서 수평 구조로 전환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2017년에는 호칭을 '님'으로 통일해 수평적 조직문화 확립에 앞장섰다. 지난해에는 출퇴근 시간을 1시간씩 앞당겨 판교사옥 이전에 따른 교통체증 문제를 해소하고자 했다. 최근에는 테크노돔을 기반으로 축적한 기술 노하우를 발판으로 중국 전기차 브랜드 니오 등과 파트너십을 맺으며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완 기자 / lee88@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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