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착륙 성공한 김남호 DB그룹 회장, 사업 다각화로 지속성장 이어간다

시간 입력 2021-04-20 07:00:01 시간 수정 2021-04-21 07:4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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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시 스타트’ 세대교체로 신성장시대 여는 기업<14>
2009년 그룹 입사 10년 이상 경험 쌓아…취임 첫해 실적 이끌어
높은 금융 의존도 해소 '숙제'…반도체·IT로 사업다각화 전망


김남호 DB그룹 회장은 지난해 취임 이후 그룹 분위기를 쇄신하면서 양호한 실적을 이끌어 내는데 성공했다. 일찍부터 그룹에 몸을 담아 쌓아 온 김 회장의 경험과 노하우가 경영 최전선에서 발휘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 회장은 취임 2년차인 올해 사업다각화를 통해 금융계열사 중심의 매출 의존도를 낮추면서도 성장을 이어가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핵심 사업 경쟁력을 키우면서도 새로운 먹거리를 발굴함으로써 ‘지속가능기업’으로의 행보에 속도를 낸다는 의지다.

업계는 김 회장이 오랜 기간 후계 수업을 받으며 쌓은 ‘뉴 DB’ 청사진을 올해 본격 펼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남호 DB그룹 회장<사진=DB>
김남호 DB그룹 회장<사진=DB>

그룹 창업주인 김준기 전 회장의 장남인 김남호 회장은 일찌감치 후계자 수업을 시작했다. 2009년 동부체철 차장으로 입사한 이후 동부팜한농 등 주요 계열사에서 생산, 영업, 공정관리, 인사 등 각 분야 실무경험을 쌓았다. 특히 동부팜한농·동부대우전자 등의 매각작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2015년부터는 DB금융부문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는 DB금융연구소에서 금융 계열사들의 중장기 발전전략을 구체화하고 이를 경영현장에 접목시키는 역할을 맡아왔다.

김 회장은 지분 승계 작업도 이미 마무리 한 상태다. 2000년대 초부터 그룹 지분을 승계해 DB손해보험과 DB아이엔씨 지분 각각 9.01%, 16.83%를 확보한 최대 주주에 올라있다. DB손해보험은 DB생명·DB금융투자·DB캐피탈 등 금융 계열사를, DB아이엔씨는 DB하이텍·DB메탈 등 제조계열사를 각각 두고 있다.

김 회장은 김준기 전 회장의 갑작스런 퇴진으로 그룹 내 분위기가 어수선했던 지난해 7월 DB그룹 수장에 올랐다.

김 회장은 취임 직후 사업 현장을 부지런히 방문하며 그룹 분위기를 다잡는 데 주력했다. 취임 첫 달 DB아이엔씨 데이터센터를 찾아 임직원을 격려했고 DB금융투자 본사와 DB하이텍 상우공장, DB손해보험 등도 잇달아 찾았다.

경영 체제를 새로 다지기 위한 세대교체 인사도 단행했다. 구교형 그룹 경영기획본부 사장, 이성택 DB금융연구소 사장, 김정남 DB손해보험 대표이사 사장, 최창식 DB하이텍 대표이사 사장 등을 각각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김준기 전 회장과 그룹을 이끌어왔던 최연희 DB아이엔씨 회장과 윤대근 DB금융연구소 회장은 용퇴했다.

자료: 사업보고서/단위: 억원
자료: 사업보고서/단위: 억원

이 같은 노력으로 김 회장은 취임 첫 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도 양호한 실적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지난해 DB아이엔씨는 연결기준 매출이 2724억원, 영업이익이 269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14.2%, 45.4%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순이익도 44억원에서 63억원으로 42.7% 늘었다.

DB그룹 핵심인 금융 부문 실적도 두드러졌다. DB손해보험은 지난해 매출 20조1104억원, 영업이익 7310억원을 내며 전년 대비 각각 7.7%, 43.6% 증가했다. DB금융투자도 1조5903억원의 매출과 1366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60.3%, 56.4%씩 성장했다.

올해로 취임 2년차를 맞은 김 회장은 사업다각화를 통해 금융계열사 중심의 매출 구조를 낮춰야 하는 숙제를 안고 있다. DB그룹은 2019년 연결 기준 DB손해보험, DB금융투자 등 금융 계열사 실적이 그룹 매출의 93%에 달한다.

김 회장은 지난해 취임사에서 “앞으로 DB를 어떤 환경변화도 헤쳐 나갈 수 있는 ‘지속성장하는 기업’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며 “미래를 위한 성장 발판들을 하나씩 만들어가겠다”고 밝혔다. 새 성장동력 창출에 대한 의지를 드러낸 셈이다.

업계는 반도체와 IT 분야가 DB그룹 사업구조 개편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김 회장은 "DB그룹은 4차 산업혁명과 디지털화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IT와 반도체 사업역량을 모두 보유하고 있다"며 "각 사별 발전뿐 아니라 금융과 금융, 금융과 IT, IT와 반도체 간 다양한 시너지를 창출할 기회를 만들어나가자"고 강조했다.

DB그룹 반도체 계열사 DB하이텍은 1997년 출범 이후 17년간 적자를 지속해오다 2014년부터 영업이익 기준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지난해에는 반도체 파운드리 시장 호황으로 매출 9359억원, 영업이익 2393억원의 사상 최대 실적을 냈다.

김 회장도 취임 직후 최창식 DB하이텍 대표이사를 사장에서 부회장으로 승진시키며 힘을 실은 상황이다. 올해도 DB하이텍은 비메모리 반도체 파운드리 공급 부족이 심화하는 시장 상황에 힘입어 1조원이 넘는 매출을 낼 것으로 증권가는 전망하고 있다.

그룹 내 IT부문도 지속 성장세다. 매출이 2017년 1122억원, 2018년 1389억원, 2019년 1722억원, 지난해 1896억원 등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DB그룹은 올해 그룹 계열사의 다양한 사업경험과 인프라를 활용해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서비스형 인프라(IaaS) 등 안정적 수익창출이 가능한 서비스형 사업을 확대할 방침이다.

또 클라우드 분야에서도 다양한 클라우드 서비스를 결합해 사용자에 적합한 서비스를 중개하는 클라우드 서비스 중개(CSB)사업 등을 추진하고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영준 기자 / yjyo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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