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고통분담 외면?...주요 공기업 기관장, 지난해 업무추진비 증액

시간 입력 2021-05-06 07:00:01 시간 수정 2021-05-07 07:59: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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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랜드, 업추비 1000만원 이상 증액…지역사회 지원 목적
수공은 최근 5년 중 최고 액수 업추비 지출
공항공사, 철도공사도 지난해 업추비 지출 늘어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 일부 공공기관 기관장들이 업무추진비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정부 차원에서 경상경비와 예산 절감을 통한 공공부문의 고통분담이 강조한 상황과는 대비되는 대목이다.

통상 업무추진비는 기관장이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회의 및 식사, 임직원 경조사비 지출 등에 쓰이는 비용이다.

6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따르면 지난해 기관장이 재임한 시장형·준시장형 35곳 가운데 13곳이 전년과 비교해 업무추진비가 늘었다.

전년 대비 업추비를 가장 많이 늘린 공공기관은 강원랜드였다. 지난해 강원랜드의 기관장 업추비는 1427만원으로, 2019년 396만2000원보다 1000만원 이상 증가했다. 강원랜드는 작년 5월 업무협의 및 간담회, 대외행사 지원 및 축하관련 명목으로 1021만455원을 지출했다.

강원랜드 관계자는 "카지노에서 이용한 금액을 고객들에게 지역사회에서 사용 가능한 포인트로 환원하는 하이원 포인트제도를 운영하고 있는데, 포인트 제도 지역 가맹점을 대상으로 지역 특산품 등의 격려선물을 지급하는 과정에서 업무추진비가 집행됐다"면서 "지난해 코로나19로 카지노 영업이 제한되다 보니 지역경제가 침체됐고, 가맹점과 지역사회 활성화 차원으로 진행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수자원공사의 경우 지난해 최근 5년 중 가장 많은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 수자원공사의 업무추진비는 2016년 359만원, 2017년 395만6000원, 2018년 636만3000원, 2019년 642만6000원, 2020년 995만8000원이었다.

수자원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2월 말 기관장이 새롭게 취임했는데, 취임 이후 유관기관들과의 업무 협의 등 대외 활동이 많다보니 업무추진비 집행도 이전보다 증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실적 타격을 입은 한국공항공사, 한국철도공사도 업무추진비 집행규모를 늘렸다. 지난해 한국공항공사의 기관장 업무추진비는 1477만8000원으로, 전년 1183만9000원에 비해 25% 증가했다. 사용 목적은 유관기관 및 내부직원 경조사비, 관련단체 홍보 및 격려, 업무협의 식대 지출 등이다.

같은 기간 한국철도공사의 업무추진비도 386만2000원에서 482만1000원으로 소폭 늘었다. 한국철도공사 관계자는 "현 사장이 2019년 3월에 취임했는데, 이로 인해 2019년과 지난해의 업무추진비 집행 실적에 차이가 있다"면서 "특히 작년에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공사의 경영위기 해소 방안을 모색하고자 정부 부처 등 유관 기관들과의 협의가 많이 진행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른 경기 침체로 공기업도 예산 낭비를 줄여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졌지만 업무추진비가 늘면서 공기업이 이를 외면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앞서 정부는 지난해 9월 '2021년 예산안'을 통해 올해 공무원과 공공기관이 직접 사용하는 경상경비를 전년 대비 5% 이상 감액하기도 했다.

여기에 공기업의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이 공시되고는 있지만 세부 지출 내역은 빠져 있어 '깜깜이' 비용 집행이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공기업은 매년 1회 알리오를 통해 공공기관장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정기 공시해야 한다. 하지만 비용 사용일자 및 집행내역, 사용처 등이 상세히 공시돼야 하는 데 반해 대부분 '유관기관 업무협의·경조사 지원' 등으로만 기재되는 실정이다.

다만 지난해 경영 실적이 악화된 일부 공기업들은 업무추진비를 크게 줄이기도 했다. 조폐공사의 업추비가 2019년 319만4000원에서 2020년 89만3000원으로 72% 감소한 게 대표적이다. SR의 경우 지난해 업추비를 전년 647만원 대비 11% 수준인 68만2000원으로 대폭 줄였다.

SR 관계자는 "지난해 비상경영체제가 가동되면서 업무추진비의 경우 일괄적으로 50%를 회수했고, 이밖에 불필요한 대외활동을 줄인 결과"라고 설명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솜이 기자 / cotto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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