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책임투자 강조되는데"…국민연금, 연이은 투기성 투자 '도마 위'

시간 입력 2021-05-10 07:00:02 시간 수정 2021-05-11 08:01:09
  • 페이스북
  • 트위치
  • 카카오
  • 링크복사

국민연금 출자 펀드 가상화폐거래소 투자 자금으로 쓰여
공단의 사회책임투자 역할 강화 지적 이어져


국민연금공단이 사회책임 투자를 활성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최근 공단이 자금을 출자한 펀드에서 가상화폐 거래소에 투자한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앞서 옥시레킷벤키저, 일본 전범기업 등에 투자했다는 이유로 잡음이 있었던 상황에서 또다시 투자 적절성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것이다.

이에 국민세금으로 조성된 연기금이 사회적 공감대를 거스른 채 수익만을 우선시하는 투기성 투자 자금으로 쓰이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공단은 2017년 1월부터 올 3월까지 가상화폐 관련 투자상품에 총 34억6600만원을 투자했다. 투자는 공단이 자금을 출자한 합동 펀드 위탁 운용사에서 빗썸, 업비트 등의 가상화폐 거래소에 직접 투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공단이 가상화폐와 관련해 간접 투자에 나선 것이 알려지면서 투자 적절성 논란도 커지고 있다. 정부가 가상화폐를 도박·투기 수단으로 규정한 데다 가상화폐 거래소를 대상으로 계속해서 규제를 강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공단의 펀드 운용사에서 사회적 해악행위를 저지른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에 나서더라도 이를 사전에 통제할 수단이 부재하다. 공단이 위탁사의 운용보고서를 통해 사후 관리에 나설 수 있다 하더라도 투자 대상 선정 및 회수 결정 등은 전적으로 위탁사의 의사 결정에 따라 진행되는 구조다.

국민연금공단 관계자는 "이번 가상화폐 거래소 투자건은 가상화폐 자체가 아닌 거래소를 대상으로 한 투자로, 위탁 투자사의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이뤄진 부분"이라고 해명했다.

그간 공단의 연기금 운용 문제는 끊이지 않았다. 2017년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일으킨 옥시레킷벤키저에 거액을 투자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또 2019년 국정감사 당시에는 공단이 한국인을 강제동원한 일본 도요타 자동차에 수천억원을 투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연기금 투자 행보를 바라보는 사회적 눈높이는 높아지고 있는 데 반해 공단의 수탁책임자 역할은 이에 못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공단이 투기성 투자를 지양하고, 사회책임 투자에 집중해야 한다는 사회적 요구도 커지는 실정이다.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공단이 기후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석탄산업 및 관련 기업에 투자를 중단해야 한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공단은 2019년 책임투자 활성화 방안을 수립하고, 수탁자 책임 활동을 환경·사회 분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난해에는 김용진 이사장이 직접 오는 2022년까지 책임투자 적용 자산군 규모를 연기금 전체의 약 50%로 확대한다는 내용의 투자 원칙을 공식화하기도 했다. 하지만 최근 공단의 가상화폐 거래소 간접투자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 같은 방안을 한층 구체화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솜이 기자 / cotton@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