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찾는 '경제수장' 최태원, '기업 소통창구' 역할 주목

시간 입력 2021-05-12 07:00:04 시간 수정 2021-05-13 07:5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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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도 문 대통령에 ‘기업애로 해소’ 요구…규제법안 보완입법·이재용 사면 등 요청 가능성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사진=대한상공회의소>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사진=대한상공회의소>

글로벌 경쟁 심화와 기업규제 3법 등으로 경영 애로를 호소하는 기업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국회를 찾는다.

지난 3월 취임 이후 조용한 행보를 이어가던 최 회장이 이번 국회 방문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기업의 대변인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현재 기업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한 글로벌 경기 위축과 각종 규제 법안으로 인한 산업경쟁력 약화에 직면해 있다. 또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검토 의사를 밝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사면 문제도 서둘러 풀어야 할 숙제 중 하나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대한상의 회장 취임 후 처음으로 오는 13일 국회를 방문해 정치권과 소통에 나선다. 이날 최 회장은 박병석 국회의장을 예방하고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와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겸 원내대표를 차례로 만날 예정이다.

대한상의는 이번 최 회장의 국회 방문이 단순 상견례 목적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 심화, 기업규제 3법 등 현안이 산적해있는 만큼 최 회장이 기업의 입장이 반영된 현안 관련 메시지를 국회에 전달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기업들은 오는 7월로 예정된 중대재해법 시행령 제정을 앞두고 보완 입법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중대재해법은 노동자가 사망하거나 다치는 산업재해가 발생하면 안전조치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에게 1년 이상의 징역형 처벌을 내리도록 한 법안이다. 기업은 노동자 사망 시 50억원, 부상 시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내는 등 징벌적 책임을 져야 한다. 근로자 50인 이상 기업은 내년 1월 27일부터, 50인 미만 기업은 2024년부터 적용된다.

이에 대해 기업들은 사망자나 부상자 발생 시 처벌 대상으로 나와 있는 ‘경영책임자’ 범위가 모호하고, 처벌도 과도하다고 주장한다. 경영책임자를 ‘안전보건관리책임자’ 등으로 명확히 수정하고 고의범에게 적용되는 징역 하한형(1년 이상 징역)을 상한형(2년 이하 징역)으로 바꾸는 등 보완 입법을 요구하고 있다.

상법개정안 등을 담은 이른바 '기업규제 3법' 대한 보완 입법도 최 회장이 내놓을 수 있는 카드라는 분석이다. 상법개정안은 상장회사가 이사 선임 시 일반 이사와 감사위원회 위원을 담당할 이사를 분리해 선임하도록 하고, 이때 최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주요 상장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은 최근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의 CEO간담회에서 "지난해 말 기업규제 3법을 시작으로 올해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규제는 계속해서 늘어간다"며 "단순 규제완화가 아닌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추길 희망한다"고 요구한 바 있다.

앞서 4개 경제단체장과 공동으로 청와대에 건의한 이재용 부회장 사면을 재차 요구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사면 권한을 지닌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뿐 아니라 여야 대표에게도 대표 경제단체 수장으로서 재계 요구를 적극 전달해 사면 논의 속도를 높일 것이란 분석이다.

문 대통령은 지난 10일 열린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서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사면 이야기를 많이 듣고 있다"며 "충분히 국민들의 많은 의견을 들어 판단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발언했다. 지난 1월 기자회견에서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다”며 단호하게 선을 그은 것에 비하면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최태원 회장이 2019년 1월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2019년 1월 열린 '기업인과의 대화'에서 문재인 대통령에게 건의하고 있다.

최 회장은 과거 정부여당을 향해 과감한 건의 행보를 펼친 바 있다.

최 회장은 2019년 1월 문 대통령과 기업인들의 타운홀 미팅에서 문 대통령에게 "사회적 경제는 고용 창출과 일자리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상당한 포텐셜이 있다"며 "이에 대해 대통령께 2년 전에 말씀을 드렸는데도 관련된 법들이 진행이 안 되고 있다"고 발언하며 정부의 대응 부족을 꼬집었다.

또 2018년 10월 SK하이닉스 청주공장 준공식에서도 “우리나라는 워낙 개인정보보호가 강해 외국과 경쟁할 때 어려움이 있다"며 규제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에 문 대통령은 "필요하면 알려 주시기 바란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 대한상의 회장 취임 이후엔, 최근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주도한 5개 경제단체 공동의 이 부회장 사면건의서에 이름을 올린 것을 빼곤 아직까지 정치권에 뚜렷한 목소리를 내지 않고 있다. 때문에 최 회장이 이번 국회 방문을 계기로 기업 입장을 적극 전달해 첫 4대 그룹 총수 출신 경제 수장으로서의 역할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최 회장은 과거에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기업 애로 해소를 위한 의견을 내비쳤다”며 “이번 방문에서도 기업 어려움을 덜 수 있는 목소리를 내 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유영준 기자 / yjyoo@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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