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 녹색채권 물꼬 트였지만…무늬만 'ESG' 우려도 확산

시간 입력 2021-05-20 07:00:06 시간 수정 2021-05-21 07:5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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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공기업 4곳 녹색채권 상장규모 7500억원
채권 시장 커지고 있지만 사후관리 체계 미흡 지적


한국철도공사, 한국수자원공사 등이 녹색채권 발행 대열에 합류하는 등 주요 공기업의 채권 발행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부응하고, 녹색채권 발행을 통해 ESG경영 실천에 나서려는 행보로 분석된다.

녹색채권은 기후변화 및 신재생에너지 관련 사업비 조달 등 발행 목적이 '친환경'으로 제한된 채권이다. 하지만 녹색채권 발행기업이 마련한 자금을 친환경 목적과 무관한 용도로 남용하더라도 이를 관리할 사후 장치가 부재해 자칫 '무늬만 ESG 채권 발행'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말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을 발행한 데 이어 녹색 채권 발행을 둘러싼 사후 관리 및 제반 상황을 점검하고, 보완책을 마련할 방침이다.

20일 한국거래소 사회책임투자(SRI) 채권 세그먼트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이달 18일까지 SRI거래소에 상장된 공기업 4곳의 녹색채권 상장잔액은 7500억원이다.

상장 규모가 가장 큰 공기업은 한국남동발전과 한국철도공사로, 각각 3000억원의 녹색채권을 발행했다. 이어 한국남부발전 1000억원, 한국수자원공사 500억원 순이었다. 2018년 상장된 한국남부발전의 녹색채권을 제외하고 모두 올해 발행됐다.

공기업의 녹색채권 발행은 계속될 전망이다. 한국서부발전은 올 하반기 중으로 2000억원 규모의 녹색 채권 발행에 나설 예정이다. 한국도로공사도 ESG 채권의 국내시장 발행을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공사는 수소충전소 설치를 비롯한 환경·사회적 가치 관련 사업 자금 조달을 목적으로 한화 약 5600억원 규모의 ESG 해외채권을 발행한 바 있다.

공기업의 녹색채권 발행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은 '2050 탄소중립 정책'으로 대표되는 정부의 친환경 정책이 확대 추진되고 있어서다. 정부는 올해부터 공공기관의 녹색제품 구매실적 등 ESG 관련 내용 공시를 의무화하는 등 공공부문의 ESG 경영활동이 확산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다만 녹색채권 발행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데 반해 사후 관리체계가 부실하다는 비판은 해결해야할 과제다. 지난해 말 환경부에서 내놓은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채권 발행 기업은 자금 조달 사용처 및 환경 개선 효과 등의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작성해야 한다. 하지만 보고서 공개 여부는 권고사항이다.

이로 인해 공기업들이 녹색채권을 발행해 확보한 자금을 친환경 이외의 용도로 사용하더라도 이를 파악할 장치가 부재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남부발전처럼 일부 공기업들이 사후 보고서를 자발적으로 공시하거나, 외부기관을 통해 보고서 인증 작업 등을 준비 중이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각 기업의 자율에 맡겨져 있어 사후관리에 대한 우려가 높다.

환경부 관계자는 "녹색채권 발행 이후 사후보고 및 사후보고의 외부기관 인증 등과 관련해 여러 우려의 목소리가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있다"며 "현재는 녹색채권 가이드라인을 작성한 주무부처로서 해당 부문을 비롯한 녹색채권 발행 관련 내용들을 전반적으로 검토 중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탄소중립 2050정책은 오는 2050년까지 실질적 탄소배출량을 '0'으로 만들겠다는 내용의 정부 정책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솜이 기자 / cotto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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