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전산문제에도 투자 인색한 증권사…‘사후 약방문’ 되풀이

시간 입력 2021-07-29 07:00:01 시간 수정 2021-07-28 17:4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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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신증권 ‘HTS·MTS 3시간 먹통’·삼성증권 ‘반대매매 팝업오류 투자자 혼선’

최근 대형사를 중심으로 전산장애·오류가 연달아 발생했다. 전산문제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해당 증권사 투자자 몫이 된다. 이에 따른 전산 관련 민원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특히 개인투자자 수가 많아지면서 민원제기 건수도 증가하는 추세다.

그럼에도 매년 반복되는 전산사고에도 증권사들이 갑자기 접속이 몰려 어쩔 수 없었다는 핑계와 후속조치하겠다는 원론적인 변명만 늘어놓고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증권사 스스로 개선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데 문제가 있다.

2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증권사 홈트레이딩(HTS),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전산장애 발생관련 민원건수는 올 1분기 254건으로 집계됐다. 앞서 2019년에는 241건, 2020년 193건을 기록했다.

전산장애 발생 건수는 2019년 15건, 2020년 28건이 발생했으며, 올 1분기에는 8건이 발생했다. 올 1분기에만 한달에 2~3번꼴로 전산장애가 발생한 셈이다.

최근에는 대신증권과 삼성증권이 각각 전산장애, 전산오류가 발생해 논란이 됐다. 대신증권은 지난 26일 HTS, MTS에서 3시간 넘게 전산장애가 발생했다. 당시 대신증권 HTS, MTS에서 로그인이 되지 않고 주식주문, 미국프리마켓 거래 등이 체결되지 않는 등 차질이 빚어졌다. 전산시스템은 같은 날 6시50분께 복구됐다.

오익근 대신증권 대표는 홈페이지에 사과문을 통해 “이날 발생한 전산장애와 관련해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고객들이 안정적으로 매매하실 수 있도록 철저하고 완벽한 준비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산장애가 발생해 불편과 실망을 끼쳐드리게 돼 죄송하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대신증권의 모든 임직원은 이번 장애를 계기로 IT관련 내부통제를 강화해 안정된 시스템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신증권은 전산장애로 인해 불편을 겪은 고객을 대상으로 보상절차를 진행 중이며, 보상신청은 홈페이지 전자민원 등을 통해 할 수 있다. 대신증권은 보상을 원하는 주문 건에 대한 △시간 △주문종류 △종목 △수량 △가격 등 주문내용과 함께 보상범위를 접수하면 조사를 통해 결과를 통지하고 보상을 진행할 계획이다.

다만 전산장애에 관련된 기록을 남기지 못한 고객의 경우 보상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사 전산장애에 따라 주문에 차질을 빚을 때 피해를 최소화하려면 무엇보다 ‘기록’ 남기는 걸 잊지 말라”며 “평소 거래하는 증권사 주요 지점과 고객센터 연락처를 미리 확인하고 숙지해두는 게 좋다”고 당부했다.

삼성증권은 지난 27일 오전 9시 개장 후 약 10분간 ‘미수발생으로 인한 반대매매가 진행될 예정’이라는 잘못된 팝업공지를 띄우는 오류가 발생했다. 반대매매 대상이 아닌 정상투자자에게도 공지가 안내된 것이다.

반대매매는 투자자가 빌린 돈을 약정기한까지 갚지 못할 경우 증권사가 주식을 강제로 파는 제도를 가리킨다. 이때 증권사는 대출금 상환에 필요한 수량만큼 하한가로 계산해 시장가로 팔기 때문에 반대매매 대상이 된 투자자 입장에서는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

결국 삼성증권의 반대매매 팝업공지 오류로 인해 급하게 돈을 입금하거나 주식을 처분한 투자자 사이에서 불만이 고조되는 상황이다. 삼성증권은 문제가 발생된 후 “반대매매예정안내 팝업으로 인해 혼란을 드려 죄송하다”며 “반대매매 대상인 고객에게 안내하기 위한 화면을 띄우는 과정에서 반대매매 대상이 아닌 고객에게도 팝업이 되는 오류가 있었다”고 사과 메시지를 보냈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이번 팝업공지 오류에 대한 보상여부에 대해 “전면 보상 계획은 없다”며 “개별적으로 피해를 본 투자자 민원을 받아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투자증권의 경우 ‘한화플러스제2호기업인수목적(스팩)’ 청약에 자금이 몰리며 입출금(타사이전 포함) 지연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이에 지난 27일 오후 4시 마감하려고 했던 청약마감시간을 1시간 늦추기도 했다. 한화플러스제2호스팩에는 3억4500만주의 주문이 들어왔다. 이번 입출금 지연으로 인해 청약자체에 문제는 없지만 향후 우량 공모주 청약할 때 비슷한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을 보이며 우려를 자아냈다.

일각에서는 증권사들의 전산 관련 문제가 매년 반복된다는 점에 대해 증권사 내부적으로 개선의지가 부족한게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올 1분기 자기자본 상위 10대 증권사 전산운용비는 총 883억원을 기록했다. 이들 증권사 순이익 대비 4%대 초반에 불과하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전산문제는 증권사 플랫폼에 접속한 개인투자자가 아니라 전산관리를 제대로 하지 못한 증권사에 있는 것”이라며 “자기자본 상위 10대 증권사의 올 1분기 순이익 대비 전산운용 비중이 4%대 초반이라는 점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최근 증권사들이 역대급 실적을 쌓을 수 있었던 건 개인투자자의 힘이 컸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홍승우 기자 / hongscoop@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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