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에 몰두한 올해 증권가…평가 투명성 확보는 여전히 숙제

시간 입력 2021-12-14 07:00:10 시간 수정 2021-12-13 17:2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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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깜이 등급 발표…평가기준 신뢰성·투명성 제고돼야
금융당국의 ESG경영 가이드라인 재정 필요성 제기

주요 증권사들이 올 한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경영에 힘을 기울이면서 예년과 다른 성과를 보이고 있다. 다만 ESG 평가기준의 신뢰성과 투명성이 제고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대신증권, 한화투자증권 등 ESG 위원회나 조직을 둔 국내 주요 증권사들은 최고경영자(CEO)를 관련 조직에 포진시키며 ESG 추진속도를 높이고 있다.

대략적으로 알려진 금융사에 대한 ESG평가기준을 보면, 환경 부문은 △환경관련 투자상품 출시 및 운용 △친환경 투자확대 △사내 친환경 정책 수립 및 진행 등이며, 사회 부문은 △근로자와 소비자 보호활동 △지역사회 환원 등을 평가한다. 지배구조 부문 평가기준은 △회계 및 세금 투명성 △이사회 구성과 활동 △감사제도 △주주권리 보호 등이다.

현재 ESG평가기관은 한국기업지배구조원(KCGS)을 비롯해 서스틴베스트, 한국ESG연구소(대신경제연구소) 등이 있다. 각 기관마다 세부적인 평가기준이 다르며, 구체적인 항목이나 내용은 평가받은 기업에도 공개하지 않는다.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없이 주관적인 산정방식을 따르다보니 ‘깜깜이 평가방식’이라는 지적이 있다. 

KCGS는 올해 증권사 ESG 평가등급을 지난해 보다 향상된 등급을 부여했다. 각 사 발표에 따른 올해 ESG경영 성과를 살펴보면, 환경분야에서 두드러진 성과를 보인 곳은 현대차증권이다. 최병철 현대차증권 대표이사 산하에 ‘ESG협의회’를 둔 현대차증권은 지난 9월 친환경 수소플랜트 사업과 융복합 수소충전소 구축사업에 대한 주관 및 자문역을 맡는 등 친환경 수소경제 인프라 금융사업에 투자 중이다. 또 ESG경영 강화 일환으로 ESG리서치 통합보고서도 발간했다.

사회분야에서는 NH투자증권의 기부금 사회환원이 눈에 띈다.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 기업 기부금 내역을 조사한 결과, 올 3분기까지 모두 83억원을 기부했다. 또 NH투자증권은 지속적인 사회책임투자 일환으로 지난달 롯데호텔과 함께 ‘프리미엄 실버사업 관련 전략적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노령인구에 고급 주거복지 시설을 제공하는 사업에 착수했다. 

지난해 증권사 중 최초로 ESG위원회를 설립한 KB증권은 ESG채권 발행 부문에서 활약했다. 올 들어 LG화학 지속가능본드, 현대제철 그린본드, 신용보증기금 및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소셜본드 등을 주관하며 국내 원화표시 ESG채권 발행 주관 1위를 차지했다. 

그런데 이러한 실적에 따른 가산점 현황이나 평가항목 편입 적정성 여부를 알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NH투자증권의 노인 고급 주거복지 시설 사업의 경우 이를 단순한 분양이나 주거서비스 사업으로 치부할지 사회적 공헌 활동으로 인정할지는 평가기관의 재량에 달렸다고 볼 수 있다. 평가기준에 대한 투명한 정보가 제공되지 않는 한 해당 평가등급에 대한 신뢰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평가받는 기업 입장에서도 평가항목을 알 수 없어 제대로 된 대처가 힘들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에 금융당국 차원에서 객관적인 ESG평가기준을 정립시켜야 한다는 요구가 이어진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ESG경영기조가 강화되면서 내부적으로 ESG경영 가이드라인을 두지만 객관적인 기준이 없어 방향성을 찾기 어렵다”며 “평가내용을 알아야 부족한 부분을 개선시킬 수 있지 않겠냐”며 고충을 밝혔다. 

[CEO스코어데일리 / 홍승우 기자 / hongscoop@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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