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강인함과 안락함 공존... 지프 그랜드 체로키 L

시간 입력 2021-12-27 07:00:04 시간 수정 2021-12-26 09:3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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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베이스 3090mm, 3열까지 넉넉한 공간
큰 체구에도 막힘 없이 부드러운 주행질감

지프 플래그십 대형 SUV 그랜드 체로키 L. 플래그십의 안락함과 지프 특유의 강인함이 공존하는 모델이다.<사진제공=지프>

지프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이 오프로드다. 자연과 어우러져 스스로 길을 개척해 나가는 랭글러의 모습이 머리 속을 맴돈다. 이렇듯 거친 느낌의 지프가 3열이 추가된 그랜드 체로키 L을 통해 플래그십이라는 럭셔리 영역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솔직히 기대가 크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지프가 무슨 플래그십이라는 말인가. 거칠고 투박한 느낌의 지프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깊숙이 자리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랜드 체로키 L은 달랐다. 지프이면서 지프가 아니었다.

지프가 최근 아시아 지역 최초로 선보인 플래그십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SUV) 그랜드 체로키 L을 만났다.국내에는 오버랜드와 서밋 리저브 등 두가지 트림으로 출시됐다. 두 트림의 가장 큰 차이점은 시트 구성이다. 상위 트림의 개념인 서밋 리저브는 2+2+2의 6인승, 오버랜드는 2+3+2의 7인승이다. 외관상 차이도 조금 있다. 서밋 리저브는 범퍼 하단에 긴 실버 메탈 라인이 들어갔고, 오버랜드는 범퍼 하단 그릴 주변 테두리에 크롬이 들어갔다.

경기도 용인의 한 카페. 지프 그랜드 체로키 L 오버랜드와 서밋 리저브가 줄지어 서있다.<사진제공=지프>

차명에 그랜드와 L이 들어간다. 대형차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멀리서봐도 대형 SUV임을 알 수 있는 크기다. 전장 5220mm, 전폭 1975mm, 전고 1795mm, 휠베이스 3090mm의 그랜드 체로키 L은 멀리서 봐도 압도감을 느낄 정도로 크다. 기존 그랜드 체로키도 그랬지만 이번 그랜드 체로키 L은 확실히 고급스럽다. 지프의 또 다른 플래그십 대형 SUV인 그랜드 왜고니어의 디자인을 계승한 덕분이다. 브랜드의 상징인 세븐 슬롯 그릴이 양 옆으로 더욱 넓어졌고, 사선으로 날렵하게 떨어지는 라인은 전면부 디자인을 강인한 느낌을 줬다.

지프 그랜드 체로키 L 운전석. 완전 디지털화된 실내가 고급스럽다.<사진=이지완 기자>

3.6L V6 엔진은 최고출력 286마력, 최대토크 35.1kg·m의 힘을 낸다. 6기통 고배기량 자연흡기 엔진을 활용한 덕분에 엔진 회전 시 질감이 제법 부드러웠다. 2톤이 훌쩍 넘는 차라는 점을 감안하면 엔진의 힘이 다소 부족한 것 아니냐고 지적할 수 있는데 그렇지 않았다. 8단 자동변속기가 모든 속도 영역에서 효율적인 RPM을 유지하는 덕분이다. 시끄럽고 굼뜰 것 같았지만 의외의 정숙성과 가속 반응성이 나온 이유가 여기 있었다.

실내도 기존과는 완전히 달라졌다. 지프 특유의 투박함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다. 특히 10.25인치 풀 디지털 계기판과 10.1인치 터치 스크린이 주는 만족감이 상당했다. 새로운 디자인의 로고가 박힌 스티어링 휠(운전대)과 다이얼 형태로 변경된 기어 노브 그리고 우드 느낌의 도어 트림(서밋 리저브는 실제 우드 소재가 사용됐다고 한다) 등이 적절하게 어우러져 고급감을 극대화한다. 터널을 지날 때 잠깐 볼 수 있었던 앰비언트 라이트(무드등)은 은은하게 빛을 발산한다.

착좌감은 탄탄함보다 부드럽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시승차인 오버랜드의 경우 나파 가죽으로 제작된 시트가 적용됐다. 상위 트림인 서밋 리저브의 경우 나파 가죽보다 더 좋은 팔레모 가죽을 적용해 탄탄한 느낌이 더 강하다고 하니 참고하면 좋을 것 같다.

그랜드 체로키 L 구매를 고민한다면 3열은 꼭 앉아보길 추천한다. 단순히 대형 SUV라서 억지로 3열을 끼워넣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174cm 성인 남성이 앉기에도 큰 불편함이 없을 정도로 제법 넉넉했다. 2열 시트 위치를 앞뒤로 조절할 수도 있어 상황에 따라 공간을 더 늘릴 수도 있다. 전자식 제어를 통해 버튼 클릭 한 번으로 3열 시트를 접거나 펼 수도 있어 편하다. 시트를 모두 접으면 요즘 유행하는 차박도 충분히 가능한 공간을 만들 수 있다. 키가 180cm 정도 된다고 해도 부족함이 전혀 없겠다고 느껴졌다.

지프 그랜드 체로키 L 오버랜드 2열. 6대4 폴딩뿐 아니라 앞뒤 시트 조절도 가능하다.<사진=이지완 기자>

지프 그랜드 체로키 L 3열. 무늬만 3열이 아니다.<사진=이지완 기자>

2-3열 모두 접은 지프 그랜드 체로키 L. 174cm인 기자에게는 운동장이다.<사진=이지완 기자>

그랜드 체로키 L이 플래그십 모델이라고 하지만 지프의 오프로드 DNA는 그대로 유지한다. 그랜드 체로키 L을 부드럽지만 강력하다고 말하는 이유다. 오프로드의 강자로 불리는 지프의 노하우가 집약된 쿼드라-트랙 II 4X4 시스템은 2.72:1 기어비의 낮은 토크 제어로 오프로드 기동성을 극대화한다. 다수의 센서가 사전에 토크 분포를 조정해 미끄러운 노면에도 즉각 반응한다. 지프의 특징 중 하나로 주행 조건에 따라 5가지 주행 모드를 선택할 수 있는 셀렉-터레인 지형 설정 시스템도 당연히 적용됐다.

플래그십 모델에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사운드 시스템도 따져보면 좋을 것 같다. '매킨토시'(McIntosh)사가 그랜드 체로키 L만을 위한 사운드 시스템을 디자인해 공급했다고 한다. 19개의 스피커가 들려주는 음질이 제법이었다.

지프 브랜드 최초로 SK텔레콤의 내비게이션인 'T맵'을 장착한 점도 긍정적이다. 국내 소비자들을 위한 지프의 노력이 고마울 따름이다. 요즘 많이 활용하는 애플 카플레이와 안드로이드 오토는 무선으로 연결이 가능하다.

이밖에 어댑티브 크루즈 컨트롤 스톱&고, 풀-스피드 전방 충돌 경고 플러스 시스템, 보행자 및 자전거 감지 긴급 브레이킹 시스템, 액티브 레인 매니지먼트 시스템, 파크센스 전/후 센서 주차 보조 시스템, 360도 서라운드 뷰 카메라 등의 편의 및 안전 기능도 기본 적용됐다. USB 케이블도 1~3열에 각각 4개씩 있어 전자기기 연결에 대한 고민은 없을 것 같다.

아쉬운 점은 주행 보조 기능이다. 상위 트림인 서밋 리저브는 자율주행 레벨2 수준으로 차선 중앙 유지 기능이 포함된다. 반면, 하위 트림인 오버랜드에는 차선 이탈을 방지하는 기능만 있다.

지프 그랜드 체로키 L 시승 후 계기판을 보니 평균 연비가 8.2km/L로 나왔다. 연비가 안 좋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제법이다.<사진=이지완 기자>

대형 SUV 구매 고려 시 걱정되는 연비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실제 주행해보니 공인 연비 이상을 보여줬다. 고속도로와 도심주행이 섞인 약 150km 거리를 달린 이번 시승에서 8.2km/ℓ의 연비가 나왔다. 그랜드 체로키 L의 공인 연비는 7.7km/ℓ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완 기자 / lee88@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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