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 현실화…실효성은 ‘갑론을박’

시간 입력 2022-01-08 07:00:02 시간 수정 2022-01-07 10:3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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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11일 공운법 개정안 국회 본회의 상정될 듯
올 하반기 중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시행 가능성 높아

이달 중 공공기관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유력해지면서 공공부문의 노동이사제 도입이 현실화되고 있다. 노동이사제는 근로자 대표가 기업의 이사회에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로,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다.

주요 공공기관들은 이미 근로제 이사회 참여제를 운영하고 있어 노동이사제 시행에 따른 큰 혼란은 없을 것이란 입장이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이나 지침 등이 확정되는 대로 관련 규정을 정비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노동이사제가 공공기관의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는 순기능을 인정하면서도 특정 노동조합의 목소리만 반영되면 오히려 경영 효율성이 저해될 수 있는 점을 지적한다.

◇이르면 올 하반기 본격 시행…‘국정과제’로 첫발 뗀 지 4년만

8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11일 노동이사제 도입 근거를 담은 공운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에 상정될 전망이다.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국무회의, 법 공포 등을 거친 뒤 6개월 후 시행된다. 이에 따라 이르면 올 하반기부터 공기업·준정부기관은 근로자 대표 1명을 비상임이사로 선임하고, 이사회 참석 및 의결권을 보장해야 한다.

노동이사제는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다. 2017년 문 대통령 취임과 함께 ‘100대 국정과제’로 선정됐다. 도입 취지는 공공기관 지배구조 개선의 일환이다.

이후 2020년 김경협·김주영·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노동이사제 도입 근거를 담은 각각 법안을 발의했지만 한동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다 최근 여야 대선 후보자들이 노동이사제 도입에 찬성 의사를 나타내면서 입법에 속도가 붙었다.

지난 5일 여야는 공기업·준정부기관에 3년 이상 재직한 근로자 중 근로자 대표 추천이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얻은 1인을 비상임이사로 선임하는 개정안에 합의했다. 비상임이사에게는 발언권과 의결권이 주어진다.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 시행’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시행 대비 ‘이상무’

공공기관들은 그간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를 운영하는 방식으로 노동이사제 시행을 대비해 왔다. 정부가 2019년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공공부문의 추진전략’을 발표하고,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의 단계적 도입을 공식화한데 따른 것이다. 현재 울산항만공사, 인천항만공사, 한국도로공사, 인천국제공항공사, 한국토지주택공사(LH) 등 다수 기관들이 이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울산항만공사는 2020년 9월 공운법이 개정되는 대로 상호 협의 하에 노동이사제를 적극 도입하겠다는 내용의 노사 단체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울산항만공사 관계자는 “향후 노동이사제 시행령이나 제반 지침이 마련되는 대로 이에 맞춰 노동이사 임명을 위한 항만위원회 운영 규정 정비를 위한 논의에 나설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천항만공사는 2019년부터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를 운영해왔던 만큼 노동이사제가 곧바로 시행되더라도 큰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인천항만공사 관계자는 “그간 노조와 연관된 안건이 논의되는 이사회에 근로자 대표가 참여해 발언권을 행사하도록 제도를 운영해왔다”며 “기존 경험을 토대로 노동이사제 시행 시 혼선이 없도록 준비해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해부터 근로자 이사회 참관제를 시행하고 있는 LH도 정부 지침에 발맞춰 대응할 계획이다. LH 관계자는 “개정안이 공포된 이후 6개월 후 시행되는 만큼 준비 시간을 갖고, 정부 가이드라인이 발표된다면 이에 맞춰 내부 규정을 손보는 작업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투명경영 제고 vs 노조 이익만 관철”…실효성 놓고 의견 엇갈려

전문가들은 노동이사제 도입에 따른 실효성에 대한 엇갈린 반응을 보이고 있다. 긍정적인 반응은 제도가 도입되면 근로자의 목소리가 직접 이사회에 반영돼 공공기관의 경영 투명성이 제고될 수 있다는 점이다.

김성희 고려대학교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노동이사는 재직 중인 기관에서 오랜 시간 근무를 해야 하고, 기존 사외이사들보다는 보다 책임감을 갖고 이사회에서 권한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면서 “특히 공공성, 사회적 책임 등이 강조되는 공공기관에서는 근로자가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해 감시, 견제의 역할을 수행하는 제도의 순기능이 더 발휘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에 반해 노동이사제가 노조의 목소리만을 대변하며 ‘반쪽짜리 제도’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김대종 세종대학교 교수는 “우리나라 전체 근로자 중 노조에 가입한 이들은 전체의 10% 밖에 되지 않는데, 노동이사제는 자칫 이 10%을 위한 제도로 이용될 수 있다”면서 “결국 조직 전체보다는 노조의 이익이 추구되는 방향으로 얼마든지 제도가 운영될 수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공공기관의 노동이사제 운영 경험이 축적되기 전까지는 시행착오가 불가피하다는 신중론도 있다. 오계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전문 직책을 보유하고 있거나 공공기관 경영과 관련해 잘 아는 인물이 아닐 경우 제도의 취지를 살리기 힘들 것”면서 “전문성이 결여되면 근로자 대표가 자칫 경영진의 거수기로 전락해 견제를 제대로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솜이 기자 / cotto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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