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유동성 비율 낙폭 2000%…‘제2의 ELS 사태’ 재연 우려

시간 입력 2022-04-12 07:00:02 시간 수정 2022-04-11 18:2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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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대형 IB 유동성 비율 125%…NH투자증권 가장 낮아
공모채로 위기 해결 모색…조달비용 증가로 고민 가중

국내 증권사들의 유동성 비율이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유동성 비율은 기업의 현금동원 능력을 판단하는 지표이며, 증권사들의 재무구조 안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척도가 된다. 

이같은 유동성이 위축되면서 예전 주가연계증권(ELS) 등 파생금융상품 대량 손실로 인해 겪었던 마진콜 사태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에 증권사들은 공모채 발행을 늘리며 유동성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증권사, 시장 변동성 영향에 유동성 위축

1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증권사 47개사 유동성 비율은 평균 964%를 기록했다. 금융당국 권고치인 100% 이상은 웃도나 문제는 감소폭이다. 1년 전 대비 무려 2020%포인트나 줄어든 것이다. 이는 금융투자업계 변동성으로 인해 현금성 자산이 줄어들고, 단기부채는 늘어난 결과로 해석된다.

유동성 비율은 만기가 3개월 남은 유동자산과 부채를 나눈 값을 가리킨다. 유동자산은 주로 단기간내 환금이 가능한 현금성 자산이며 국공채, 회사채, 양도성 예금증서(CD), 환매조건부채권 (RP)등이 포함된다. 유동성 부채는 매입채무, 단기차입금 등 단기부채를 가리킨다.

앞서 지난 2017~2020년 국내 증권사들의 평균 유동성 비율은 △2017년 1846% △2018년 2102% △2019년 2427% △2020년 2984% 등으로 지속적으로 증가해왔다. 특히 지난해에는 3000%에 육박할 정도로 크게 상승했다. 이는 2020년 ELS 대량 손실로 인한 마진콜(추가 증거금 요구) 사태가 발생하자 국내 증권사들이 현금성 자산을 대폭 늘리는 등 유동성을 유입시킨 결과로 볼 수 있다.

2020년 초 증권사들은 ELS를 총 48조원 규모로 발행했다. 이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해외지수가 폭락했으며 해외 파생상품 마진콜이 하루 1조원 이상 들어오는 등 유동성이 급격하게 위축됐다.

당시 증권사들은 위기를 넘기기 위해 기업어음(CP), RP, 전기단기사채 등을 대거 발행시켜 현금성 자산을 대폭 늘리려는 시도를 감행했다. 이로인해 단기금융상품 시장 공급 및 수요에 이상이 생겨 조달금리가 급등하는 등 부작용도 발생했다.

금융당국도 ELS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파생결합증권 시장 건전화 방안’을 발표하는 등 규제수위를 높였다. 특히 원화 유동성 비율에 대해서는 최종만기(통상 3년)가 아닌 조기상환(통상 3~6개월) 시점을 기준으로 유동부채를 산정하도록 했다. 

◇초대형 IB 중 NH투자증권, 유동성 비율 120% 최저

(왼쪽부터) 국내 초대형 IB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사진=각 사>

초대형 IB(투자은행) 중에서 평균 유동성 비율이 가장 낮은 곳은 NH투자증권이다. NH투자증권의 지난해 유동성 비율은 120%를 기록했다. 또다른 초대형 IB들의 유동성 비율을 살펴보면 △삼성증권 122% △한국투자증권 123% △KB증권 125% △미래에셋증권 137% 등으로 큰 차이가 없다.

비교적 저조한 유동성 비율을 기록한 초대형 IB들은 올들어 공모채 발행을 늘리는 등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NH투자증권의 경우 지난달 31일 공모채 수요예측에서 9400억원의 자금이 몰렸다. 당초 2000억원 규모의 모집금액 대비 5배에 가까운 흥행성적을 기록한 것이다. 3년물(1500억원 모집) 7000억원, 5년물(500억원 모집) 2400억원의 자금이 몰리며 3년물 3300억원, 5년물 700억원으로 4000억원까지 증액발행했다.

앞서 미래에셋증권은 지난 1월 3·5·7년물로 5000억원을, 삼성증권은 이달 8일 3·5년물로 3000억원을 각각 조달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조달비용 부담으로 인해 공모채 시장이 크게 확대되지 않을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기했다. 미국발 금리인상 기조로 인해 증권사 조달비용 부담은 그만큼 증가할 수 밖에 없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올해 5~6차례 1.5%포인트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되며 한국은행도 두차례에 걸쳐 0.5%포인트 추가 인상할 것으로 전망을 수정했다”며 “변동성이 유입된 시장에서 높아진 조달비용 부담을 감수할 증권사가 많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홍승우 기자 / hongscoop@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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