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원전설계단 해체 중단한 한전기술, 정작 비판한 직원들엔 ‘집단 징계’

시간 입력 2022-04-19 07:00:01 시간 수정 2022-04-19 08: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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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설단 조직해체 추진, 논란 일자 이틀 만에 ‘중단’
‘원설단 개편 반대’ 집단 성명서…‘질서 문란’ 징계 요구
“사내 민주적 토론 낼 수 있어” “비전·돌파구 제시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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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설계단(이하 원설단)을 해체하는 조직개편을 추진하려다 여론의 뭇매로 중단한 한국전력기술(사장 김성암)이 이번에는 조직개편을 반대한 직원들에 대해 집단 징계를 추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 ALIO에 등록된 한전기술의 ‘종합감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한전기술 감사실은 지난해 11월 15일 회사의 조직개편 추진을 반대하는 사내 집단 성명서에 대해 징계를 요구했다.

앞서 한전기술은 지난해 5월부터 원자로 설계 전담조직인 원설단을 4개 사업처(가동원전·열전소자·원자력융합·원자력사업)로 배치하는 ‘조직개편안’을 추진하려 했으나, 11월 19일 이에 대한 언론 보도 직후 논란을 받자 이틀 뒤인 21일 조직개편 추진을 전면 중단했다.

◇ “원천기술 훼손, 원전기술 경쟁력 저하”…‘직장 질서 문란’ 징계 요구

이 과정에서 원설단을 역임한 수석급 간부 등 원설단 직원 24명은 지난해 11월 15일 사내 인트라넷에 회사의 조직개편을 반대하는 집단 성명서를 게재했다.

이들은 성명서에서 “원전설계에 대한 인식 결여와 소통 부재로 조직개편을 추진하는 것은 원설단 조직 붕괴이자 원전설계란 원천기술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원전기술 경쟁력 저하와 개편 과정에서 발생할 원전 노하우 유실, 관련 직무의 유실 가능성을 이유로 조직개편안의 전면 철회를 요구했다.

반면 회사는 이들에 대해 ‘직장 내 질서 문란’과 ‘회사 업무 수행 저해’라 판단했다. 한전기술 감사실은 보고서에서 ‘과장·왜곡된 집단행동과 의사표시로 직장 분위기를 저해하고 질서를 문란하게 했다. 노조원 가입 대상도 아닌 이들의 집단적 행동은 경영진의 의사 형성, 정책결정과정에 영향력을 끼치려는 의도’라 지적했다.

◇ “일원화 컨트롤 타워로” vs “의견 제시를 ‘경영간섭’이라 확대해석”

한전기술 취업규칙에 회사의 체면 또는 신용을 손상시키거나 회사 규율 질서를 문란하게 한 직원에 대해선 인사위원회 심의를 거쳐 징계를 부과할 수 있으며, 중비위 또는 고의성에 따라 감봉까지 가능하다.

한전기술 관계자는 “미래 먹거리 창출과 지속 가능한 사업 집행, 회사의 경영혁신을 위해 조직개편을 추진했으나, 방향과 의도에 오해가 있었다”며 “기존 원자력본부와 원설단의 이원화 대신 일원화된 컨트롤 타워가 필요했다. 조직개편으로 원전 노하우를 잃거나 관련 직무가 소실되는 일은 전혀 없다”고 설명했다.

반면 일부 직원은 “회사에 대한 의견 제시를 경영 간섭이란 식으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매우 당황스럽다”며 “원설단의 주요 부분이 훼손될지 우려한 것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 “사내 민주적 토론·발언 가능해”, “원전 비전 제시했어야”

유은수 노무사는 “회사 외부로의 공표가 아닌 사내 민주적 토론으로서 충분히 반대 의견을 낼 수 있다”며 “근로자가 발언권을 내는 것은 노조원 또는 비노조원이란 신분으로 달라지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정동욱 중앙대학교 에너지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충분한 비전과 사업 돌파구를 제시하면서 조직개편을 점진적으로 추진했다면 반발이 적었을 것”이라며 “국내외적으로 원전이 재추진됨을 감안할 때, 원전 기술개발을 위한 조직화는 일원화보다 독자적 추진의 방식이 더 효율적”이라 말했다.

한편 한전기술은 감사실의 징계 요구 이후 사내 인사위원회를 통해 징계를 부과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관계자는 “내부 절차를 따라 조만간 징계위가 소집돼 처리될 예정”이라 답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현지용 기자 / hjy@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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