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금 80%가 증발?…조각투자, 덮어놓고 하다보면 ‘쪽박’

시간 입력 2022-04-19 17:46:51 시간 수정 2022-04-20 09:2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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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 인가 앞세운 안정성… 등록제 한계 드러내
‘반면교사’된 펀더풀 프로젝트 투자금 5억 중 4억원 손실 추정
“무조건적 수익 없어” 투자자, 선별적 접근 필요

최근 금융투자업계에서 조각투자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조각투자 플랫폼의 부실한 운영이 도마에 오르면서 초기시장의 한계를 지적하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투자자의 선별적인 접근 전략과 함께 당국의 적절한 규제 개입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조각투자는 고가의 자산을 지분형태로 쪼갠 뒤 여러 투자자가 공동으로 투자하는 것을 가리킨다. 투자범위는 명품 시계, 미술품, 부동산 등 실물자산뿐만 아니라 전시회, 영화, 음악 저작권 등까지 가능해졌다.

펀더풀이 지난해 12월부터 올 4월초까지 진행한   <로이 리히텐슈타인展-눈물의 향기> 프로젝트 투자건이 -80% 손실을 기록했다. <사진=펀더풀 홈페이지>
펀더풀이 지난해 12월부터 올 4월초까지 진행한   <로이 리히텐슈타인展-눈물의 향기> 프로젝트 투자건이 -80% 손실을 기록했다. <사진=펀더풀 홈페이지>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K-콘텐츠 투자플랫폼 ‘펀더풀’이 진행한 프로젝트에서 투자자들이 손실을 봤다. 특히 이번 사태는 주최측의 부실운영 의혹이 구설수에 오른 만큼 책임소재가 가려질 전망이다. 

◇ 수익·안정 내세운 조각투자, 투자자 피해 이어져

펀더풀에서의 투자는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 형태로 이뤄진다. 투자자는 전시회, 영화, 드라마 등 국내 콘텐츠 관련 투자를 위해 설립된 프로젝트법인(SPC)을 통해 간접투자하게 된다.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얻어진 수익은 투자지분 만큼 정산받게 된다.

최근 펀더풀의 부실 운영이 지적되는 사례는 지난해 12월3일부터 올 4월3일까지 약 4개월간 진행됐던 <로이 리히텐슈타인展-눈물의 향기> 프로젝트이다. 손익분기점(예산)은 약 17억원으로 고지됐으며, 투자금은 전시제작비 및 홍보비 자금조달을 목적으로 쓰일 예정이었다. 주요 수익원은 전시 티켓 매출과 MD상품 판매, 오디오가이드 수입 등이다.

이번 프로젝트 투자자 모임에 따르면 투자자는 100~1000명, 펀딩으로 모은 금액은 목표 5억원을 초과한 5억640만원(101%) 정도로 추정된다.  펀더풀이 현재 추산한 손실폭이 -80%인 점을 감안하면 투자금 5억원 중 4억원이 사라졌다고 볼 수 있다. 

문제는 해당 프로젝트 자체가 부실하게 운영됐다는 의혹이다. 일부 투자자는 “가장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MD 상품이 4개월 전시 기간 중 1개월이 넘도록 판매되지 않았다. 이후에도 물량부족 문제 등이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전시회를 찾은 또 다른 투자자들은 “구매할 수 있는 MD상품이 없었다”며 “이월된 다른 아티스트 상품을 가져다 놓는 등 불성실한 태도로 일관했다”고 지적했다.

업체의 초기대응도 도마에 올랐다. 펀더풀은 프로젝트 진행 전 심사를 진행하면서도 정작 대규모 손실이 나자 제작사인 ‘메이드인뷰’에 책임을 떠넘겼다는 주장도 나왔다. 한 투자자는 “프로젝트가 손실에 대해 펀더풀에 문의하자 제작사에 책임이 있다는 답변을 들었다”며 “손실 복구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진행상황을 알 수가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프로젝트 심사까지 하면서 수익을 올릴 상품이 준비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몰랐겠나”고 덧붙였다.

펀더풀은 해당 프로젝트 감사를 요청하고 있으며 향후 전문회계법인을 통해 각 매출, 비용 항목을 확인 후 감사를 받을 예정이다. 이후 투자자 손실을 복구하기 위한 방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프로젝트 감사는 이르면 이달 중 완료될 것으로 보인다.

펀더풀 관계자는 “투자자 수익회복 방안에 대해 제작사인 ‘메이드인뷰’와 논의 중”이라며 “정산이 완료되는 오는 6월23일까지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대응할 것”이라고 해명했다.

◇ 조각투자 활성화 위한 당국 규제 완화로 ‘예고된 손실’ 지적

<사진=금융위원회, 연합뉴스>
<사진=금융위원회, 연합뉴스>

금융당국도 이같은 피해를 방관했다는 책임을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감독국은 온라인소액투자 시장활성화를 위해 중개업자는 등록만으로 사업영위가 가능하도록 하는 등 진입규제를 완화했다. 자기자본도 5억원 수준으로 낮게 설정했다. 

또한 온라인에서 단순중개업무를 수행한다는 점을 감안해 △준법감시인 선임 △경영건전성 △재무건전성 등에 대한 규제에서도 배제시켰다.

현재 국내 대다수 조각투자 플랫폼은 스타트업이고 업력이 짧다는 점에서 수익구조 위험도는 높은 편이다. 이에 투자자 보호체계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이나 적절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조각투자 손실사태는 비단 펀더풀에만 국한된 얘기가 아닐 것”이라며 “시장활성화를 위한 규제완화도 좋지만 계속된 문제로 부정적 인식이 생기면 안된다. 금융당국의 시정이 필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홍승우 기자 / hongscoop@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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