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기] "압도적 성능, 준수한 연비"…마세라티 기블리 하이브리드

시간 입력 2022-06-07 07:00:02 시간 수정 2022-06-03 17:3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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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연기관 모델보다 1000만원 이상 낮은 가격 매력
실내 디스플레이 10.1인치로 커져…터치반응 우수
쉬우면서도 날렵한 핸들링·세단 수준 정숙성 눈길

기블리 GT 하이브리드 주행 모습.<사진제공=㈜FMK>

세계 각국의 환경 규제 강화로 인해 고성능 내연기관차를 만들던 슈퍼카 브랜드의 전동화 전환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흐름이 됐다. 이탈리아 럭셔리카 브랜드인 마세라티도 예외는 아니다. 웅장한 배기음과 고유의 감성으로 탄탄한 마니아층을 확보한 마세라티는 레이싱 DNA는 유지하되 연비를 높인 하이브리드 모델을 내놓고 전동화 대열에 합류했다.

마세라티의 전동화 시대를 연 모델은 다름 아닌 기블리 하이브리드다. 부분변경을 거치며 사실상 기존 기블리 디젤을 대체하게 됐다.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가격이다. 하이브리드차는 보통 내연기관차보다 가격이 비싸지만, 기블리는 하이브리드 모델이 오히려 1500만원가량 더 싸다. 그래도 1억원이 넘는 가격 탓에 가성비라는 단어를 쓰기는 어려운 게 사실이다. 마세라티의 과감한 변화를 상징하는 기블리 하이브리드는 과연 어떤 매력을 품고 있을까.

3일 기블리 하이브리드를 타고 서울 강남에서 출발해 경기도 파주를 왕복하는 200㎞ 구간을 달렸다. 시승 차량은 기블리 하이브리드 GT 트림으로 GT Base(1억1560만원), GT(1억2450만원) 등 2개 트림 중 최상위 모델이다.

마세라티는 이번 부분변경을 통해 트림 분류 방식을 사양 기준에서 엔진 기준으로 바꿨다고 한다. 기블리 하이브리드 GT Base·GT를 비롯해 더 높은 배기량을 갖춘 6기통 가솔린 모델인 기블리 모데나(1억3900만원)와 기블리 모데나 S Q4(1억6350만원), 그리고 8기통 가솔린 모델인 기블리 트로페오(1억8450만원) 등 다양한 기블리 모델이 판매되고 있다.

외관은 누가 봐도 기블리다. 내연기관 모델과 제원이 같기 때문에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소소한 변화가 감지된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후면 테일램프에 장착된 부메랑 모양의 LED 클러스터다. 매끈하고 세련된 모습이다.

측면은 브레이크 캘리퍼와 에어 벤트, 엠블럼을 블루 컬러로 처리해 새로운 느낌을 준다. 전면 그릴은 말 그대로 우아하다. 변화의 폭은 작지만, 삼지창 모양의 마세라티 로고가 한층 돋보인다.

실내의 틀도 내연기관 모델과 같다. 대신 시트 등에 적용된 스티치 컬러가 레드에서 블루로 바뀌면서 친환경적인 분위기를 물씬 풍긴다. 실내 계기판에는 배터리 잔량과 에너지 흐름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기능이 새롭게 추가됐다. 계기판 배경 컬러는 블루에서 블랙으로 바뀌었는데, 시인성이 더 좋아진 느낌이다.

실내 변화의 핵심은 센터페시아에 있다. 일단 디스플레이 크기가 8.4인치에서 10.1인치로 더 커졌다. 화질도 훨씬 선명해졌고 터치 반응도 더 빨라졌다. 1열 시트는 통풍과 열선, 메모리 기능을 지원한다. 2열 공간은 좁아 보이지만, 실제로 타보면 큰 불편함은 없다. 단, 3m에 달하는 축거 대비 다리 공간이 넉넉한 편은 아니다.

기블리 GT 하이브리드 측면.<사진제공=㈜FMK>

기블리 하이브리드에는 2ℓ 4기통 터보차저 가솔린 엔진과 ZF 8단 자동변속기, 그리고 48V 마일드 하이브리드 시스템이 조합된다. 시스템 합산 최고출력은 330마력, 최대토크는 45.9㎏·m다. 핸들 왼쪽에 있는 시동 버튼을 누르자 거친 배기음을 토해낸다. 내연기관 모델처럼 우렁찬 수준은 아니지만, 마세라티 특유의 배기 사운드는 그대로다.

가속페달을 밟고 주행을 시작하면 고급 세단 못지않은 정숙성을 보여준다. 마치 벤츠 E클래스나 BMW 5시리즈를 타는 듯하다. 가다서다를 반복하는 도심 구간에서 시동이 꺼졌다가 켜지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진동을 잡아내는 능력도 수준급이다. 발진 가속 시 느껴지는 우수한 밸런스와 민첩한 움직임, 탁월한 제동력도 좋다.

핸들링은 날렵하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코너 구간에서 핸들을 빠르게 돌려도 차체가 한 덩어리처럼 묵직하게 움직이기 때문에 방향 전환도 쉽다. 변속은 매우 민첩하다. 핸들 뒤에 있는 패들 시프트를 당겨 기어를 올리고 내릴 때 반응하는 속도가 제법 빠르다. 시속 200㎞를 우습게 찍는 폭발적인 가속력도 인상적이다.

시승을 마친 후 최종연비는 10.4㎞/ℓ가 나왔다. 기블리 하이브리드의 공인 복합연비는 8.9㎞/ℓ다. 일반 하이브리드 모델이 아닌 마일드 하이브리드 모델인 점을 감안하면 준수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세라티의 전동화 전환은 이제 시작 단계이지만, 꿈은 원대하다. 마세라티는 2025년까지 전기차 라인업을 완성하고 2030년부터는 전기차만 판매할 계획이다. 다른 슈퍼카 브랜드보다 한발 빠른 전동화에 나선 마세라티가 새로운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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