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 판결 후폭풍…현대차·기아 임단협 가시밭길 걷나

시간 입력 2022-06-09 17:57:25 시간 수정 2022-06-09 17:5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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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피크제 무효' 대법원 판단 이후 협상 카드 급부상
노조, 임금피크제 폐지 및 정년 만 61세로 연장 요구
사측, 고정비 부담에 난색…임단협 타결 난항 예상

현대자동차·기아가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교섭에 돌입한 지 불과 한 달여 만에 '임금피크제 폐지'라는 암초에 직면했다. 최근 나이만을 기준으로 임금을 깎는 임금피크제를 무효로 본 대법원의 판결 이후 임금피크제 폐지를 통한 정년 연장이 노사 간 하투(夏鬪)의 핵심 쟁점으로 급부상했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 노사가 정년 연장 외에도 기본급 인상, 성과급 분배 등 사안을 놓고 팽팽히 대립하고 있는만큼 올해 임단협 타결까지 난항이 예상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노사는 이날 올해 임단협 타결을 위한 8차 단체교섭에 돌입했다. 이번 단체교섭은 정규직 충원 등을 골자로 한 노조의 별도 요구안을 놓고 진행된다. 앞서 지난달 10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올해 임단협을 진행 중인 현대차 노사는 이달 8일 7차 단체교섭을 진행했지만, 의견차를 좁히지 못했다. 현대차 노조는 향후 사측과의 추가 교섭을 통해 인력 충원, 정년 연장, 고용 안정 등을 본격적으로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기본급 월 16만52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순이익 30% 성과급 배분 등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해 기본급 인상액(월 7만5000원)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성과급의 경우 지난해 순이익의 30%(1조7079억원)를 전체 직원 수(7만1982명)로 나누면 1인당 2373만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현대차 노조가 올해를 공동 투쟁의 원년으로 삼은 만큼 기아 노조 역시 같은 내용의 요구안을 내놓은 상황이다.

특히 대법원이 지난달 말 합리적인 이유 없이 연령만을 고려해 임금을 삭감하는 임금피크제를 무효로 판단하면서 현대차·기아 노사의 갈등은 격화되고 있다. 현대차·기아 노조가 대법원 판결 이후 임금피크제 폐지를 통한 정년 연장을 협상 카드로 꺼내 들었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는 정년연장법이 시행된 2016년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해 운영하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차·기아 직원은 만 59세가 되면 임금을 동결하고, 만 60세가 되면 임금의 10%가 줄어든다. 현대차·기아 노조는 현재 운영 중인 임금피크제를 아예 없애고, 국민연금 수급 시기와 연계해 정년을 만 61세까지 연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안현호 현대차 노조지부장이 지난달 25일 울산공장 본관 앞 잔디밭에서 열린 '2022년 임금협상 승리를 위한 출정식'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제공=연합뉴스>

이와 관련해 현대차 노조는 대법원 판결 직후 소식지를 통해 "사측이 임금피크제를 적용한 이후에도 기존의 업무 강도, 근무 시간 등에 차이가 없어 다툼의 요소가 있다"며 "올해 임단협 단체교섭을 통해 임금피크제를 철폐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안현호 현대차 노조지부장은 이달 3일 진행된 6차 교섭에서 "시기에 연연하지 않겠다. 회사의 결단이 없다면 끝까지 간다"며 강경 투쟁을 예고하기도 했다.

반면 올해 임단협을 빠르게 매듭지어야 하는 현대차·기아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차량용 반도체 부족, 원자재 가격 상승, 공급망 불안 등 대내외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는 만큼 수익성 개선을 위해서는 고정비 부담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발 빠른 전동화 전환을 위해 연구개발(R&D) 인력을 늘려야 하는 현대차·기아로서는 생산직의 정년을 연장하면 급여 등 고정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가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건 2013년 정부가 근로자 정년을 60세로 연장함에 따라 늘어난 인건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자구안의 성격이 강했다"며 "임금피크제 폐지는 과거에도 여러 차례 나왔던 주장이지만, 최근 전기차 전환으로 고용 안정이 화두로 떠오르면서 노조가 강경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이어 "현대차가 이번 대법원 판결을 감안해 현행 임금피크제를 일부 수정할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부분"이라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3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올해 임단협 스타트를 끊은 르노코리아자동차 노사도 임금피크제 폐지를 두고 줄다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르노코리아의 임금피크제는 만 54세부터 적용되는데, 매년 임금이 10%씩 깎이는 구조다. 임금피크제를 적용받지 않는 한국지엠 노조는 국민연금을 받기 전까지 일할 수 있도록 정년을 연장해달라고 사측에 요구하고 있다. 재매각을 진행 중인 쌍용차의 임단협 주기는 3년으로 올해 임단협 교섭을 하지 않는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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