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SUV 가격 1년 새 400만원 더 올랐다

시간 입력 2022-08-19 17:25:05 시간 수정 2022-08-19 17:2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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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1대당 가격 현대차 391만원·기아 383만원 상승
핵심 원자재 가격 폭등·고수익 차종 중심 판매 영향
연식변경 모델 가격 인상 현실화·소비자 부담 가중

현대차·기아가 국내에서 판매 중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1대당 가격이 1년 새 400만원 가까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차량 제조에 들어가는 원가 부담이 가중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일명 ‘카플레이션’으로 불리는 차량 가격 인상이 장기화하고 있는 만큼 하반기 신차 구매를 앞둔 소비자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19일 현대차·기아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의 국내 SUV 평균 판매가격(ASP)은 지난해 상반기 4200만원에서 올해 상반기 4591만원으로 391만원(9.3%) 올랐다. 같은 기간 기아의 국내 SUV ASP도 3891만원에서 4274만원으로 383만원(9.8%) 상승했다.

현대차·기아가 미국, 독일 등 해외에서 판매하는 SUV의 가격 인상 폭은 더욱 가파르다. 환율 인상분이 차량 판매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대차의 해외 SUV ASP는 지난해 상반기 5253만원에서 올해 상반기 6174만원으로 921만원(17.5%) 증가했다. 이 기간 기아의 해외 SUV ASP도 4296만원에서 5017만원으로 721만원(16.8%) 늘었다. 그 결과 해외 SUV 1대당 가격 기준으로 현대차는 6000만원, 기아는 5000만원을 처음 넘어섰다.

현대차·기아의 ASP가 지난 1년간 급격히 상승한 것은 차량 제조에 필요한 핵심 원자재 가격이 오른 영향이 컸다. 현대차·기아가 매입한 알루미늄 1톤당 가격은 지난해 2480달러(약 329만원)에서 올해 상반기 3082달러(약 409만원)로 24.3% 상승했다. 같은 기간 구리 1톤당 가격도 9317달러(약 1237만원)에서 9761달러(약 1296만원)로 4.8% 올랐다. 철광석의 경우 149달러(약 20만원)에서 140달러(약 19만원)로 6% 하락했지만, 2020년(101달러·약 13만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고수익 차종인 제네시스, SUV 중심의 판매 전략도 현대차·기아의 ASP를 끌어올린 요인으로 지목된다. 현대차의 전체 판매 가운데 SUV 비중은 지난해 2분기 47.3%에서 올해 2분기 52.4%로 5.1%포인트 상승했다. 이 기간 기아의 SUV 비중도 56.5%에서 65.4%로 1년 새 8.9%포인트 올랐다. 특히 현대차·기아의 올 1~7월 미국 판매량은 83만1158대로 전년 동기 대비 12.9% 감소했지만, 제네시스 GV80·현대차 투싼·기아 스포티지 등 SUV의 선전 덕에 가격 방어에 성공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차량용 반도체 등 일부 부품 수급 차질과 생산 부족 영향 지속으로 도매 판매가 감소하는 흐름을 보였다”며 “고수익 차량 중심의 판매 구조, 인센티브 축소를 통한 ‘제값 받기’ 가격 정책, 우호적 환율 효과 등으로 ASP가 오르면서 수익성을 개선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지난 7월 15일 국내에 출시한 ‘2023 아이오닉 5’.<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차·기아가 올해 하반기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완화를 예상하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악재 탓에 실적 방어를 위해서는 차량 가격 인상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는 내연기관차는 물론 전기차 등 전동화 모델의 생산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원자재 가격 상승분을 차량 가격에 지속적으로 반영할 계획이다.

현대차·기아의 이 같은 계획은 최근 출시한 연식변경 모델을 통해 현실화되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출시한 아이오닉5의 연식변경 모델인 ‘2023 아이오닉5’ 가격을 인상했다. 신형 아이오닉5 롱레인지 모델의 익스클루시브 트림 가격은 5410만원으로 기존보다 430만원 상승했다. 같은달 출시된 연식변경 모델인 현대차 ‘2023 투싼’ 1.6 가솔린 터보 모델의 프리미엄 트림은 231만원, 기아 ‘2023 스포티지’ 1.6가솔린 터보 모델의 노블레스 트림은 32만원 올랐다.

현대차·기아의 차량 가격 인상이 본격화되고 있는 만큼 하반기 신차 구매를 앞둔 소비자의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 신차에 대한 높은 수요 대비 낮은 공급으로 출고 대란이 지속되면서 소비자들의 불만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며 “대기 고객들이 계약을 취소하고 가격대가 비슷한 수입차 업체로 발길을 돌리는 경우도 늘어나는 추세”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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