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사 ‘소수점 거래’ 잇달아 실시…실효성은 “글쎄”

시간 입력 2022-09-29 07:00:10 시간 수정 2022-09-28 17:0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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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셋·NH 등 5개 증권사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 도입
분산투자 측면서 ETF 등 대체제 有…실효성 ‘갸우뚱’
“포트폴리오 투자 유도하는 식의 자산관리 서비스 논의돼야”

서울 여의도 증권가. <사진=연합뉴스>

국내 증권사들이 국내 주식을 소수점 단위로 거래할 수 있는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잇달아 실시했다. 주식 수를 단위로 주문을 넣는 것이 아닌, 금액 단위로 매매할 수 있게끔 거래 단위를 낮춰 주식 매매의 활성화를 유도하자는 취지다.

다만 국내 주식 시장 내 고가의 주식이 많지 않을 뿐더러, 개별 포트폴리오를 운용하는 데 편의성을 갖춘 상장지수펀드(ETF) 등 대체제가 있는 가운데 소수점 거래의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것으로 나타났다.

2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KB증권 △키움증권 △한화증권 등 5개 증권사는 지난 26일부터 국내 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실시했다. 이 외 삼성증권과 신한금융투자 등 20여곳의 증권사는 내년까지 순차적으로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앞서 금융위원회와 한국예탁결제원은 올 2월 국내주식 소수점 거래 서비스를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했다. 해당 서비스는 증권사가 투자자의 소수단위 매수주문을 취합하고 부족분을 자기재산으로 채워 온주를 취득한 뒤 해당 주식을 예탁결제원에 신탁하고, 한국예탁결제원은 신탁받은 주식에 기초해 다수의 수익증권으로 분할 발행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한국예탁결제원은 “투자자는 종목당 최소투자금액 인하로 우량주식에 대한 접근성이 확대되고, 주 단위가 아닌 ‘금액 단위’ 투자가 가능해져 적금과 같이 매월 일정 금액을 주식투자에 활용할 수 있게 됐다”며 “이번 국내주식 소수단위 거래 서비스 개시를 통해 △투자자 차원의 주식시장 접근성 확대 △증권사 차원의 혁신적인 금융서비스 제공 △증권시장 활성화 등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소수점 주식 거래 시행을 통해 고가 주식에 대한 접근성이 제고되고, 동시에 적은 금액으로 여러 주식에 투자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포트폴리오 투자에도 용이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 개인 투자자의 경우 다소 집중된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거나 거래가 잦은 경우들이 많은 만큼 이러한 투자 행태 개선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주식 중 비싼 가격에 거래되는 주식이 많지 않은 상황인 만큼 소수점 주식 거래 서비스의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재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 50만원 이상에 거래되는 곳은 △삼성바이오로직스(27일 종가 기준 75만7000원) △ 태광산업(70만원) △영풍(66만1000원) △LG생활건강(65만2000원) △고려아연(56만6000원) △삼성 SDI(56만4000원) △LG화학(54만8000원) 등 7종목에 불과하다.

김 연구위원은 “국내의 경우 해외와 비교했을 때 고가 주식이 많지 않고, 가격마저 해외 대비 고가라고 말하기에는 애매한 측면이 있다”면서 “이러한 측면으로 봤을 때 접근성 제고 효과가 크게 있지는 않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상장지수펀드(ETF) 등 분산투자가 가능한 대체 수단이 있다는 점도 실효성에 대한 우려를 더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각 포트폴리오로 분산 투자하게 될 경우 리밸런싱 등 다양한 종목들에 대한 관리를 해야 하며, 이에 따른 비용도 발생한다”며 “이미 ETF라는 편한 대체제가 있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이 소수점 주식 거래 서비스를 통해 투자를 많이 할지는 의문”이라고 설명했다.

향후 소수점 주식 거래 서비스가 투자자들에게 매력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포트폴리오 투자를 유도하는 방향으로 다양한 자산관리 서비스가 나와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된다.

김 연구위원은 “소수점 거래를 통해 지금까지 하지 못했던 여러 투자 방식들을 구현하게 됐다”며 “단순히 소수점으로 거래하는 것이 아닌, 다양한 투자 방식 구현을 용이하게 해 주는 방식이 제시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러 종목들을 한 번에 주문하거나, 종목과 금액을 입력할 시 나눠서 주문이 가능하게끔 하는 방안들이 논의돼야 할 것”이라며 “해외 소수점 거래 서비스에는 이미 해당 서비스가 시행되고 있는 만큼 국내 증권사에서도 이러한 서비스를 벤치마크 해 기대효과를 끌어올리는 방식으로 진행돼야 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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