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전기차 시장 공략 첫발 뗀 현대차…IRA 정면 돌파

시간 입력 2022-10-26 17:33:31 시간 수정 2022-10-26 17:3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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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플랜트 아메리카’ 내년 착공·2025년 완공 목표
그룹 차원 첫 미국 내 전기차 전용 공장…30만대 생산
미국 정부 IRA 강행 변수…규제 완화 없을 시 큰 타격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2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열린 전기차 전용 신공장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기공식에 참석해 기념 연설을 하고 있다.<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그룹이 미국 내 첫 전기차 전용 공장 설립을 위한 첫 삽을 뜨고, 현지 투자 의지를 다시 한번 내비쳤다.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부 시행령을 마련 중인 미국 정부를 의식해 발 빠른 움직임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의 전기차가 미국 시장에서 보조금 혜택을 통해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IRA 적용 유예 등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25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전기차 전용 신공장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기공식을 열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인류를 위한 진보’라는 비전을 실행하기 위한 최적의 장소, 최적의 파트너를 드디어 찾게 됐다”며 “신공장 ‘메타플랜트 아메리카’를 세계가 선망하는 최고 수준의 전기차 생산 시설로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HMGMA는 현대차그룹 차원의 첫 번째 전기차 전용 공장이다. 내년 상반기 착공에 들어가 2025년 상반기 완공 후 가동을 시작해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3개 브랜드의 전기차를 연간 30만대 양산할 계획이다. HMGMA가 이미 미국에서 생산 체제를 구축한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 기아 조지아 공장과 인접한 만큼 부품 조달, 공급망 관리 측면에서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할 전망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HMGMA는 같은 조지아주에 있는 기아 미국생산법인과 약 420km, 현대차 미국생산법인과는 약 510km 떨어져 있어 차로 각각 4시간, 5시간 거리에 있다”며 “다차종의 전기차를 탄력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현지 고객의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현대차그룹은 싱가포르 글로벌 혁신센터(HMGICS)에서 실증 개발한 제조 혁신 플랫폼을 HMGMA에 도입할 방침이다. 인공지능(AI) 기반 지능형 제어 시스템, 친환경 저탄소 공법 등이 포함된다. 예를 들어 인간과 로봇의 협업을 통해 근로자 작업 강도를 낮출 수 있고, 공정 내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물리적 방문 없이 원격으로 문제 해결이 가능하다.

현대차그룹이 55억달러(약 7조8600억원)를 투입해 미국 내 전기차 전용 공장 구축에 나선 것은 IRA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지난 8월 미국 정부가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에만 세액 공제 형태의 보조금 혜택을 주는 IRA를 발효하면서 현대차그룹은 최대 7500달러(약 1100만원)에 달하는 세제 혜택 대상에서 제외된 상태다. 현대차와 기아는 현재 미국에서 판매 중인 아이오닉5, EV6 등 전기차 전량을 국내 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HMGMA의 조기 착공에 돌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초 현대차그룹은 HMGMA를 내년 하반기 착공해 2025년 하반기 완공할 방침이었으나, 최근 내년 상반기 착공해 2025년 상반기 착공하는 것으로 계획을 변경했다. 현대차도 올해 말을 목표로 추진 중인 앨라배마 공장의 제네시스 GV70 전동화 모델 생산 시기를 최대한 앞당길 계획이며, 기아 또한 내년 하반기 조지아 공장에서 생산할 예정이었던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EV9 등을 조기 양산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미국은 현대차그룹이 결코 포기할 수 없는 핵심 시장이다. 올해 1~3분기 누적 기준 현대차는 미국에서 전년 동기 대비 142.3% 증가한 2만2418대의 전기차를 판매했다. 이 기간 기아 전기차도 322.2% 급증한 2만4677대 판매를 기록했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 글로벌 시장에서 323만대의 전기차를 판매해 시장 점유율 12%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이 중 약 30%인 84만대를 미국에서 판매할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가 미국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미국 정부의 IRA 강행은 천문학적인 피해를 불러올 수 있는 대형 변수”라며 “11월 미국 중간선거 이후 한국산 전기차에 대한 규제 완화 방안이 나오지 않을 경우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한편 현대차그룹은 글로벌 배터리 업체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배터리 셀 공장을 HMGMA 인근에 설립할 계획이다. 완성차뿐 아니라 배터리까지 전기차 제조와 판매에 필요한 안정적인 현지 조달 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합작 배터리 공장에서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 전기차에 최적화된 배터리 제품을 공동 개발에 양산하고, 높은 경쟁력의 전기차를 적시에 생산해 현지 판매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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