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몸 된 SUV”…1년 새 현대차 400만원·기아 200만원 올랐다

시간 입력 2022-11-22 17:50:47 시간 수정 2022-11-22 17:5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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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 1대 가격 현대차 401만원·기아 196만원↑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제조원가 부담 가중 영향
신차 수요 감소세 전환…카플레이션 완화 전망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국내에서 판매하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의 1대당 가격이 불과 1년 만에 400만원, 200만원씩 올랐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해 완성차 제조에 들어가는 원가 부담이 가중된 영향이다. 다만 고물가, 고금리 등에 따른 경기 침체로 신차 수요가 감소하고 있어 일명 ‘카플레이션’으로 불리는 차량 가격 인상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22일 현대차·기아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의 국내 SUV 평균판매가격(ASP)은 지난해 3분기 말 4208만원에서 올해 3분기 말 4609만원으로 401만원(9.5%) 올랐다. 같은 기간 기아의 국내 SUV ASP도 4140만원에서 4336만원으로 196만원(4.7%) 상승했다.

현대차·기아가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 판매하는 SUV의 가격 인상 폭은 더욱 가파르다. 환율 인상분이 현지 완성차 판매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이다. 현대차의 해외 SUV ASP는 지난해 3분기 말 5407만원에서 올해 3분기 말 6547만원으로 1140만원(21.1%) 올랐다. 이 기간 기아의 해외 SUV ASP도 4428만원에서 5518만원으로 1090만원(24.6%) 상승했다. 그 결과 해외 SUV ASP 기준으로 현대차는 6500만원, 기아는 5500만원을 처음 넘어섰다.

현대차·기아의 ASP가 지난 1년간 급격히 상승한 것은 완성차 제조에 필요한 핵심 원자재 가격이 오른 영향이 컸다. 현대차·기아가 매입한 알루미늄 1톤당 가격은 지난해 말 2480달러(약 336만원)에서 올해 3분기 말 2832달러(약 384만원)로 14.2% 상승했다. 같은 기간 철광석의 경우 149달러(약 20만원)에서 128달러(약 17만원)로 14.1% 하락했지만, 2020년(101달러·약 13만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수익성이 높은 SUV 중심의 판매 전략도 현대차·기아의 ASP를 끌어올린 요인으로 지목된다. 현대차의 도매 기준 글로벌 전체 판매량 중 SUV 판매 비중은 지난해 3분기 48.1%에서 올해 3분기 50.6%로 2.5%포인트 상승했다. 이 기간 기아의 SUV 비중도 58.7%에서 66.5%로 7.8%포인트 올랐다. 특히 현대차·기아의 올해 1~10월 미국 판매량은 121만559대로 전년 동기 대비 6.1% 감소했지만, 현대차 투싼·기아 스포티지·제네시스 GV70 등 SUV의 선전 덕에 가격 방어에 성공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높은 상품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고수익 차량 중심의 판매로 수익 구조 개선이 지속됐다”며 “전 지역에 걸친 강한 수요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4분기에는 반도체 등 부품 수급 개선과 연계한 공급 확대를 통해 판매 회복과 수익성 강화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현대차 아이오닉 6.<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차·기아는 적어도 올해 말까지 신차 수요가 증가세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최근 고물가, 고금리 등에 따른 경기 침체로 인해 소비 심리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소비자들의 신차 구매력이 빠르게 약화하고 있는 탓이다. 현재 현대차 100만대, 기아 120만대 등 총 220만대에 달하는 글로벌 백오더(주문 대기) 물량을 쌓아두고 있어 새로운 판매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업계에서는 신차 수요 감소로 인해 카플레이션 현상이 점차 완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실제로 국내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 심리는 올해 하반기 들어 크게 꺾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딜로이트그룹에 따르면 올해 8월 말 국내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 의향(VPI) 지수는 85.7로 지난해 9월 이후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딜로이트의 VPI는 향후 6개월 이내에 자동차를 구매할 의향이 있는 소비자 비율을 추적해 산출한 지수로, 100을 기준으로 강약을 판단한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미국, 중국 등 해외 시장을 중심으로 신차와 중고차의 가격이 내림세로 전환한 것은 자동차 수요 둔화 움직임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며 “현대차와 기아가 연식변경만 해도 가격이 치솟던 카플레이션 현상이 점차 해소되면 공급자 우위에서 다시 수요자 우위 시장으로 변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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