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러시아 공장 가동률 1년 새 90%p↓…생산 재개 ‘안갯속’

시간 입력 2022-11-30 17:52:20 시간 수정 2022-12-01 08:4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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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분기 기준 지난해 121.1%→올해 29.3% 하락
셧다운 장기화 영향…크레타 등 내수·수출 급감
가동 재개 불투명…“현지 시장 상황 예의주시 중”

현대자동차 러시아 공장의 가동률이 1년 새 90%p(포인트) 이상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차량용 반도체 부족,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악재로 인해 공장 가동이 완전히 중단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프랑스 르노와 일본 도요타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러시아에서 철수하는 ‘탈(脫) 러시아’ 흐름이 가속화하고 있는 만큼 현대차의 고민도 더욱 커질 전망이다.

30일 현대차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 있는 현대차 러시아 공장의 올해 3분기 가동률은 29.3%로 집계됐다. 지난해 3분기 러시아 공장 가동률(121.1%)과 비교하면 불과 1년 만에 91.8%포인트 하락한 수치다.

현대차 러시아 공장의 가동률 하락은 한국·북미·체코·터키·브라질 공장의 가동률 상승과 대조된다. 현대차 한국 공장의 가동률은 지난해 3분기 94.6%에서 올해 3분기 103.7%로 9.1%포인트 올랐고, 북미 공장 가동률도 지난해 3분기 76%에서 올해 3분기 92.8%로 16.8%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이 기간 유럽 핵심 생산기지인 현대차 체코 공장의 가동률은 84.3%에서 97.3%로 13%포인트 올랐고, 터키 공장 가동률은 85.5%에서 101.5%로 16%포인트 급상승했다. 현대차 남미 생산을 책임지는 브라질 공장의 가동률도 86.9%에서 97.3%로 10.4%포인트 올랐다. 다만 한국을 제외한 아시아 최대 생산기지인 인도 공장의 경우 94.2%에서 92.5%로 1.7%포인트 하락했다.

그 결과 현대차가 국내외에서 운영 중인 공장의 올해 3분기 평균 가동률은 95.2%로 지난해 3분기(92.2%)보다 3%포인트 상승했다. 현대차 러시아 공장의 가동률보다 3배 이상 높은 수치로, 한국·북미·터키·체코·브라질 공장의 가동률 상승분이 러시아·인도 공장의 가동률 하락분을 상쇄한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생산 물량이 많은 한국과 대부분 유럽 공장의 가동률이 큰 폭으로 개선된 점은 긍정적인 신호”라며 “러시아 공장 가동이 멈춰있는 만큼 생산 물량을 전환 배정해 완성차 공급 차질을 최소화하는 등의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대차 러시아 공장 전경.<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차 러시아 공장 전경.<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차 러시아 공장의 가동률이 30% 이하로 떨어진 것은 셧다운(가동 중단)이 장기화한 영향이 컸다. 현대차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비롯해 차량용 반도체 부족, 원자재 가격 상승 등으로 인한 부품난 심화를 감안해 지난 3월 러시아 공장의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 이후 지난 10월 1일부로 러시아 공장 가동을 완전히 중단했으며, 가동 재개 여부는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와 관련해 현대차 관계자는 “러시아 공장의 가동 재개 시점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고 전했다.

공장 가동률이 낮아지면서 현대차 러시아 생산법인(HMMR)의 내수 판매와 수출 실적도 직격탄을 맞았다. HMMR의 올해 1~10월 기준 내수·수출은 지난해 19만6211대에서 올해 4만3634대로 77.8% 급감했다. HMMR의 내수 판매는 지난 7월부터 10월까지 4개월 연속 0대에 그쳤다. HMMR은 솔라리스, 크레타 등 현지 전략형 차종을 생산해 현지에 판매하며, 러시아 인근 지역으로의 수출도 함께 담당한다.

HMMR이 극심한 생산·판매 차질을 겪으면서 수익성도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HMMR의 3분기 기준 매출은 지난해 2조3287억원에서 올해 8755억원으로 62.4% 감소했고, 순이익도 지난해 1346억원에서 1340억원으로 0.4% 줄었다. HMMR의 순이익이 지난해 상반기 1074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1778억원으로 65.5% 증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HMMR에 대한 투자와 현지 전략형 신차 출시를 연기하고, 러시아 공장 가동 재개를 위한 부품 수급과 원자재 매입에 집중하며 현지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하지만 러시아 공장 가동률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전으로 끌어올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앞서 현대차 러시아 공장의 지난해 가동률은 117.1%에 달했다. 지난해 생산능력은 20만대로, 이 중 생산실적은 23만4150대를 기록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매출에 부정적인 요인을 꼽자면 러시아와 관련된 변동성이 커져 자동차 시장 자체가 당분간 완전히 폐쇄될 수 있다는 점”이라며 “이 경우 현지에 자동차를 공급할 수 없어 애프터서비스 사업만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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