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서 잘나가는 현대차…내년 최대 변수는 ‘IRA 장벽’

시간 입력 2022-12-26 17:47:48 시간 수정 2022-12-27 12:4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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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진출 36년만에 1500만대 판매 돌파
전기차 전용 신공장 2025년 상반기 완공
3년간 IRA 영향 불가피…가성비 약화 우려

현대자동차가 세계 최대 자동차 시장인 미국에서 누적 판매 1500만대 고지를 돌파하며 압도적인 브랜드 파워를 입증했다. 한발 빠른 현지화 전략을 바탕으로 미국 내 세단·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 점유율을 꾸준히 높이고, 현지 전기차 시장 안착에 집중한 결과로 분석된다. 

다만 미국이 내년 북미산 전기차에만 보조금을 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본격 시행을 앞둔 만큼 현대차가 각종 악재를 뚫고 성장세를 유지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6일 현대차에 따르면 지난 21일(현지시간)을 기점으로 현대차 미국판매법인(HMA)의 누적 판매량이 1500만대를 넘어섰다.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한 지 36년 만의 대기록이다. 이 기간 현대차가 미국에서 가장 많이 판매한 차종은 아반떼(현지명 엘란트라)로, 1991년부터 올해 12월까지 353만대를 기록했다. 이어 쏘나타(314만대), 싼타페(191만대), 엑센트(136만대), 투싼(134만대) 순이었다.

현대차는 1986년 1월 울산 공장에서 생산한 소형 세단 엑셀을 수출하며 미국 시장에 첫발을 내디뎠다. 미국 진출 20년째인 2005년에는 미국 남부 앨라배마주에 첫 현지 생산 공장인 현대차 앨라배마 공장(HMMA)을 완공했다.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명예회장이 추진했던 현지화 전략의 결과물로, 정 명예회장은 최첨단 신기술·신공법을 적용한 HMMA에 설계부터 판매·서비스까지 ‘메이드 인 바이 USA’ 시스템을 구축했다.

그 결과 현대차는 HMMA를 발판 삼아 2007년 미국 누적 판매량 500만대를 돌파했다. 이후 2015년에는 1000만대, 올해 12월에는 1500만대를 달성했다. 특히 현대차가 미국 진출 이후 누적 판매량 500만대를 달성하는 데 21년이 걸린 반면 1000만대까지는 8년, 1500만대까지는 7년이 각각 소요되며 기간이 단축됐다. 20년 전인 2002년 2.2%에 그쳤던 현대차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올해 11월 기준 6%까지 상승했다.

현대차의 첫 번째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차의 첫 번째 전용 전기차 ‘아이오닉 5’.<사진제공=현대자동차>

현대차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의 전용 전기차를 앞세워 미국 시장 공략에 사활을 걸고 있다. 정몽구 명예회장의 바통을 이어받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내연기관차 시장의 ‘패스트 팔로워’에서 전기차 시장의 ‘퍼스트 무버’로 도약하기 위해 현지화 전략 추진을 가속화하고 있다.

정몽구 명예회장이 미국에 첫 현지 생산 공장을 지었던 것처럼 정의선 회장이 미국에 전기차 전용 공장 구축에 나선 것이 대표적이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10월 미국 조지아주 브라이언카운티에서 전기차 전용 공장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기공식을 열고, 세계 최고 수준의 전기차 생산 시설 건설을 공식화했다.

HMGMA는 1183만㎡(약 358만평) 부지에 연간 30만대의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는 규모로 지어진다. 현대차는 내년 상반기 공장 건설에 착수해 2025년 상반기부터 전기차 양산에 들어간다. 현대차그룹 차원의 첫 공장인 HMGMA에서는 현대차뿐 아니라 기아, 제네시스 등 3개 브랜드의 전기차를 생산한다. 다차종의 전기차를 탄력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 현지 고객의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할 방침이다.

특히 HMGMA는 HMMA를 포함한 미국 내 현대차그룹 생산 거점 3곳과 인접해 있어 부품 조달과 공급망 관리 측면에서 ‘규모의 경제’를 기대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랜디 파커 HMA 최고경영자(CEO)는 “현대차는 미국에서 전기차 라인업과 생산 규모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며 “올해 놀라운 성과를 거둔 만큼 내년과 그 이후에도 성장세를 유지하겠다”고 말했다.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조감도.<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조감도.<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다만 미국이 내년 IRA 본격 시행을 앞둔 점은 현대차가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북미 지역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세액공제 형태의 보조금을 지급하는 IRA의 영향으로 테슬라, 제너럴모터스(GM)와 달리 현대차 아이오닉 5 등 한국산 전기차는 관련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HMGMA의 조기 착공에 돌입하며 기민한 대응에 나섰지만, IRA의 규정이 완화되지 않으면 현대차가 향후 약 3년간 가격 경쟁력 약화 등 피해를 볼 수 있다고 업계는 우려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IRA를 통해 전기차 보조금 지급 대상을 북미 지역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로 제한하고 있는데, 이 규정이 내년에도 유지되면 현대차의 미국 전기차 신공장이 완공될 때까지 가격 경쟁력 면에서 우위를 점하기 힘들 것”이라며 “현대차뿐 아니라 한미 정부 차원에서도 협의에 속도를 내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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