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내년 중고차 시장 진출 ‘초읽기’…변수는 ‘고금리’

시간 입력 2022-12-28 07:07:00 시간 수정 2022-12-28 11:25:25
  • 페이스북
  • 트위치
  • 카카오
  • 링크복사

내년 1~4월 인증중고차 시범 판매…5월 개시
인증중고차 전용 시설·온라인 플랫폼 구축 중
할부 금리 인상에 구매 부담↑…시장 축소 우려

기아 인증중고차 디지털 플랫폼 콘셉트 이미지.<사진제공=기아>
기아 인증중고차 디지털 플랫폼 콘셉트 이미지.<사진제공=기아>

현대자동차·기아가 내년 중고차 시장 진출을 위한 막바지 준비 작업에 돌입했다. 소비자 중심의 중고차 사업을 가동하기 위해 인증중고차 전용 시설과 온라인 판매 플랫폼 구축에 한창이다. 다만 고금리 등에 따른 경기 침체로 인해 중고차 수요가 크게 줄어든 점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27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는 내년 상반기 인증중고차 판매 시범 사업을 시작할 계획이다. 중소벤처기업부가 올해 4월 내놓은 최종 권고안에 따라 현대차와 기아는 내년 1월부터 4월까지 각각 월 5000대 이내의 인증중고차를 시범 판매하고, 5월부터 중고차 판매 사업을 본격적으로 개시한다.

현대차·기아는 정밀한 성능 검사와 수리를 거친 후 품질을 인증해 판매하는 ‘제조사 인증중고차(CPO)’를 시장에 공급할 방침이다. 5년·10만km 이내의 현대차·기아 브랜드 차량 중 200여개 항목의 품질 검사를 통과한 차량을 선별한 후 신차 수준의 상품화 과정을 거쳐 판매하는 방식이다. 고객이 타던 차량을 직접 매입하고, 신차 구매 시 할인을 제공하는 보상 판매 프로그램 ‘트레이드 인’도 선보인다.

특히 현대차·기아는 인증중고차의 상품화를 위한 전용 시설을 구축한다. 우선 현대차는 품질 인증을 위해 매집 점검, 정밀 진단, 인증 검사 등 3단계에 걸친 중고차 품질 검사 및 인증 체계를 마련하고, ‘인증중고차 전용 허브기지(가칭)’를 설치할 계획이다. 해당 허브기지는 경상남도 양산시에 구축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차는 정밀 진단 후 정비는 물론 판금, 도장, 휠·타이어, 광택 등 내·외관 개선을 전담하는 상품화 조직도 운영할 계획이다.

기아는 중고차 성능·상태 진단부터 전시·시승 등 고객 체험까지 담당하는 인증중고차 전용 시설인 ‘리컨디셔닝 센터(가칭)’를 개소한다. 품질 확인과 정확한 인증을 위해 전기차 전용 워크베이를 포함한 최첨단 장비를 갖추고, 현대차와 같이 상품화를 전담하는 조직을 운영해 중고차의 상품성을 높일 방침이다. 리컨디셔닝 센터는 수도권 1개소를 시작으로 향후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최장 한 달간 차량을 체험한 후 최종 구매 여부를 결정하는 ‘선 구독 후 구매’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온라인 판매 플랫폼 구축에도 나선다. 현대차·기아는 온라인 판매 플랫폼을 통해 중고차 시세 정보와 매매 관련 통계 데이터 등을 투명하게 제공할 계획이다. 중고차 관련 통합 정보를 제공하고, 허위·미끼 매물을 모니터링하는 등 서비스가 핵심이다. 현재 운영 중인 구독 서비스와 연계한 통합 플랫폼으로 운영될 예정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소비자가 중고차 구매를 꺼리는 주된 원인이었던 판매자와 소비자 간 정보의 비대칭 해소에 기여해 중고차 시장에 대한 소비자 신뢰 제고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단, 중기부의 결정에 따라 중고차 시장 진출 이후에도 현대차·기아의 초기 판매 물량은 일정 기간 제한된다. 현대차와 기아는 내년 5월 1일부터 2025년 4월 30일까지 약 2년간 전체 중고차 판매량의 각각 2.9%와 2.1%에 해당하는 물량만 팔 수 있다. 2024년 5월 1일부터 2025년 4월 30일까지 현대차 최대 4.1%, 기아는 최대 2.9%의 물량을 판매 가능하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의 중고차 시장 진출을 계기로 ‘레몬 시장’ 문제가 해결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국내 중고차 시장은 구매자와 판매자 간 정보 비대칭으로 인해 소비자 피해가 다수 발생하는 대표적인 레몬 시장으로 꼽힌다. 중고차 판매업은 2013년 생계형 적합 업종으로 지정된 이후 영세 중고차 업체들을 중심으로 시장이 유지돼 왔지만, 약 9년 만인 올해 4월 중기부가 중고차 판매업을 생계형 적합 업종에서 제외하기로 하면서 대기업의 중고차 시장 진출이 가능해졌다.

하지만 내년 국내 중고차 시장의 규모가 올해보다 축소될 수 있는 점은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올해 들어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등으로 인한 신차 출고 대란으로 크게 늘었던 중고차 수요가 최근 급격히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 침체에 따른 연이은 금리 인상으로 고금리 흐름이 지속되면서 신차와 중고차에 대한 소비자들의 소비 심리가 꺾인 점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11월 중고 승용차 재고 대수는 11만2554대로 2013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자동차 할부 금리가 10%를 넘어섰고, 내년 여름까지 금리가 떨어질 특별한 이슈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고금리에 부담을 느낀 소비자들이 차량 구매를 미루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중고차 시장의 규모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댓글

[ 300자 이내 / 현재: 0자 ]

현재 총 0개의 댓글이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