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공사, 몇년전 부터 방음벽 화재위험 경고…“알고도 당했다”

시간 입력 2023-01-02 08:43:28 시간 수정 2023-01-02 08:4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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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음벽, 플라스틱-아크릴 재질 PMMA·PC 위주
도로공사·연구원, 2017년부터 ‘위험 ’경고 반복
5500개소, 1543km…“관리 없어 사실상 가연재”

지난 29일 오후 경기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연결고속도로의 북의왕IC 갈현고가교 방음터널에서 발생한 화재 현장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2경인연결고속도로 화재와 관련, 한국도로공사가 몇년 전부터 방음벽 재질로 인한 화재 문제에 대해 경고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29일 경기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연결고속도로의 북의왕IC 갈현고가교 방음터널에서 발생한 화재로 5명 사망, 41명 부상 등 인명피해가 발생했다.

이번 화재 사고에서 불길을 크게 일으킨 주범은 방음터널을 구성한 방음벽이다. 재질은 석유화학 제품이자 플라스틱-아크릴의 일종인 폴리메타크릴산메틸(PMMA) 또는 폴리카보네이트(PC)로 추정되고 있다.

PMMA·PC는 충격과 소음 저감에 우수해 이번에 화재가 발생한 제2경인연결고속도로 방음터널 등 도로 방음벽에 활용돼왔다.

하지만 PMMA의 경우 인화점이 약 280도로 인화점이 낮고, PC는 가연성이 높아 둘 모두 화재에 취약하다는 특성을 갖고 있다. 이 때문에 화재가 발생한 제2경인연결고속도로 구역의 방음터널은 방음벽의 뼈대가 되는 철골 구조물을 제외하곤 고열에 전소된 상황이다.

이와 관련,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PMMA는 여러 편리함이 있으나 화재에 취악하단 문제점이 그동안 계속 지적돼왔다”며 “국가 관리의 55개 방음터널, 지자체가 관리하는 방음터널까지 전수조사하고 공사 중인 방음터널이 화재 취약소재를 사용할 시 공사를 전면 중단할 것”이라 설명했다.

지난 29일 발생한 제2경인연결고속도로 방음터널이 화재 진압 후 드러낸 모습. 철골 구조물을 제외한 방음판·방음벽이 고열에 모두 녹아내렸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방음터널이 화재 등에 취약하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제기돼 왔다는 점에서, 정부 당국의 관리·감독 부재를 질타하는 목소리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도로공사는 지난 2017년 3월 ‘고속도로 방음터널 제연 및 피난방안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발간했다.

여기서 도로공사는 PMMA·PC 등 방음벽 재질과 관련 “터널 내부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할 경우 화염으로 인한 방음재의 용융·전소가 예상되고, 불완전연소로 유해가스 발생으로 터널 내 대피자들이 대피시 불리해 악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도로교통연구원도 2018년 12월 ‘고속도로 터널형 방음시설의 화재안전 및 방재대책 수립 연구’ 보고서에서 “도로 상부가 개방돼있는 방음벽과 달리, 일반·방음 터널 내 발생하는 화재사고는 밀폐된 공간 특성으로 짧은 시간 내 화염이 확산돼 화재·인명 사고가 발생하고, 화재 진압이 어렵다”며 “이에 대한 대비나 방재 대책이 제대로 연구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환경부의 ‘2021년 시·도별 소음·진동 관리시책 추진실적’ 자료에 따르면, 당해 기준 방음벽 설치 개소는 총 5500개소, 길이만 1543km에 달한다. 지역별로 가장 많은 곳은 △경기(1320개소, 393km) △서울(515개소, 173km) △경북(626개소, 152km) △경남(477개소, 122km)로 수도권과 경상 지역에서 가장 많았다.

전문가는 방음벽 화재 문제가 오래 전부터 방치돼왔고, 이에 대한 규정 미비와 관리·감독 부재로 피해가 커졌다고 지적한다.

공하성 우석대학교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방음벽은 방음등급만 있는 가연재라 보면 된다. 성능이 설치 후 3년밖에 못 가니, 불연 도료 등을 바르며 관리하지 않는다면 오랜 시간 방치된 후엔 화재에 매우 취약하다”며 “독일·일본처럼 불연재로 해야 하나 그러한 규정이 없고, 또 관리 규정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구 지하철 참사 이후 객실 내 재질은 달라졌으나, 방음터널은 현행법상 도로터널에 포함되지 않아 대피로·소화전 등 최소한의 방지시설도 없다”며 “화재시 PMMA·PC는 나무 등 가연성 물질보다도 유독가스가 크다. 전국의 민자도로·재정도로 모두 방음터널·방음벽에 있어선 같은 문제를 안고 있다”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현지용 기자 / hjy@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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