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전기차 보조금 국산차↑·수입차↓…美 IRA 규제 강화 ‘맞불’

시간 입력 2023-01-03 07:00:04 시간 수정 2023-01-02 18: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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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부, 전기차 보조금 차등 지급 방안 추진
사후관리 강화 차원 직영 센터 운영 등 기준
자국우선주의 기반 보조금 규제 강화 움직임

현대차 아이오닉6.<사진제공=현대자동차>

올해 국산 전기차와 수입 전기차 간 전기차 보조금 격차가 크게 벌어질 전망이다. 정부가 전기차 대중화로 인한 사후관리 강화 차원에서 직영 서비스센터 운영, 급속 충전기 설치 등 조건에 따라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유럽 핵심원자재법(CRMA) 등 글로벌 전기차 보조금 정책이 자국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만큼 정부도 맞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3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환경부는 최근 완성차 업체와 유관 기관을 대상으로 ‘2023년 전기 승용차 보조금 체계 개편안’ 초안에 대한 설명회를 진행했다. 환경부는 자동차 업계의 의견을 수렴 중이며, 관계부처 협의 등을 통해 조만간 최종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아직 확정된 것은 없지만, 최대한 빨리 보조금 개편을 마무리할 계획”이라며 “이달 중순에는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전기차 보조금 체계 개편의 핵심은 국고 보조금 상한 금액 축소와 지급 대상 확대 등으로 요약된다. 우선 환경부는 국고 보조금을 현행 최대 700만원에서 최대 680만원으로 20만원 낮추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대신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국고 보조금 100% 지급 대상인 전기차의 기준 가격을 5500만원 미만에서 5700만원 미만으로 200만원 상향 조정할 방침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보조금 전액을 받는 전기차의 기준 가격이 높아지면 혜택을 받는 차종이 많아져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넓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예를 들어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현대차의 중형 전기 세단 ‘아이오닉6’의 경우 국고 보조금 100%를 받는 트림이 기존 2개에서 4개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에는 아이오닉6 스탠다드 익스클루시브(5200만원)와 롱레인지 E-LITE(5260만원) 트림만 국고 보조금 전액을 받을 수 있었는데, 올해부터는 아이오닉6 롱레인지 AWD E-LITE(5510만원)와 롱레인지 익스클루시브(5605만원) 트림도 국고 보조금을 전액 받게 될 것으로 보인다.

앞서 환경부는 2020년 국고 보조금 전액 지급 기준을 충족하는 전기차의 기준 가격을 6000만원 미만으로 정한 이후 지난해 5500만원 미만으로 500만원 하향 조정했다.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가격을 낮추도록 유도해 소비자들의 구매 진입장벽을 낮추기 위해서다. 하지만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원자재 가격 상승 등의 여파로 인해 국산 전기차와 수입 전기차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오르고 있는 점을 감안해 기준 가격을 상향하기로 한 것으로 해석된다.

‘현대자동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조감도.<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특히 환경부는 올해부터 전기차 보조금 산정 기준에 ‘사후관리 체계’ 항목을 추가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직영 서비스센터 운영, 정비이력관리 전산시스템 운영, 부품관리 전산시스템 운영 등의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지에 따라 전기차 보조금을 차등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 같은 기준을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완성차 업체는 현대차, 기아, 르노코리아차, 쌍용차, 한국지엠 등 국내 완성차 5개사뿐이어서 수입 전기차보다 국산 전기차에 더 많은 전기차 보조금이 지급될 전망이다. 대부분 수입차 업체는 딜러사 또는 제휴 계약을 통해 서비스센터를 운영하고 있어 해당 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또한 최근 3년간 50kW급 전기차 급속 충전기를 100기 이상 설치한 완성차 업체에 보조금을 추가로 지급하는 방안도 이번 개편안에 포함됐다. 단, 전기차 완속 충전기 10기는 급속 충전기 1기로 간주한다. 현대차를 비롯해 수입차 업체 중에서는 벤츠와 테슬라만 이 기준을 충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V2L(Vehicle to Load)’과 같은 양방향 충전 기술을 탑재한 전기차에 인센티브를 추가 지급하는 내용도 담겼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전기차 가운데 V2L이 적용된 차종은 현대차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 기아 EV6, 제네시스 GV60 정도로 파악된다. 이들 전기차는 현대차그룹의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 기반의 전용 전기차다.

업계에서는 미국과 유럽이 자국우선주의를 바탕으로 전기차 보조금 규제를 강화하자 정부도 맞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1일 미국 IRA가 본격 시행되면서 북미 지역에서 생산되지 않는 한국산 전기차는 보조금을 받지 못하게 됐다. 아직 미국에 전기차 전용 공장이 없는 현대차·기아로서는 타격이 불가피한 셈이다. 미국 재무부가 지난해 12월 29일(현지시간) IRA의 전기차 세액공제 규정과 관련한 추가 지침을 공개하면서 현대차·기아의 리스 등 상업용 전기차가 세액공제 형태의 보조금을 받을 수 있게 됐지만, 가장 큰 걸림돌인 ‘북미 최종 조립’ 규정은 여전히 남아 있다.

일명 ‘유럽판 IRA’로 불리는 유럽 CRMA도 국내 자동차 업계의 새 변수로 급부상했다. CRMA에는 자국에서 생산된 리튬, 희토류 등 원자재가 사용된 전기차에만 보조금 혜택을 주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국산 전기차와 수입 전기차에 같은 기준을 적용해 보조금을 지급해왔는데, 최근 미국의 IRA를 비롯한 한국산 전기차 차별 문제가 발생하면서 맞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며 “전기차 사후관리 차원에서는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완성차 업체 간 형평성 논란이 일지 않도록 균형 잡힌 정책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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