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전망/지경초] ‘3高’에 내리막 걸은 금투업계⋯금리추이 변수 속 올해 ‘험로’ 예상

시간 입력 2023-01-17 07:00:00 시간 수정 2023-02-01 17:5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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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 인상에 ‘투심’ 위축…증권사 수수료수익 ↓
영업익 1조, 2021년 5곳→2022년 ‘全無’ 가능성
연준, 올해 긴축 예고…올해도 ‘비상 시국’ 전망
대형사, 리테일 강화·IB 재정비 등 타개책 강구

2020년과 2021년 짧은 봄을 맞았던 금융투자업계는 3고(고금리·고환율·고물가)현상이 ‘뉴노멀’로 자리하면서 2022년 들어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연초 러시아-우크라이나발(發) 전쟁에 따른 고물과 현상에 이어 금리 인상으로 인한 글로벌 인플레이션 등 대내외적인 불확실성이 커지며 증시에도 영향을 미쳤다. 엎친 데 덮친격으로 하반기에는 레고랜드 사태에 따라 단기자금 시장 경색까지 더해지며 악재가 거듭된 한 해를 보냈다. 투자자가 빠진 시장에 증권사들의 알짜 수익원으로 꼽히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까지 수익성과 건전성을 위협하는 뇌관으로 전락했다.

올해 역시 금융투자업계는 살얼음판을 걸을 전망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최종 금리 수준을 아직 예상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금리 수준이 시장 분위기 변화에 주효하게 작용하는 만큼 금리 인상 압박이 가해지는 상반기까지는 지속 약세를 보일 것이란 시선이 지배적이다.

◇ 급격한 금리 인상에 사라진 ‘투심’⋯투자자예탁금 1년 6개월 만에 최저치

지난해 초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위축된 실물경제는 6월 들어 시작된 미 연준의 급격한 금리 인상으로 인해 투자 심리마저 악화시켰다. 지난해 6월 미 연준은 28년 만에 금리를 0.75%p(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했다. 이후 연준은 4회 연속 같은 폭으로 금리를 인상했다. 

연준은 지난해 총 7차례의 금리 인상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미국의 기준금리는 1년 사이 4.25%포인트 상승했다. 이같은 인상 속도는 1980년 이후 가장 빠른 수준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 역시 지난해 총 7차례에 걸쳐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현재 기준금리는 연 3.25%로 전년(1.00%) 대비 2.25%p(포인트) 상승했다.

금리가 상승하자 투자자들의 투심 역시 빠르게 위축됐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2022년 코스피지수는 전년 대비 24.9% 하락한 2236.40p(포인트)로 장을 마감했다. 폐장일 마감 기준 코스피지수가 하락한 것은 2018년 이후 4년 만이다.

코스피시장 내 일평균 거래대금은 전년 대비 41.6% 하락한 9조원에 그쳤다. 같은 기간 일평균 거래량 역시 5억9000만주로 42.7% 감소했다. 1년 사이 반토막 난 수준이다.

특히 2022년 들어 거래대금은 분기별로 줄어드는 모습을 보였다. 올 1분기까지만 하더라도 11조1090억원에 달하던 일평균 거래대금은 2분기 9조7923억원으로 줄어들었다.

3분기에는 7조5876억원까지 감소하며 7조원대로 주저앉더니 4분기 역시 7조6824억원에 그치며 7조원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투자자예탁금 역시 지난 2020년 6월 이후 최저치를 다시 썼다. 2022년 12월 23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은 43조902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연중 최저치이자 지난 2020년 6월 2일 이래 1년 6개월 만에 다시 쓴 43조원대의 기록이다.

◇ 개미 이탈에 증권사 치명상⋯달라진 1조 클럽 분위기

투자자들이 주식시장에서 빠져나가자 증권사들의 실적을 견인하던 브로커리지(위탁매매) 수수료도 크게 쪼그라들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2년 국내 법인 증권사 47곳의 2022년 3분기 누적 기준 수탁수수료는 3조549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같은 기간 5조8020억원 대비 38.8% 가량 줄어든 수준이다.

특히 지난해 들어 증권사들의 수탁수수료는 매 분기마다 하향곡선을 그렸다. 1분기 1조3700억원이었던 수탁수수료는 2분기 1조1920억원으로 줄었으며, 3분기에는 1조721억원까지 떨어졌다.

이에 증권사들의 영업이익도 전년 대비 크게 줄었다. 2021년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어서던 증권사는 5곳(△미래에셋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 △NH투자증권)에 달했으나, 올해는 전무할 가능성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2021년 영업이익 1조를 달성했던 증권사 5곳의 2022년 3분기까지 영업이익은 △미래에셋증권 7558억원(전년 대비 39.57% 감소) △삼성증권 5510억원(-50.72%) △키움증권 5197억원(-45.89%) △한국투자증권 5050억원(-42.98%) △NH투자증권 3845억원(-63.73%) 등으로 집계됐다.

전년 대비 반토막 난 성적표를 받아든 가운데, 4분기에도 실적 개선세는 요원할 것으로 전망된다. 주요 증권사들의 4분기 영업이익 전망치는 △한국금융지주(한국투자증권) 2068억원 △미래에셋증권 2050억원 △키움증권 1605억원 △삼성증권 1542억원 △NH투자증권 1514억원 등이다.

3분기 누적 영업이익과 4분기 전망치를 합산할 경우 △미래에셋증권 9666억원 △한국투자증권 9057억원 △삼성증권 7082억원 △키움증권 6807억원 △NH투자증권 5619억원으로, 1조원을 넘어서는 곳은 없었다.

왼쪽부터 미래에셋증권 최현만 회장,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 박정림·김성현 KB증권 대표,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 <사진=각 사>

◇ 대형사 CEO, 올해 경영 상황에 입 모아 ‘험로’ 예상

올해 역시 금융투자업계의 실적 회복세를 기대하기에는 무리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미 연준이 통화정책의 강력한 긴축을 이어가야 한다는 의지를 재차 언급한 만큼, 향후 금리 인상의 기저 효과와 경기 침체 우려가 주식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주요 증권사의 CEO 역시 올해 상황이 악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각 증권사의 수장들은 신년사를 통해 올해를 ‘비상 시국’이라 평가하기도 했다.

최현만 미래에셋증권 회장은 신년사를 통해 “2023년에도 높은 시장 금리에 따른 투자심리 위축으로 어려운 비즈니스 환경이 지속될 것이라 예상된다”며 “각 조직은 견고한 성장을 위해 전사 리스크 관리에도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또 김상태 신한투자증권 사장은 “2023년은 우리에게 위기 상황을 넘어 ‘비상 시국’”이라며 “간절한 마음으로 고객을 위한 혁신에 박차를 가해 위기를 도약의 기회로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정림·김성현 KB증권 대표는 “2023년은 금리 인상의 여파와 경기침체의 진행으로 금융시장의 변동성과 실물 자산가치의 하락이 예상된다”며 “그 어느 때보다 어려운 경영환경이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는 “전세계 모든 기관들이 2023년 상반기를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위기의 시대가 도래한다고 예측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강 대표는 구체적으로 △팬데믹으로 시작된 실물·금융 복합위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으로 인한 신국제 질서 △금리인상 △인플레이션 등을 시장 악화의 원인으로 꼽았다.

업계에서도 금리 인상이 멈추기 전까지 증권사들의 실적 개선세는 쉽지 않을 것으로 봤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 특정 부문에 따라 각 증권사별로 실적의 차이를 보였으나, 금리 인상에 따른 주식거래대금 축소와 채권 손실 금리 상승 등으로 인해 전체적으로 시장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내년 상반기까지 금리 인상이 예고되는 만큼 긍정적으로 점치긴 어려울 것”이라며 “증권 업황의 개선세는 금리가 잡힌 이후에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왼쪽 상단부터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신한투자증권 본사 전경. <사진=각 사, 이지원 기자>

◇ IB 재정비·리테일 강화 나선 대형사

주요 증권사에서는 올해 시장 악화가 예고된 만큼 저마다의 타개책을 강구하고 있다. 부동산 PF가 이끌고 있던 IB 부문의 악화가 예고된 가운데 IB 부문의 재정비에 나서거나, 보다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위해 IB가 아닌 개인 고객 대상 비즈니스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미래에셋증권은 글로벌 IB부문 강화에 방점을 찍었다. 미래에셋증권은 연말 조직개편을 통해 현 5총괄 19부문체제를 5사업부 2실 20부문체제로 전환했다. 사업부체계를 구축해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동시에 IB사업부를 전문분야에 따라 재편해 급변하는 시장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도록 한 조치다.

또 자기자본투자(PI) 사업부를 신설해 금리, 주가 등 시장 변동성 확대에 대한 종합적 대응능력을 강화키로 했다. 아울러 글로벌 경영환경 변화에 대한 대응 역량을 강화와 해외법인을 연계한 글로벌 IB 사업 추진에 힘을 싣는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글로벌 사업부를 신설하고, 미래에셋그룹의 창업 공신인 조웅기 부회장을 글로벌 사업부 대표로 역임했다. 글로벌 사업에 보다 집중하고, 글로벌IB 기반을 견고히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한국투자증권도 IB그룹을 기존 3개 본부에서 4개 본부로 확대 개편했다. 기업공개(IPO) 및 PI본부와 M&A·인수금융본부 조직은 그대로 유지하고, 기존 커버리지본부는 2개 조직으로 확대했다.

삼성증권은 IB1부문 산하에 IB솔루션본부를 신설하고 공석으로 있던 IB1부문장 자리에 골드만삭스 출신 이재현 부사장을 영입하는 등 조직 개편에 나섰다. 우선 딜 소싱(투자처 발굴)을 관리하는 IB 솔루션본부를 신설했다. IB 솔루션본부 산하에는 코퍼레이트솔루션팀과 IB커버리지팀을 배치했다.

또 기존 세일즈&트레이드(S&T) 부문 내 자기자본투자(PI) 조직도 IB1부문에서 운영토록 했다. 기존 코퍼레이션 파이낸스(Corporate Finance) 팀은 어드바이저리팀으로 이름을 바꾸고 M&A팀을 흡수해 자문 기능을 더욱 강화했다.

신한투자증권도 IB 사업 경쟁력 제고에 나섰다. 기존 GIB(글로벌&그룹 투자은행) 그룹의 조직체계 정비를 진행하며 고객중심으로 핵심경쟁력과 전문성을 강화한다는 설명이다. GIB그룹은 GIB1그룹(Book Biz)과 GIB2그룹(ECM/DCM)으로 분리한다. 이를 통해 비즈니스 라인별 균형성장을 도모하고 경쟁력을 제고한다는 방침이다.

왼쪽부터 NH투자증권, KB증권, 하나증권 본사 전경. <사진=각 사, 이지원 기자>

반면 NH투자증권은 고객 중심의 사업구조 개편을 통한 리테일사업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한 방향으로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업무 효율성 제고 차원에서 리테일 부문의 WM 등 3개 영업 채널 간 협업체계를 위한 리테일사업 총괄 부문을 신설했다.

리테일 부문에서는 기존의 △WM △Namuh(나무) △PB(프리미어블루) 등 3개 채널의유기적 협업체계 구축을 위해 ‘리테일 사업 총괄부문’을 신설했다. 이는 각 채널간 정책조정을 통해 리테일 채널별 전문화 및 육성 전략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또한 기존 WM사업부 산하의 WM지원본부를 리테일 사업 총괄부문 산하의 리테일 지원본부로 변경했다. 이에 따라 △채널별 정책 조율 △중장기 전략 △가격정책 수립 등 리테일 공통 지원기능을 부여한다.

KB증권은 고객 중심의 금융투자플랫폼 경쟁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특히 ‘디지털’에 초점을 두고 플랫폼, 정보기술(IT) 조직을 통합한 ‘디지털부문’을 신설했다. 디지털부문 산하에는 플랫폼총괄본부를 신설하기도 했다.

아울러 온라인 브로커리지(BK) 전담 에자일(Agile) 조직인 ‘M-able Land Tribe(마블 랜드 트라이브)’와 자산관리 전담 ‘자산관리 Tribe(트라이브)’를 구성해 디지털 마케팅을 집중적으로 추진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자산관리Tribe는 온라인 자산관리 상품·서비스 혁신을 주도한다는 설명이다.

하나증권은 리테일 전문가인 강성묵 전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대표이사를 신규 선임했다. 강 대표의 지휘 아래 불안정한 금융시장 상황에서 IB에 편중돼 있는 하나증권의 업무 비중을 리테일·WM를 중심으로 고객 기반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이 내포된 결과다.

이와 함께 하나증권은 시장 상황에 발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리서치센터와 연금신탁본부를 CEO 직속으로 둔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기존 WM 그룹에 있던 리서치센터는 CEO 직속으로 이동했다. 아울러 손님자산운용본부와 연금사업본부에 나눠져 있던 개인 손님 자산관리 관련 부서들도 CEO 직속 연금신탁본부로 통합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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