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에 신차 계약 취소”…현대차·기아 출고 기간 확 줄어

시간 입력 2023-01-12 07:00:05 시간 수정 2023-01-11 17: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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싼타페·쏘렌토·GV80 출고 기간 단축
공급↑·수요↓…車 금리 인상 후폭풍
신차 구매력↓…판매 실적 영향 불가피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국내에서 판매 중인 인기 차종의 출고 기간이 올해 들어 대폭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차량용 반도체 등 부품난 완화로 인해 완성차의 생산과 공급이 늘어난 데다 높은 자동차 할부 금리 탓에 국내 소비자의 신차 구매 수요가 크게 줄어든 영향으로 풀이된다.

12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주력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 싼타페와 쏘렌토의 1월 기준 평균 출고 대기 기간이 지난해 12월 대비 최소 2개월, 최대 6개월 단축됐다. 출고 대기 기간은 소비자가 차량을 계약한 후 출고까지 걸리는 기간을 의미한다.

현대차의 중형 SUV인 싼타페 가솔린의 출고 기간은 지난달 8개월에서 이달 6개월로 2개월 감소했다. 같은 기간 싼타페 디젤은 5개월에서 3개월로, 싼타페 하이브리드는 20개월에서 16개월로 각각 2개월, 4개월 줄어들었다. 현대차의 중형 전기 세단인 아이오닉6도 18개월에서 16개월로 2개월 단축됐다.

기아의 중형 SUV인 쏘렌토 가솔린의 출고 기간은 지난달 10개월에서 이달 5개월로 5개월 줄어들었다. 이 기간 쏘렌토 디젤은 10개월에서 4개월로, 쏘렌토 하이브리드는 18개월에서 17개월로 각각 6개월, 1개월 감소했다. 기아의 첫 전용 전기차인 EV6 출고 기간의 경우 12개월로 변동이 없었다.

현대차·기아의 간판 SUV와 함께 대표 세단의 출고 기간도 단축됐다. 지난 한 달간 아반떼 가솔린의 출고 기간은 9개월에서 6개월로, 아반떼 하이브리드는 20개월에서 16개월로 각각 3개월, 4개월 감소했다. 국내 수요가 많은 그랜저 2.5 가솔린도 11개월에서 10개월로 1개월 줄어들었다. 같은 기간 K5 1.6 가솔린 터보는 9개월에서 5개월로, K5 2.0 가솔린은 7개월 4개월로 각각 4개월, 3개월 감소했고, K5 하이브리드는 12개월에서 8개월로 4개월 줄어들었다. K8 하이브리드도 9개월에서 7개월로 2개월 단축됐다.

지난해 말까지만 해도 전 차종의 물량이 부족했던 제네시스는 SUV를 중심으로 평균 출고 대기 기간이 단축됐다. G80의 출고 기간은 지난달 6개월에서 이달 4개월로 2개월 감소했다. 이 기간 GV70은 16개월에서 14개월로 2개월 줄어들었다. 특히 제네시스의 준대형 SUV인 GV80 2.5 가솔린 터보의 출고 기간은 30개월에서 18개월로 한 달 만에 12개월 단축됐다. GV80 3.5 가솔린 터보도 24개월에서 18개월로 6개월 줄어들었다.

현대차 대리점 관계자는 “최근 싼타페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과 쏘렌토 페이스리프트(부분변경) 모델에 대한 문의가 많다”며 “GV80의 납기일 변동에 대해 안내하고 있지만, 높은 할부 금리 때문에 계약을 취소하는 고객도 있다”고 말했다.

제네시스 GV80.<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기아 인기 차종의 출고 기간이 불과 한 달 새 크게 단축된 건 지난해 연이은 금리 인상으로 인해 올해 경기 침체가 본격화한 영향이 컸다. 일명 ‘카플레이션’으로 불리는 제조사의 차량 가격 인상 움직임에 더해 자동차 할부 금리가 연 최대 10%대로 치솟으면서 신차 계약을 취소하거나 구매를 미루는 등 국내 소비자의 구매력이 급격히 약화한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 완화 등으로 인해 제조사의 완성차 생산과 공급이 늘어난 점도 출고 기간이 빠르게 단축된 요인으로 지목된다.

업계에서는 국내 소비자의 신차 구매 수요 감소로 인해 당분간은 현대차·기아의 출고 기간이 줄어드는 흐름을 보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현대차·기아의 올해 글로벌 백오더(주문 대기) 물량이 지난해와 같은 수준을 유지할 가능성이 큰 만큼 연간 글로벌 판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다. 앞서 현대차·기아는 지난 3일 공시를 통해 올해 글로벌 시장에서 752만대의 차량을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는 지난해 글로벌 판매 목표인 716만대와 비교해 36만대(5%) 올려잡은 수치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공급 증가보다는 구매 수요 감소가 출고 기간 단축에 더 많은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면서 “자동차 할부 금리 폭등의 후폭풍으로 볼 수 있으며, 이 같은 흐름이 장기화하면 현대차·기아의 판매 실적에도 일부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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