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병두 거래소 이사장 “코리아 디스카운트 극복할 것…깜깜이 배당제 개선”

시간 입력 2023-01-31 17:56:27 시간 수정 2023-01-31 17:5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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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도약 위한 4대 미션·12대 과제 제시
“파생상품 개장 시간 8시 45분으로 앞당길 것”
깜깜이 배당제 개선…배당금액→배당기준일 확정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 폐지…“외인 접근성 제고”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사진=이지원 기자>

한국거래소가 올해 한국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하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이를 위해 파생상품시장 개장 시각을 15분 앞당겨 시장 접근성을 강화하고, 깜깜이 배당 문제를 개선하는 등 일부 제도를 손보겠다고 밝혔다. 뿐만 아니라 불공정거래 규율 위반자에 대해서도 보다 강화된 규제를 적용하겠다는 방침이다.

한국거래소는 31일 서울 여의도 소재의 한국거래소 서울 사무소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는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참석해 ‘자본시장의 더 높은 도약을 위한 한국거래소 핵심전략’을 발표했다.

손 이사장은 “지난해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복합 변수들로 인해 고물가·고금리·강달러 등 삼중고가 이어졌다”며 “시가총액과 거래대금, 기업공액(IPO) 주관총액 등 경제지표들도 전년 대비 크게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손 이사장은 “위기의 모습이 바뀐 만큼 긴 호흡으로 위기의 본질을 파악하는 등 대응 방식 역시 바뀌어야 할 때”라며 “지난해 힘들었던 만큼 올해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 판단하고 더 높이 도약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손 이사장은 올해 자본시장의 도약을 위해 △프리미엄 시장 △역동적인 시장 △신뢰받는 시장 △효율적인 시장 등 4대 미션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미션의 효과적인 달성을 위해 12대 역점과제들로 구체화했다.

우선 프리미엄 시장 도약을 위해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해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이를 위한 첫 번째 방안으로 파생상품 개장시간을 앞당기는 등 시장 접근성을 강화한다는 설명이다. 이에 따라 거래소는 오전 9시에 개장하는 파생상품시장의 개장 시각을 15분 앞당긴다는 방침이다.

‘깜깜이 배당’ 문제에 대해서도 손을 본다. 현행 기준으로는 배당기준일이 먼저 정해진 후 배당금액이 결정된다. 연말 배당받을 주주를 확정하고 다음해 봄 주주총회에서 배당금을 확정하는 구조다. 이에 따라 투자자는 배당금을 모르는 상태로 투자를 진행하고, 몇 달 뒤 이뤄지는 배당결정을 그대로 수용하게 돼 최종 배당금이 확정되지 않은 채 주식거래가 이뤄졌다.

이러한 제도 개선을 통해 향후 거래소는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도록 배당금액을 보고 투자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개선할 전망이다. 거래소는 배당절차가 개선될 경우 글로벌 투자자의 자금유입 등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에도 기여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증시의 낮은 배당성향이 점차 개선될 효과도 있을 것으로 봤다. 자본시장을 통한 지속적인 현금흐름(소득) 창출이 가능해질 경우 단기 매매차익 목적의 투자 대신 장기 배당투자가 활성화돼 증시변동성의 완화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거래소는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도를 폐지하고 외국인 장외거래를 유연화하는 등 외국인투자자의 국내시장 접근성 개선에도 나선다. 이 과정에서 거래소는 정부 및 유관기관과 적극 협의하겠다고 다짐했다.

언어장벽 역시 과감하게 허물며 투자자간 정보 비대칭 해소에도 적극 나설 계획이다. 우선 영문 공시 확대를 통한 외국인 투자자의 친화적 공시 환경을 조성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상장법인 영문고시를 단계적으로 의무화하고, 상장법인의 영문공시 역략 강화를 위한 종합 지원체계 구축에 나선다. 이를 통해 국내 증시의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이뤄내겠다는 것이 골자다.

한국거래소 서울 사무소 전경. <사진=한국거래소>

좀더 역동적인 시장으로 발전하고자 자본시장의 패러다임을 선도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특히 대체거래소(ATS) 경쟁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매매제도 및 인프라 서비스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자본시장 경쟁환경의 주도권 확보를 통해 ATS 출범으로 경쟁환경이 조성된 자본시장 내 주도권을 확보하고자 노력한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으로 통합시장관리체계를 구축해 ATS 출범을 증시제도·인프라 전반 서비스 경쟁력 확보 기회로 활용한다는 구상이다. 또 최근 빗장이 풀린 증권형 디지털자산이 상장돼 유통될 수 있는 디지털 증권시장을 개설한다는 목표를 내놨다.

뿐만 아니라 다양해지는 투자자를 수용하기 위해 증권상품(ETP) 시장 경쟁력을 강화하고, 벤치마크 지수의 라인업도 고도화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상장지수펀드(ETF) 소수점 배율도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개인투자자를 위한 보호체계 도입 추진에도 나선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기간 자본시장의 버팀목이 된 개인투자자를 적극 포용하기 위해 시장조성을 통한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고, 파생상품 시장에서 자체 야간시장과 투자자 맞춤형 보호체계 도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손 이사장은 “저유동성 종목에 대한 개인투자자의 거래기회 확대를 위해 시장조성자 유동성 공급 강화에 힘쓰겠다”며 “투자자별 거래 경험, 신용 상태, 상품 유동성 등을 고려한 보호체계를 도입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상품구조의 다양화를 구축해 나갈 것”이라며 “향후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시장을 만들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이밖에도 거래소는 한국 자본시장이 보다 신뢰받는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한다는 방침이다. 이를 위해 무차입공매도 혐의 적발 기간을 단축하고, 사회적 이슈에 적시 대응하는 등 불공정 거래를 철저히 근절하겠다고 강조했다.

손 이사장은 “불공정거래 재범 발생률 높다는 지적을 인지하고 있다”며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 규율 위반자는 최대 10년 동안 신규거래 및 계좌개설을 제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불공정거래는 처음부터 일이 벌어지지 않게끔 규제하는 것이 낫다”며 “향후 K-ITAS 등 활용도 제고를 위한 내부통제 관련 교육을 진행해나가는 등 자본시장 신뢰의 탑을 단단하게 쌓아나가겠다”고 부연했다.

마지막으로 거래소는 효율적인 시장 조성을 위해 스마트워크 혁신을 가속화한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K-페이퍼리스(Paperless)’, ‘K-웍스(Works)’ 등을 도입한 데 이어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새로운 업무 생태계를 구축한다는 것이 골자다.

손 이사장은 “금융시장을 둘러싼 환경 변화에 발빠르게 대응하고, 짜임새 있는 액션 플랜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며 “시장참여자와의 상생협력을 통해 자본시장의 ‘넥스트 노멀(Next Normal)’을 주도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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