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완화에 판 달라진 ‘초대형IB’ 입성 경쟁…키움·신한·하나증권 유력

시간 입력 2023-03-13 17:47:53 시간 수정 2023-03-13 17:4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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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자본 4조원 넘긴 하나·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도전 가능성
발행어음 등 신사업 시너지 기대…법인결제 허용시 거래규모 확대 가능

신규 ‘초대형 IB’가 2017년 5개사 첫 선정 후 수 년째 탄생하지 않은 가운데, 새롭게 신청 조건을 갖춘 증권사들이 등장하며 시장 판도 변화가 예상된다. 

최근 금융당국이 증권사의 법인결제 허용을 논의키로 하면서 신규 수익원 개발이 절실한 대형사들이 초대형 IB 신청을 서두를 전망이다. 그간 초대형 IB 신청에 소극적이었던 증권사들도 도전에 나설 가능성도 거론된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재 초대형 IB로 금융당국의 지정을 받은 증권사는 △미래에셋증권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 △KB증권 등 5개사다. 당국이 처음 초대형 IB 제도를 도입한 지난 2017년 이후 추가되지 않고 있다.

초대형 IB 등록의 기준은 자기자본총액 4조원 이상이다. 지난해 말 기준 자기자본이 4조원을 넘은 증권사는 초대형 IB 5곳 외에도 △하나증권 △메리츠증권 △신한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4곳으로 늘었다.

일부 증권사들은 자기자본 요건을 넘겼음에도 초대형 IB 신청에 소극적인 입장을 유지해 왔다. 초대형 IB에 등록되더라도 기존 사업 포트폴리오와의 시너지 효과가 크지 않을 것 같다는 판단에서다.

하지만 최근 금융당국이 증권업계의 숙원인 법인 대상 지급결제 허용 논의에 나서기로 하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허용 대상 범위가 초대형 IB로 제한될 가능성이 제기된 만큼 인가여부에 따라 업계 판도가 달라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초대형 IB 도입 당시에도 증권업계는 법인결제 허용을 요구해 왔으나 결제망 안정성을 이유로 허용하지 않다가 이번에 분위기 반전을 이뤘다.

이제껏 개인은 증권사 계좌로 자금 송금과 이체가 가능하지만 법인은 불가능하다. 법인 지급결제 현실화될 경우 기업은 제품 판매대금, 협력업체 결제, 공과금 납부, 임금지급 등을 증권사 계좌로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양적 팽창을 꾀할 수 있다.

때문에 초대형 IB에 한해 법인 지급결제가 허용된다면, 증권사들의 초대형 IB 변신은 사활을 건 경쟁 구도로 변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먼저 키움증권은 지난해 말 기준 처음으로 자기자본이 4조원을 넘겨(4조691억원), 연내 초대형 IB 신청을 추진할 것이라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특히 리테일 의존도가 타사 대비 높은 편인 키움증권의 경우, 지난해 증시 하락으로 개인 투자자들이 대거 증시를 이탈하며 수익성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에 초대형 IB로 선정이 되면 발행어음 등 신규 사업 진출이 가능해지며 수익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노릴 수 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자기자본 요건을 넘겼기 때문에 당국의 심사는 통과할 것으로 본다”며 “당사는 초대형 IB 인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기자본 5조원대인 하나증권 역시 초대형 IB 인가를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증권은 특히 올 초 강성묵 사장 취임 이후, 기업금융에 집중된 수익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기 위한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초대형 IB 인가를 통한 발행어음 등 신사업 진출에 관심이 큰 입장이다.

이밖에 자기자본 요건을 넘겼지만 초대형 IB 인가를 받지 않은 신한투자증권과 메리츠증권 등이 있다. 신한투자증권은 과거부터 초대형 IB 6호 증권사로 유력하게 거론돼 왔지만, 여러 내부적 현안으로 추진을 미뤄 왔다.

다만 올해부터 단일대표로 회사를 이끌게 된 김상태 대표가 IB 전문가로 알려진 인물인 만큼, 분위기 반전을 위해 초대형 IB에 도전을 할 가능성도 있다.

자기자본이 5조원대지만 초대형 IB 인가를 받지 않은 메리츠증권은 상대적으로 도전 가능성이 낮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브로커리지를 제외한 다양한 부문에서 고르게 수익성을 내고 있는데다가, 지난해에도 대형 증권사 중 유일하게 수익 성장을 이뤄낸 만큼 사업 확장의 당위성이 크지 않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형 증권사 대부분은 리테일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이를 활용해 발행어음 사업에 시너지를 내기 용이한데다 최근 증시 불안으로 다양한 수익원 확보가 시급해진 만큼 당국이 신규 서비스 도입을 논의하는 올해 어느 때보다도 초대형 IB에 관심을 갖는 증권사들이 늘어날 것”이라고 관측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박예슬 기자 / ruthy@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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