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플레이션’ 언제까지…현대차·기아 RV, 1년 새 400만원·200만원 올랐다

시간 입력 2023-03-20 18:07:11 시간 수정 2023-03-21 06:5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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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기준 국내 RV ASP 현대차 4641만원·기아 4356만원
원자재 가격 상승 및 제네시스 등 고수익 차량 중심 판매 영향
신차 수요 감소·원자재 가격 안정화 등 카플레이션 완화 전망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국내에서 판매하는 레저용차량(RV)의 1대당 가격이 불과 1년 새 400만원, 200만원씩 올랐다. 완성차 제조에 들어가는 필수 원자재 가격이 상승해 현대차·기아의 원가 부담이 가중됐기 때문이다. 현대차·기아가 수익성이 높은 제네시스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전기차 중심의 판매 전략을 펼친 점도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다만 경기 침체로 인해 신차 구매 수요가 감소하고 원자재 가격이 안정화되고 있어 이른바 ‘카플레이션’으로 불리는 차량 가격 인상 움직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온다.

20일 현대차·기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차의 국내 RV 평균 판매가격(ASP)은 2021년 말 4238만원에서 지난해 말 4641만원으로 403만원(9.5%) 올랐다. 같은 기간 기아의 국내 RV ASP도 4131만원에서 4356만원으로 225만원(5.4%) 상승했다.

현대차·기아가 미국, 유럽 등 해외에서 판매하는 RV의 가격 인상 폭은 더욱 가파르다. 현지 완성차 판매 가격에 환율 인상분이 반영되는데, 지난해 달러·유로 등 주요 통화 대비 원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환율 효과를 누린 영향이다. 현대차의 해외 RV ASP는 2021년 5423만원에서 지난해 6279만원으로 856만원(15.8%) 올랐다. 이 기간 기아의 해외 RV ASP도 4546만원에서 5090만원으로 544만원(12%) 상승했다. 그 결과 해외 RV ASP 기준으로 현대차는 6000만원, 기아는 5000만원을 처음 넘어섰다.

현대차·기아의 ASP가 지난 1년간 급격히 상승한 건 완성차 제조에 필요한 핵심 원자재의 가격이 오른 여파가 컸다. 현대차·기아가 매입한 알루미늄 1톤당 가격은 2021년 말 2480달러(약 323만원)에서 지난해 말 2703달러(약 352만원)로 9% 상승했다. 같은 기간 구리 1톤당 가격의 경우 9317달러(약 1218만원)에서 8797달러(약 1150만원)로 5.6% 하락하기는 했지만, 2020년 6181달러(약 808만원)과 비교하면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고수익 차량인 제네시스, SUV, 전기차 중심의 판매 전략도 현대차·기아의 ASP를 끌어올린 요인으로 분석된다. 현대차의 도매 기준 글로벌 판매량 중 제네시스 판매 비중은 2021년 5.1%에서 지난해 5.3%로 0.2%포인트, SUV 판매 비중은 47.3%에서 51.5%로 4.2%포인트 각각 상승했다. 이 기간 현대차의 전기차 판매량의 경우 14만1000대에서 20만9000대로 48.2% 증가했다. 특히 하이브리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포함한 기아의 글로벌 친환경차 판매량은 2021년 31만5000대에서 지난해 48만7000대로 54.6% 급증했다.

현대차·기아 관계자는 “고수익 차량 중심 판매에 따른 판매 가격 상승 등으로 수익 구조가 개선됐고, 우호적 환율 영향이 지속돼 매출과 수익성이 크게 확대됐다”면서 “반도체 공급 부족 상황이 개선되면서 생산이 늘고 있으나, 주요 시장의 재고 수준이 낮은 상황이라 대기 수요는 견조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제네시스의 첫 번째 전용 전기차 ‘GV60’.<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제네시스의 첫 번째 전용 전기차 ‘GV60’.<사진제공=현대자동차그룹>

현대차·기아가 국내외 산업 수요와 생산 정상화를 고려해 올해 글로벌 판매 목표를 지난해보다 9.6% 많은 752만대로 올려 잡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다. 올해 초부터 고금리, 고물가 등에 따른 경기 침체로 인해 소비자들의 신차 구매 수요가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탓이다. 한국딜로이트그룹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국내 소비자들의 자동차 구매 의향 지수(VPI)는 85.7로 2021년 9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고, 같은해 10월에는 63.7까지 떨어졌다. 딜로이트의 VPI는 향후 6개월 이내에 자동차를 구매할 의향이 있는 소비자 비율을 추적해 산출한 지수로, 100을 기준으로 강약을 판단한다.

업계에서는 전기차 대중화와 수요 고급화 등으로 인해 현대차·기아의 차량 가격 인상 움직임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다만 올해 들어 전기차 배터리의 핵심 광물인 니켈, 리튬 등 원자재 가격이 안정화 흐름을 보이고 있는 만큼 카플레이션 현상이 점차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기아가 수익성이 높은 차량을 위주로 생산하고 있고, 원자재 가격에 대한 부담이 아직은 커 차값은 계속 오를 것”이라면서도 “전기차의 경우 제조 원가의 큰 부분을 차지하는 배터리 가격이 낮아지면 차값도 싸져 카플레이션 현상이 주춤할 수 있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병훈 기자 / andrew45@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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