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프UP 한국 증시] ②주가 발목 잡는 지배구조…이사회 중심 개선이 핵심

시간 입력 2023-05-26 07:00:01 시간 수정 2023-05-25 17: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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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오너일가 경영체제 일반화…이사회 거수기 전락 지적
투자활성화 위한 지배구조 개선 법제도 정비 활성화 필요

한국 증시의 오랜 과제인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각계 논의와 제도 개선 시도에도 불구하고 해소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윤석열 정부는 국정과제 중 하나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선언하고 여러 대책을 내놓았지만, 정부 출범 1주년을 맞는 현재까지도 시장 체감 효과는 미비한 실정이다. 한반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라는 태생적 한계가 경제규모 성장에도 불구하고 시장가치를 왜곡하고 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그럼에도 주주가치 제고와 지배구조 및 회계의 불투명성 강화, 이사회 선진화, MSCI 선진지수 편입 등 자체적으로 시장 가치를 증대할 수 있는 과제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한국산업 발전을 뒷받침할 글로벌 속 자본시장 성장 방안을 2회에 걸쳐 진단해 본다. <편집자주>

국내 상장기업들이 주식 가치가 해외 상장기업에 비해 낮게 평가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한 원인으로 지배구조가 거론된다. 이는 상장회사는 최대 주주가 일반 주주들의 이익을 침해하지 않도록 균형잡힌 지배구조를 갖춰야한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지만 이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 상장사의 경우 전문경영인 외에 오너 일가가 회사 경영을 맡고 있는 사례가 많기에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더욱 높다. 오너 일가 경영 자체가 문제가 되진 않지만 일반주주의 권익을 침해하는 사례가 적지 않기 때문에 이사회 역할 강화는 필수 과제다.

◆500대기업 오너 일가 경영체제 16%…이사회 역할 더욱 중요

기업데이터연구소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500대 기업 중 조사가 가능한 411개 기업의 대표이사 총 563명 중 오너 일가는 16%로 집계됐다. 중견기업으로 범위를 넓히면 수치는 훨씬 상승한다. 지난달 7일 기준 상장 중견기업 715곳의 대표이사 981명 중 47.9%가 오너 일가였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이사회 독립성 강화와 다양성 확보, 사외이사 비중 확대 등이 거론된다.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도 방안으로 제시되지만 이사회 역할이 강화된다면 오너 일가의 책임경영과 경영 투명성 둘 다 얻을 수 있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이사회 역할이 강화되면 최대주주의 행동을 제어할 수 있다”며 “전문경영인 체제 전환 역시 경영에 최선을 다하자는 취지인데 오너 일가가 경영을 맡아도 이사회 독립성이 보장되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정부에서도 이사회 역할 강화와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해 제도 개선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8월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 대기업은 특정 성별로만 이사회를 구성하지 못하게 됐다.

법개정에 따라 기존에 남성으로만 이뤄졌던 이사회에 최소한 1명의 여성 사외이사를 선임하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오는 2025년부터는 총액 2조원 이상의 코스피(유가증권시장) 기업들을 대상으로 환경·사회·지배구조(ESG)공시 의무화 시행이 계획돼 있다. 정부는 투자자, 기업 등 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올해 3분기 중 구체적인 기준을 담은 ‘국내 ESG 공시 제도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다.

초기에는 국제적 공감대가 형성된 기후 분야를 중심으로 ESG 공시 기준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후 기타 환경, 사회적 책무, 기업지배구조 개선 분야로 공시 기준을 확대한다.

이경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기업들의 지배구조 개편 및 주주 환원 정책 발표 후에는 기관과 외국인들의 자금유입과 기업가치 상승이 공통적으로 나타났다”며 “기업의 ESG 개선 노력에 따라 코스피 저평가가 얼마든지 완화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지배구조 개선 법제도 논의 활발…“기업도 자발적 노력 필요”

문제는 제도 정비와 함께 기업의 자발적인 노력이 수반돼야 한다는 것이다.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최소한의 기준을 마련하고 있지만 기업에서는 제도를 지키는 데 의의를 두는 것이 현실이다.

자본시장연구원이 발간한 ‘코리아 디스카운트 원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기업지배구조와 관련해 법률상 규정의 존재 여부와 규제의 강도 평가에서는 2014~2017년을 기준으로 한국은 17~23위로 상위권에 속했다.

반면 소액주주 보호, 이사회의 유효성, 기업의 윤리적 행동 등을 경영자 설문조사로 평가한 조사에서는 한국이 140개국 중 100~116위로 하위권에 속했다.

자본시장연구원은 “한국은 기업지배구조와 관련된 법제도는 잘 갖춰진 반면, 법제도의 실효성이 떨어지거나 기업지배구조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낮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자본시장법 개정으로 여성 사외이사가 증가했지만 최소한 기준인 1명을 선임하는 데 그치거나 자산 2조원 미만으로 대상 기업이 아닐 경우에는 아예 선임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CEO스코어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 중 여성 사외이사가 2명인 곳은 총 7개사였고 사외이사 중 여성의 비중은 30.8%였다.

반면 지난 2월 기준 500대 기업 중 상장사 269개 기업을 기준으로 하면 전체 사외이사 971명 중 여성은 158명으로 16.3%를 차지했다.

그나마 규모가 큰 대기업들은 이사회 역할 강화에 주의를 기울이는 모습이지만 자산 2조원 미만 기업까지 포함되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조사 대상 상장사 269개 기업 중 자산 2조원이 넘는 기업 수는 143개사로 절반가량은 이사회에 여성 이사 선임 의무가 없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여성 사외이사를 늘린다는 것은 다양성 확보와 독립성 강화 차원에서 중요하다”며 “성별, 인종 등에서 다양한 사외이사를 갖추면 여러 의견이 나올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 결국 이사회 독립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이 된다”고 말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유진 기자 / yujin@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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