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 한국에 반도체 연구소 세운다…삼성·SK, 서버용 메모리 시장 ‘호재 ’

시간 입력 2023-06-01 17:55:24 시간 수정 2023-06-01 17:55: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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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에 ‘어드밴스드 데이터센터 디벨롭먼트 랩’ 설립
CPU·메모리 간 호환성 평가·인증, 관련 연구 등 진행
인텔, 데이터센터 반도체 시장서 경쟁력 강화 나선 듯
“호환성 좋은 삼성·SK 서버용 메모리 수요 늘어날 것”

미국 인텔 본사. <사진=인텔>

글로벌 반도체 업체 인텔이 한국에 데이터센터 반도체 연구소를 설립키로 했다.  ‘챗GPT’가 촉발시킨 생성형 AI(인공지능) 시대를 맞아,  데이터센터용 반도체 시장을 겨냥한 포석으로 보인다.

‘반도체 한파’로 시름을 앓고 있는 국내 반도체 업계로서는 희망적인 뉴스다. AI 서비스가 제대로 구현되기 위해선 거대언어모델(LLM)을 담당하는 중앙처리장치(CPU)를 도와줄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특히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인텔 간 협력이 더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인텔은 대만에서 열린 ‘인텔 비전 2023’ 행사에서 서울에 ‘어드밴스드 데이터센터 디벨롭먼트 랩(첨단 데이터센터 개발 연구소)’을 설립한다고 밝혔다.

인텔이  국내에 설립하게 될 연구소에서는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반도체와 관련된 연구가 주로 진행될 예정이다. 또한 데이터센터에 탑재되는 CPU와 메모리 간 호환성 테스트도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새롭게 떠오르는 D램 규격인 컴퓨트익스프레스링크(CXL), DDR5 등에 대한 평가·인증도 주로 이뤄질 전망이다.

해당 연구소는 이르면 올해 가동에 들어간다. 다만 연구소 규모가 어느 정도인지는 아직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화성캠퍼스. <사진=삼성전자>

시장에서는 인텔이 한국에 연구소를 세우는 것에 대해, 향후 성장 잠재력이 큰 데이터센터 반도체 시장에서 입지를 더욱 공고히 하기 위한 행보로 평가하고 있다.

최근 생성형 AI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앞다퉈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늘리고 있다. 데이터센터에 기반을 두고 구동되는 AI 서비스가 하루가 다르게 고도화하고 있다.

AI 시장 확산과 함께 하나의 데이터센터에 많게는 수만대가 설치되는 서버 수요 또한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다. 생성형 AI 학습이 원활하게 이뤄지기 위해선 서버 용량 확대가 필수이기 때문이다. 서버에는 각종 정보를 연산하는 CPU, 기억 장치인 메모리 등 다양한 반도체가 장착된다. 결국 CPU와 메모리 반도체의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미 인텔은 서버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반도체인 CPU 시장에서 무려 80% 이상의 점유율을 확보하고 있다. 이에 데이터센터용 CPU 시장에서도 상당한 지배력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텔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업체들이 자리하고 있는 한국에 데이터센터 반도체 연구소를 설립키로 했다. 인텔의 CPU와 메모리 반도체 간 호환성을 높이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서버 내 반도체 간 호환성이 좋을수록 고도의 작업을 빠르게 처리하는 AI 서비스의 성능은 더 고도화 된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 <사진=연합뉴스>

이뿐만 아니라 인텔로서는 국내 업체인 삼성전자, SK하이닉스와의 기술협력을 더 공고히 할 수 있다. 만약 문제가 있으면 원인을 밝혀내는 등의 작업도 즉각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서버 고객사들에게 제품의 안정성과 신뢰도를 어필하는 효과도 얻을 수 있다.

반도체 업계 한 관계자는 “인텔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위치한 한국에 CPU와 메모리 반도체 간 호환성을 테스트하고 평가·인증하는 연구소를 세움으로써 서버 고객사에 안정성이 우수한 제품을 공급하겠다는 전략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인텔의 서울연구소 설립이 삼성·SK에 호재가 될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인텔의 CPU와 호환성이 좋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를 구입하려는 서버 고객사들이 더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서버용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서 삼성·SK의 영향력을 더욱 키울 전망이다.

삼성·SK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과 인텔 간 메모리 반도체 협업은 이미 본격화 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현존 D램 중 가장 미세화된 10나노급 5세대(1b) 기술이 적용된 서버용 DDR5를 인텔에 제공해 ‘인텔 데이터센터 메모리 인증 프로그램’ 검증 절차에 들어갔다. 해당 프로그램은 인텔의 서버용 플랫폼인 제온 스케일러블 플랫폼(Intel Xeon Scalable platform)에 사용되는 메모리 반도체의 호환성을 공식 인증하기 위한 것이다.

SK하이닉스가 이번에 인텔에 제공한 DDR5의 동작 속도는 6.4Gbps로,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DDR5 중 최고 속도를 구현했다. 이는 DDR5 초창기 시제품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33% 향상된 것이다. 또 1b DDR5에는 ‘HKMG(High-K Metal Gate)’ 공정이 적용돼 1a DDR5 대비 전력 소모를 20% 이상 줄였다.

SK하이닉스 1b DDR5 서버용 64기가바이트 D램 모듈. <사진=SK하이닉스>

김종환 SK하이닉스 D램개발담당 부사장은 “이번 제품에 앞서 지난 1월 10나노급 4세대(1a) DDR5 서버용 D램을 4세대 인텔 제온 스케일러블 프로세서에 적용해 업계 최초로 인증 받았다”며 “이번 1b DDR5 제품 검증도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것으로 본다”고 평가했다. 그는 이어 “올 하반기부터 메모리 시장 상황이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당사는 1b 양산 등 업계 최고 수준의 D램 경쟁력을 바탕으로 하반기 실적 개선을 가속화하겠다”며 “내년 상반기에는 최선단 1b 공정을 LPDDR5T, HBM3E로도 확대 적용할 것이다”고 강조했다.

디미트리오스 지아카스 인텔 메모리I/O기술부문 부사장도 “인텔은 DDR5와 인텔 플랫폼의 호환성 검증을 위해 메모리 업계와 밀접하게 협업하고 있다”며 “SK하이닉스의 1b DDR5는 인텔의 차세대 제온 스케일러블 플랫폼에 활용될 것이며, 이를 위해 업계 최초로 인텔 데이터센터 메모리 인증 프로그램 검증을 거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와 인텔의 협력 관계도 공고하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021년 인텔의 새로운 CEO로 선임된 후, 지난해 5월과 12월, 올해 5월에도 한국을 찾았다. 겔싱어 CEO는 특히 지난해 5월 방한 당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을 만나 차세대 메모리, 시스템 반도체,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협력 방안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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