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의회 “삼성·SK, 마이크론 대체 안돼”…중, 반도체 장비공급 추가 유예 물건너 가나

시간 입력 2023-06-07 07:00:02 시간 수정 2023-06-05 17:5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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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의회, 미 상무부에 서한…“한·일, 마이크론 대체 막아야”
韓 정부 ‘소극적 개입’ 우려…“한국, 삼성·SK 막지 않을 듯”
대중 반도체 장비 반입 1년 유예 조치 연장 막는 방안 고려

미·중 반도체 갈등. <그래픽=권솔 기자>

미·중 반도체 분쟁이 날로 첨예해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의회가 국내 반도체 업체들을 겨냥해 마이크론 제품을 대체하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향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미국의 요구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K-반도체 업체들에게 제공한 대 중국 반도체 제조장비 수출 유예 연장안을 철회하는 등 초강수를 두겠다는 뜻마저 내비쳤다.

삼성·SK로서는 마이크론을 대신해 중국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는 기회가 눈앞에 있는데도, 미국의 압박이 거세지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의 상황에 처했다.

7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마이클 매콜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과 마이크 갤러거 하원 미중전략경쟁특별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2일(현지시간) 지나 러몬도 미 상무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한국과 일본 기업들이 마이크론의 중국 시장 점유율을 빼앗지 못하도록 한·일 양국과 협력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 위원장은 미 하원 외교위 홈페이지에 공개한 서한에서 “최고 수준의 반도체 기술이 중국의 군사적 목적으로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미국은 중국에 대한 수출 통제를 시행했다”며 “그러나 이같은 미국의 합법적인 국가 안보 조치에 대응해 중국은 미국 마이크론에 대해 자의적인 경제 금수 조치를 취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제 미국은 중국의 경제적 공격이 실패하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위원장들은 “미 상무부는 중국의 공격적인 경제 금수 조치를 타파하기 위해 미국의 파트너와 동맹국을 결집해야 한다”며 “미국은 한국과 일본 기업들이 중국의 부당한 보이콧의 피해를 입게 된 마이크론의 매출을 가져가지 않도록 한·일 정부와 신속하게 협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마이클 매콜 미국 하원 외교위원장. <사진=마이클 매콜 미국 하원의원실 홈페이지>

다만 우리 정부와의 협력에 대해서는 다소 우려스럽다는 시각을 내비쳤다. 우리 정부가 중국의 대마이크론 제재에 대해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피해를 입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기 때문이다.

실제로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1차관은 지난달 22일 “(중국이) 마이크론 제품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한 것일 뿐 국내 반도체 업체들에 대해 조치한 게 아니다”며 “이번 조치로 인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에 일차적으로 피해는 없다고 보는 것이 상식이다”고 말했다.

장 차관의 이같은 발언을 놓고 외신들은 우리 정부가 삼성·SK로 하여금 마이크론의 중국 시장 점유율을 확보해도 좋다는 신호를 내보인 것이라는 해석을 쏟아낸 바 있다.

특히 매콜 위원장과 갤러거 위원장은 장 차관의 발언을 거론하며 “장 차관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가 마이크론을 대체하는 것을 막는 등 어떠한 개입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며 “K-반도체 업체들이 마이크론의 중국 시장 점유율을 대체하도록 허용하면서 동시에 이들 기업에 대중 반도체 제조 장비 수출 통제에서 예외를 주는 것은 중국 정부에 위험한 신호를 보내고 우리와 한국의 긴밀한 동맹을 약화하는 것이다”고 지적했다.

만약 미 상무부가 이들 위원장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중국 반도체 사업은 큰 타격을 입게 된다. 기술 경쟁이 치열한 반도체 산업에서 첨단 반도체 제조 장비를 확보하지 못하면 제품 경쟁력 측면에서 뒤처질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서 낸드플래시공장을, 쑤저우에서 반도체 후공정(패키지)공장을 각각 운영 중이다. SK하이닉스도 중국 우시에서 D램 메모리 반도체 생산 시설을 가동 중이고, 다롄에 있는 인텔의 낸드공장을 인수해 제품을 양산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낸드의 40%를, SK하이닉스는 D램의 40%와 낸드의 20%를 중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삼성전자 반도체공장 화성캠퍼스. <사진=삼성전자>

문제는 미국이 지난해 10월 주요 반도체 장비 업체들이 중국에 첨단 장비를 수출하지 못하도록 통제에 나서면서 K-반도체 업체들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해당 조치는 △18nm(1nm는 10억분의 1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플래시 △핀펫(FinFET) 기술을 사용한 로직 칩(16nm 내지 14nm) 등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기술을 중국에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다행히 미 정부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대해 한시적으로 반도체 장비 반입 제한을 1년 유예하면서 이들 업체의 중국 반도체 사업은 한숨을 돌리게 된 바 있다. 그러나 이마저도 올 10월이면 만료돼 갱신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지난달 초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이 삼성·SK에 중국으로의 반도체 장비 수출 규제를 1년 더 유예해주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 미 의회가 미국의 대중 제재에 동참하지 않을 경우 유예 조치 연장 철회라는 초강수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고심은 한층 더 깊어지는 모양새다.

업계는 중국 기업들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로 눈을 돌리면서 K-반도체가 엄청난 반사이익을 얻을 것으로 기대됐으나, 미 의회의 압박으로 이같은 기대감이 하루아침에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우려하고 있다. 더구나 미국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삼성·SK의 중국 반도체 사업마저 경쟁력을 잃을 수 있는 상황에 놓였다고 경고한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업체들이 중국 현지에서 반도체공장을 운영 중이고, 중국 생산 의존도도 매우 높은 것은 사실이다”면서도 “그러나 마이크론 제품 조달 금지 조치가 삼성·SK의 현지 판매에 악영향을 미칠지, 아니면 호재가 될지는 지금 상황에서 알기 어렵다”며 말을 아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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