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수펙스 의장에 최창원 ‘사촌경영’ 시험대…40대 사장·50대 부회장 ‘세대교체’

시간 입력 2023-12-07 17:42:30 시간 수정 2023-12-07 17:4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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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2024년 정기 임원 인사’·조직 개편 단행
최태원 ‘서든 데스’ 언급, 위기경영 가동…인사·조직 전면 쇄신
최창원, SK그룹 2인자 등극…40대 사장도 다수 ‘세대교체’
투자업무, SK(주)로 모두 이관…최근 투자사업 실패 따른 조치

지난 10월 SK그룹 자체 행사에서 ‘서든 데스(Sudden Death, 돌연사)’를 언급하며 위기경영을 강조한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이번 임원 인사에서 과감히 칼을 빼 들었다. 그간 최 회장의 오른팔 역할을 해 온 SK 부회장 4인방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고, 그 빈자리를 젊은 리더십을 갖춘 4050 세대로 교체했다.

‘SK그룹의 2인자’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SK수펙스) 의장에는 최 회장의 사촌 동생인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이 선임됐다. 최 회장이 그룹내 산적해 있는 글로벌 위기를 타개할 해결사로 사촌인 최 부회장을 낙점하면서, SK그룹의 사촌 경영 시대가 본격화 했다는 평가다.

◇최태원 신임 받은 최창원, SK수펙스 의장 선임…관계사엔 젊은 리더십 갖춘 인재 등용

SK그룹은 ‘2024년 정기 임원 인사’와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고 7일 밝혔다.

이날 SK는 그룹 최고협의기구인 SK수펙스를 열고, 의장 등 신규 선임안을 의결했다. 또 각 관계사 이사회에서 결정한 대표이사 등 임원 인사 내용을 공유 및 협의했다.

이번 임원 인사에서 가장 큰 관심사는 SK수펙스 의장직에 오를 인물이 과연 누군가였다. 이날 SK수펙스는 최창원 부회장을 임기 2년의 새 의장으로 선임했다.

고(故) 최종건 SK그룹 창업주의 막내 아들인 최 의장은 서울대 심리학과와 미국 미시간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1994년 SK그룹의 전신인 선경그룹 경영기획실에 과장으로 입사했다. 이후 지난 2007년 SK케미칼 대표이사로 취임한 데 이어 2017년 중간 지주사 SK디스커버리의 대표이사를 맡아 SK의 케미칼·바이오 사업을 이끌어 왔다.

SK그룹 관계자는 SK수펙스 의장 선임과 관련해 “최 의장이 앞으로 각 관계사의 이사회 중심 경영과 그룹 고유의 ‘따로 또 같이’ 경영 문화를 발전시킬 적임자라는 데 관계사 CEO(최고경영자)들의 의견이 모아져 신임 의장에 선임됐다”고 밝혔다.

재계에서는 최창원 부회장이 의장직에 오른 데에는 최 회장의 두터운 신임이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지금까지 약 30년 간 SK에 몸담아 온 최 의장은 진중한 성격의 ‘워커홀릭’으로 알려져 있다. 이를 잘 알고 있는 최 회장은 SK의 경영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우직하고 묵묵히 나아가는 최 의장을 그룹내 최고 의사결정 기구의 좌장이란 중책을 맡긴 것으로 보인다.

SK그룹은 이와 함께 지동섭 SK온 사장을 SK수펙스 사회적가치(SV)위원회 위원장에, 정재헌 SK텔레콤 대외협력담당 사장을 거버넌스(Governance)위원회 위원장에 각각 신규 선임했다.

SK그룹 관계자는 “이번 SK수펙스 인사는 급변하는 대내외 경영 환경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처하고, SK 관계사들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경영 인프라 구축과 변화 관리 구축에 방점을 뒀다”고 설명했다.

그룹내 주요 관계사들의 수장도 대거 물갈이됐다. 관계사들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SK㈜ 사장에 장용호 SK실트론 사장, SK이노베이션 사장에 박상규 SK엔무브 사장, SK실트론 사장에 이용욱 SK㈜ 머티리얼즈 사장, SK에너지 사장에 오종훈 SK에너지 P&M CIC 대표, SK온 사장에 이석희 전 SK하이닉스 사장 등을 발탁했다.

또한 SK㈜ 머티리얼즈 사장에는 김양택 SK㈜ 첨단소재투자센터장, SK엔무브 사장에는 김원기 SK엔무브 그린성장본부장이 각각 보임됐다.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사장에는 장호준 SK에너지 솔루션&플랫폼 추진단장, SK인천석유화학 사장에는 노상구 SK에너지 전략운영본부장이 기용됐다. 또한 SKC의 배터리 소재 동박 투자사 SK넥실리스 사장에는 류광민 사장이 선임됐다.

이 중 김양택 사장, 김원기 사장, 오종훈 사장 등 신규 선임 CEO 3명은 모두 그룹 차원의 차세대 CEO 육성 프로그램인 ELP(Executive Leader Program)를 수료한 것으로 파악됐다. 그룹내에서 차기 리더로 육성해 온 인물들을 본격적으로 기업의 수장으로 등판한 것이다.

또한 이번 인사에서 눈길을 끄는 것은 40대 사장이 3명이나 된다는 점이다. 김양택 사장과 장호준 사장, 류광민 사장은 모두 40대다. 나머지 사장들도 50대로 젊다.

젊은 리더십을 갖춘 인재를 등용하겠다는 최 회장의 의지와도 맥을 같이한다. 앞서 지난 4일 최 회장은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2023 트랜스 퍼시픽 다이얼로그(TPD)’에서 “새로운 경영진과 젊은 경영자에게 기회를 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조대식 등 부회장 4인방, 대표이사서 물러나…‘최태원 장녀’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 최연소 임원 등극

SK의 인사 키워드가 ‘안정’보다 ‘변화’에 방점이 찍히면서 SK 부회장단의 거취에도 큰 변화가 일었다.

2017년부터 SK수펙스를 이끌어 온 조대식 의장을 비롯해 장동현 SK㈜ 부회장, 김준 SK이노베이션 부회장, 박정호 SK하이닉스 부회장 등 부회장단은 이번 인사를 통해 사실상 2선으로 물러나게 됐다. 지난 2016년 말 인사에서 주력 사장단을 50대로 전면 교체한 지 7년 만에 대대적인 세대교체가 이뤄진 셈이다.

조 의장은 SK㈜ 부회장으로서 주요 관계사들의 파이낸셜스토리 실행력을 제고하고, 글로벌 투자 전략 등을 자문하며 그룹 성장에 기여할 예정이다. 또한 장 부회장은 SK㈜ 부회장직을 유지하면서 박경일 사장과 함께 SK에코플랜트 각자 대표를 맡는다. 김 부회장은 SK이노베이션 부회장직을 유지하면서 경륜과 경험을 살려 회사의 성장과 발전에 지속적으로 기여하는 역할을 맡을 예정이다.

특히 박 부회장은 SK㈜ 부회장과 SK하이닉스 부회장으로서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과 AI(인공지능) 얼라이언스를 이끈다. AI 인프라를 기반으로 한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하는 데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SK그룹 관계자는 “각 사가 오랜 시간 그룹 차원의 차세대 CEO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양성된 새 경영진에게 기회를 열어주는 ‘준비된 인사’를 한 것이다”면서 “부회장급 CEO들은 계속 그룹 안에서 그동안 쌓은 경륜과 경험을 살려 후배 경영인들을 위한 조력자 역할 등을 수행할 예정이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정기 임원 인사에서 최연소 임원 타이틀은 최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이 거머쥐었다. 또한 SK는 8명의 여성 임원을 신규 선임하며 조직 다양성 제고에도 신경을 썼다. 이번 이사로 그룹 내 총 여성 임원 수는 53명으로 늘었다. 이는 전체 임원의 5.6% 수준이다.

최윤정 SK바이오팜 사업개발본부장. <사진=SK>

◇SK㈜에 투자 기능 이관…관계사 기업 가치 제고 적극 지원

SK그룹은 대대적인 조직 개편도 실시했다. 글로벌 경영 환경 변화에 따라 효율적으로 투자하기 위해 투자 기능을 투자 전문 지주사인 SK㈜로 이관키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그간 SK수펙스와 SK㈜로 분산돼 있던 투자 기능은 모두 SK㈜가 도맡게 됐다. SK수펙스 소속이던 미국, 중국, 일본 등 글로벌 오피스도 SK㈜ 산하로 이동된다. 

SK㈜는 중복됐던 투자 기능을 일원화·효율화해 투자 자산의 미래 가치를 높인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지주회사 본연의 포트폴리오 관리 기능을 강화해 관계사들의 기업 가치 제고를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시장에서는 이번 조직개편이 그동안 SK 각 계열사 단위로 추진했던 투자사업의 실패에 따른 문책성 조치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그룹내에서는 최근 투자사업 중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 인수, SK쉴더스 상장 실패로 인한 매각 등을 대표적인 실패 사례로 꼽고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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