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 카드사, 상반기 대손상각비 2.1조…1년새 9.5%↑
상반기 대손상각비 2조 돌파 5개년 내 처음 있는 일
과거 연간 대손상각비 2조 수준…카드사 부담 커져
카드론 잔액도 연일 최고치 경신…하반기에도 ‘암울’
카드업계가 대출 후 돌려받지 못한다고 판단해 손실 처리한 금액이 올 상반기에만 2조원 규모를 넘어섰다. 과거 카드사가 한 해 동안 비용 처리한 대손상각비가 2조원대 수준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카드업계가 짊어진 부담이 2배 가량 커진 것이다.
고금리와 고물가가 이어지며 차주들의 상환 여력이 떨어진 가운데, 올해 들어 카드론 잔액마저 연일 최고치를 다시 쓰고 있는 만큼 대손상각비 증가세는 올 하반기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7개 전업 카드사(신한·현대·삼성·KB국민·롯데·우리·하나카드)의 올해 상반기 대손상각비는 2조1095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1조9266억원) 대비 9.49% 증가한 수준이다.
카드사별로 살펴보면 현대카드의 대손상각비 규모가 1년새 크게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현대카드의 올 상반기 대손상각비는 2706억원으로, 전년 동기(1744억원) 대비 55.16%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이밖에 △KB국민카드 3652억원(전년 대비 15.02% 증가) △신한카드 4014억원(14.16% 증가) △롯데카드 3527억원(12.76% 증가) △우리카드 2316억원(11.51% 증가) 등 모두 10%대의 증가폭을 보였다.
대부분 카드사의 대손상각비가 1년 전보다 증가한 가운데, 삼성카드와 하나카드의 경우에는 전년보다 되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먼저 삼성카드의 올해 상반기 대손상각비는 3161억원으로, 전년(3716억원)보다 14.94% 줄었다. 같은 기간 하나카드의 대손상각비는 10.00% 줄어든 1719억원을 기록했다.
대손상각비란 차주에게 대출을 진행해 줬으나 돌려받지 못하고 손실 처리한 비용을 뜻한다. 대손상각비가 증가했다는 것은 돌려받지 못할 채권이 많아졌다는 의미로, 카드사가 회수를 포기해야 할 만큼 차주의 경제적인 상황이 나빠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처럼 카드업계의 대손상각비가 상반기에 2조원을 넘어선 것은 최근 5개년 이내 처음 있는 일이다. 특히 2조원에 달하는 대손상각비는 과거 카드업계가 한 해 동안 부담한 수준인 만큼, 최근의 고금리 환경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 인상에 이자비용이 증가하며 상환 금액이 늘어난 것은 물론, 차주들의 채무상환능력이 약화되면서 부실 채권에 대해 카드사들이 상·매각을 많이 진행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7개 카드사의 연간 대손상각비는 △2019년 2조4972억원 △2020년 2조3931억원 △2021년 2조3734억원 등으로 2조원대 초반 수준을 기록해왔다. 하지만 2022년 들어 2조8385억원으로 소폭 오르더니, 지난해에는 4조3957억원으로 2배 가량 뛰기도 했다.
카드사의 경우 추후 발생할 수 있는 부실에 대응하기 위해 대손충당금을 쌓는데, 현금서비스·카드론·리볼빙 등 대출성 상품을 판매한 뒤 회수가 어렵다고 판단되는 부실채권이 발생할 경우 대손상각비로 손실 처리하게 된다. 대손상각을 진행할 경우 연체율을 낮추지만 수익성은 줄어들게 된다.
문제는 카드론 잔액이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올해 8월 말 기준 카드업계의 카드론 잔액은 41조8309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38조6850억원) 대비 8.13% 증가한 것으로, 1년 만에 3조원 넘게 불어난 수준이다.
9개 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올해 들어 지속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1월 39조2121억원 △2월 39조4744억원 △3월 39조4821억원 △4월 39조9644억원 △5월 40조5186억원 △6월 40조6059억원 △7월 41조2266억원 등으로 빠르게 늘어났다. 올 8월 들어서는 42조원을 목전에 두고 있는 상황이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들어 금리를 인하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바뀌긴 했으나, 여전히 고금리·고물가가 장기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채무상환능력이 악화된 차주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신용회복, 개인회생 등을 신청하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회수 난이도가 높아진 것을 물론, 부실채권 정리를 통한 건정성 관리 및 채권 비용을 위해서도 카드사 차원에서 상·매각이 많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반기의 경기 전망도 비슷한 흐름이 이어진다면, 카드사들의 대손 부담은 하반기에도 계속해서 이어질 것으로 생각된다”며 “특히 카드론과 같은 금융상품의 경우 신용판매 상품보다 연체율이 높은 편이기 때문에 카드론 증가세도 부담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경기회복이 늦어지면서 차주들의 상환여력이 떨어지고, 연체율이 상승하는 등 여러 요인으로 대손상각비가 늘어난 상황”이라며 “최근 카드론 잔액 규모가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만큼 건전성 관리를 위해 하반기에도 대손상각비도 증가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이지원 기자 / easy910@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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