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떨어지면 회사 건전성 악영향…자금 조달해 킥스 비율 증대
올해 마지막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기준금리를 2차례 연속으로 0.25%포인트 내렸다. 그 배경에는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교역 환경 불확실성, 경기 부진 우려 등이 작용했다.
이에 보험업계는 금리가 떨어진 만큼 자본이 줄어 회사 건전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고민에 사로잡혔다. 자본성 증권 발행 등을 통해 자본 확충에 선제적으로 나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지난달 이사회를 열고 4000억~8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발행을 결정했다. 이는 올해 들어서만 세 번째 자본 확충이다. 13일 발행 예정으로 최근 1조40억원의 주문을 받으며 수요 예측에서 흥행을 예고했다.
앞서 한화생명은 올해 9월과 7월에도 각각 6000억원, 5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한 바 있다. 이때 한화생명은 ‘자금을 조달하면 신지급여력(K-ICS, 이하 킥스) 비율 증대를 통한 자본 건전성 확보 목적으로 사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참고로 후순위채는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본 비율을 산정할 때 자본으로 인정받는다. 다만 발행액이 보완자본으로 인정받으려면 만기가 5년 이상이어야 한다. 신종자본증권은 30년가량의 만기 구조를 가진 채권으로 보험업법상 자본으로 분류된다.
이런 차원에서 교보생명도 지난달 12일 60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발행했다. 올해 8월에 7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한 것에 이은 두 번째 자본 확충으로, 킥스 대응력 제고와 재무 건전성 유지가 목표다. 또 현대해상도 지난달 4일 4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이보다 앞선 올해 6월에도 5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한 바 있다. 현대해상 측은 이를 놓고 자본 건전성 확보를 위한 자본 확충이 목표라고 밝혔다.
이외에 지난 9월에는 흥국화재가 2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지난 8월에는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 KDB생명이 각각 6500억원, 3500억원, 2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이처럼 보험사들이 최근 들어 자본 확충에 열을 올린 까닭은, 보험 업계가 새 보험회계 기준인 IFRS17 도입 후 처음으로 금리 하락 상황에 놓여서다. 금리가 떨어지면 공시이율과 예정이율이 모두 하락해 보험 가입자들에게 안 좋은 영향을 주기 때문에 자본 건전성 악화를 염려해야 한다.
더군다나 보험 업계 특성상 자산과 부채의 만기를 장기 듀레이션으로 운용해야 하므로 금리 민감도가 금융권 내에서 큰 편에 속한다. 듀레이션은 채권에 투자한 자금이 회수되는 평균 만기를 현재 가치로 따져 계산한 것이다.
특히 부채의 금리 민감도는 자산의 금리 민감도보다 커서 부채 증가로 인한 자본 감소가 불가피하다. 게다가 IFRS17은 기존 보험회계 제도와 달리, 부채를 측정하는 데 현재 가치를 기준으로 삼는다는 특성이 있어서 금리 인하 상황이 시장에 즉각 반영된다.
실제로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경과조치 후 킥스 가용 자본은 시장금리 하락 영향 등으로 전 분기 대비 1조8000억원 감소한 260조4000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같은 기간 킥스 요구 자본은 2조6000억원 늘어난 119조8000억원을 기록하면서 킥스 비율이 하락했다.
올해 6월 말 기준으로, 주요 보험사 경과조치 전 킥스 비율은 삼성생명 201.5%, 한화생명 162.8%, 교보생명 161.2%, KB라이프 299.2%, 신한라이프 235.5%, 삼성화재 278.9%, DB손해보험 229.2%, 메리츠화재 224.8%, KB손해보험 202.7%, 현대해상 169.7% 등이다. 교보생명의 킥스 비율은 경과조치 후 214.0%로 52.8%포인트 올랐다.
이와 관련해 보험연구원은 금리가 100bps 하락할 시 경과조치를 적용한 보험사의 ‘경과조치 후 킥스 비율’이 생보사는 25%포인트, 손보사는 30%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분석했다. 경과조치를 적용한 보험사는 경과조치를 적용하지 않은 보험사에 비해 경과조치 적용 전후 모두, 금리 하락에 따른 킥스 비율이 더 크게 하락할 수 있어 금리리스크 관리 강화가 필요하다고도 주문했다.
보험연구원 관계자는 “금리 변동과 보험 부채는 비선형적인 관계로 인해, 금리 상승보다 금리 하락 시에 움직임이 더 크다”며 “따라서 듀레이션 매칭만으로는 위험을 감소시킬 수 없고 만기별 현금흐름 매칭 등 좀 더 정교한 관리가 요구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금리 하락, 할인율 현실화 방안 등으로 추가적인 킥스 비율 하락이 예상된다. 때문에 이에 적극적인 대비가 필요하다”며 “금리 하락에 따른 자본 관리를 위해 장기채권 매수뿐 아니라 만기 30년 국채선물, 공동재보험 등 다양한 자본 관리 방안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어 “특히 공동재보험은 보험 위험뿐만 아니라 금리 위험도 이전할 수 있어 요구자본 축소를 통한 킥스 비율 관리 방안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CEO스코어데일리 / 백종훈 기자 / jhbaek@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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