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증언법, 지난달 28일 본회의 통과…내년 3월 시행
기밀 담긴 서류 제출 의무화…증인 출석도 거부 못 해
국회의원들이 기업인을 언제든 국회로 호출하고, 기업 기밀이 담긴 서류를 반드시 공개하도록 하는 이른바 ‘국회 증언법’이 조만간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기업들은 해당 법안이 영업 기밀 유출은 물론 경영상 큰 제약을 야기할 것이라며 크게 우려하고 있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정청래·김용민·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한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국회 증언법)’ 개정안이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본격적인 시행을 앞두고 있다.
법안에는 개인정보 보호와 영업 비밀 보호를 이유로 서류 제출과 증인 출석을 거부할 수 없고, 해외 출장과 질병 시에도 화상 연결 등을 통해 국회에 원격 출석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아울러 국정 감사(국감)뿐 아니라 중요 안건 심사와 청문회에 불출석할 경우 증인에게 동행 명령을 할 수 있다는 규정도 포함됐다.
애초 이 법은 기업 기밀 유출과 경영 활동 제약이 불가피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유력할 것으로 점쳐졌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 계엄 사태에 따른 탄핵 정국으로 거부권 행사는 사실상 무산됐다.
국회 증언법이 국무회의를 통과할 경우 이르면 내년 3월부터 시행될 전망이다.
사실상 법 시행이 현실화한 가운데 재계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국회의원이 요구할 경우 영업 기밀에 해당하는 자료를 무조건 제출해야 한다는 점이 가장 우려되는 대목이다. 이는 기밀 유출로도 이어질 수 있다.
재계 관계자는 “국회의원 요구 시 비밀 보장이 된다 해도 기밀 서류를 번갈아 가며 돌려볼 텐데 어떻게 유출이 안 될 수가 있느냐”며 “안 그래도 경쟁국으로의 기밀 유출이 심각한 상황인데, 아예 국가가 나서서 기업 정보를 통째로 내주는 꼴이 됐다”고 반발했다.
재계 총수들이 국회의원의 요구만으로 언제든 국회에 불려 나가고, 심지어 동행 명령까지 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목됐다.
경제단체 관계자는 “한번 불려 나가면 일주일은 꼬박 있어야 하므로 경영에 부담이 될 것을 기업들이 우려하고 있다”며 “수주 따러 해외에 나갔는데 국회의원이 요구한다고 화상으로 출석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것이다”고 꼬집었다.
국회 증언법이 헌법상 과잉 금지 및 사생활 침해 금지 원칙, 개인정보보호법이 정한 개인정보 자기 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강명구 국민의힘 의원은 당시 법안 반대 토론에서 “사람을 강제 구인하는 것은 무서운 것이고, 대단히 무거운 책임이 따르는 권력 행사다”며 “국회가 동행 명령장을 남발하고 나서 이를 지키지 않으면 모두 처벌 받게 할 수 있는 만큼 동행 명령제는 매우 제한적으로 행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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