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첫날, 에너지·배출가스 규제 폐지
"석유로 다시 부유한 나라 될 것"
관세 부과 행정명령은 일단 보류
반도체·자동차·철강 등 국내 주요 산업 리스크 두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4년만에 다시 부활했다. 트럼프는 미국 대통령에 복귀하며 ‘미국 우선주의 시대 2.0’을 선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미국 수도 워싱턴 DC의 연방의회 의사당 로툰다(중앙 원형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선서하며 47대 대통령으로서 두 번째 임기를 시작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미국의 황금시대는 이제 시작된다”고 선언한 뒤 “나는 매우 단순히, 미국을 최우선시할 것”이라며 45대 대통령 취임사에서 내걸었던 ‘미국 우선주의(아메리카 퍼스트)’를 국정의 모토로 내세웠다. 특히 그는 “우리는 세계에서 본 적 없는 가장 강력한 군대를 건설할 것”이라면서도 “우리는 우리의 성공을 우리가 승리한 전쟁뿐 아니라 우리가 끝낸 전쟁, 아마도 가장 중요하게는 우리가 시작하지 않은 전쟁에 의해 평가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트럼프는 “트럼프 정부에서는 단 하루도 우리가 (다른 나라에) 이용 당하는 일이 없도록 할 것”이라며 “우리의 주권을 되찾을 것이며 안전을 회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멕시코만의 명칭을 미국만으로 변경하고, 파나마운하 운영권을 되찾아 오겠다고 선언했다.
백악관 홈페이지 ‘이슈(Issues)’ 섹션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2기 행정부에서 우선 추진할 6대 정책이 공개됐다. 구체적으로 △인플레이션 종식 및 생활비 인하 △미국 노동자를 위한 감세 △국경 안전 강화 △‘힘을 통한 평화’ 복원 △에너지 패권 △미국 도시 안전 확보 등이다.
특히 트럼프는 통상 및 경제정책에서도 향후 미국 우선주의를 강도높게 추진할 것임을 선언했다.
우선,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정책 기조와 관련해 그동안 공언해온 대로 에너지 규제를 풀고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해 미국을 제조업 국가로 다시 부활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관세 부과를 통한 무역정책 전반의 개혁을 예고하면서도 구체적인 신규 관세 부과 조치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특히 그는 고물가의 주범으로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에서 이뤄진 과도한 재정지출과 치솟은 에너지 가격을 공격하며, 취임 첫날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하고 석유·천연가스 시추를 전면적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출처=로이터연합뉴스>
트럼프는 “나의 내각에 그들이 보유한 막대한 권한을 총동원해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을 극복하고 비용과 물가를 신속히 낮추도록 지시할 것”이라 면서 “우리는 물가를 낮추고, 전략비축유를 다시 가득 채우며, 에너지를 전 세계로 수출할 것이다. 우리는 다시 부유한 국가가 될 것이며, 우리 발밑의 이 '액체 금'(석유)이 그것을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은 다시 한번 제조업 강국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트럼프는 바이든 행정부에서 이뤄진 ‘전기차 의무화 정책’도 종료하겠다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대선 과정에도 바이든 행정부의 ‘그린 뉴딜’ 정책에 따른 배출가스 규제 및 전기차 보조금 정책을 폐지하겠다고 공약해 왔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우리의 자동차 산업을 구하고, 위대한 미국의 자동차 노동자들에게 했던 제 엄숙한 약속을 지켜낼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취임 첫날 트럼프는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에너지 비상사태는 트럼프 대통령의 첫 행정명령으로 일찌감치 예고돼 온 정책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승리 후 공개 연설에서 취임 첫날 국가 에너지 비상사태를 선포해 그린 뉴딜을 종식하겠다고 공언해온 바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우리나라를 포함한 무역 상대국들의 초미의 관심사인 관세정책과 관련해 “미국의 노동자와 가정을 보호하기 위해 즉각적으로 우리의 무역체계의 전면 개편에 나설 것”이라며 보호무역주의 정책 기조를 펼칠 것임을 재확인했다.
그는 “다른 나라들을 부유하게 만들기 위해 미국 국민에 세금을 부과하는 대신 미국 국민을 부유하게 만들기 위해 외국에 관세와 세금을 부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관세와 수입세, 외국의 원천에서 들어오는 모든 수입을 징수할 대외수입청(External Revenue Service)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재무부 산하 국세청(Internal Revenue Service)이 미국 납세자의 세금을 걷는 것처럼 관세를 걷을 별도 기관을 설립하겠다고 지난주 예고한 바 있다.
다만, 당초 우려와는 달리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취임사에서 즉각적인 신규 관세부과 조치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승리 이후인 지난해 11월 멕시코와 캐나다, 중국을 상대로 관세를 부과하는 행정명령에 취임 첫날 서명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출처=로이터연합뉴스>
이처럼 ‘미국 우선주의’, ‘관세 제일주의’ 등을 국정기조로 하는 트럼프 2기 정부가 출범하면서 글로벌 통상 질서는 대변화를 맞게 될 전망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수출 주력품목인 반도체, 배터리, 에너지 관련 부분에서 큰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영국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즈는 트럼프 2기 출범에 따라 국내 산업 지형이 보다 어려워질 것으로 봤다. “한국 기업들이 반도체, 배터리 공장을 지으려 몰리면서 지난해 한국은 미국의 최대 투자국이 됐다”며 “그러나 한국산 상품 수입 급증은 트럼프의 오랜 골칫거리인 (대미) 무역 흑자를 이끌었고, 이는 한국을 보복에 취약하게 만들었다”고 짚었다.
실제로 산업연구원(KIET)에 따르면 반도체 지원법에 의거한 보조금 및 세액공제 축소와 추가 투자 요구에 대한 우려가 있다. 미국 주도 국제 반도체 분업구조 변화 기조 가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중국기업 대상 수출통제 수준 심화 및 범위가 확대되면서 국내 기업의 반사이익도 기대된다.
자동차 분야에서도 내연기관과 하이브리드 자동차의 판매가 늘어나면서, 전기차 생산설비에 대한 투자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으로 인한 전기차 보조금이 폐지 또는 축소하면서 일본 자동차 기업이 혜택을 볼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다. 이에 따라 배터리 분야도 생산 및 소비 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전망이다.
철강 분야는 트럼프 1기 행정부 경제안보 정책인 무역확장법 232조가 강화될 경우, 수입 쿼터가 축소될 가능성이 있다. 지난 2018년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무역확장법에 따라 미국의 안보 강화를 명목으로 미국으로 수입되는 철강 및 알루미늄 수입에 대해 각각 25%, 10%의 보편관세 부과한 바 있다. 현재 한국은 관세 대신 연간 263만톤의 쿼터를 적용받고 있으나, 향후 232조의 재산정 되면 수입 쿼터가 줄어들 수 있다.
한편, 이날 취임식에는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정부효율부’ 수장으로 지명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해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와 팀 쿡 애플 CEO, 제프 베이조스 아마존 창립자, 순다르 피차이 구글 모회사 알파벳 CEO 등 주요 기업 수장들이 대거 참석했다. 특히 이들 빅테크 CEO는 취임식 때 내각 장관들보다 앞자리에 앉도록 배치되면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기업우대정책을 뒷받침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뒤따랐다.
[CEO스코어데일리 / 김동일 기자 / same91@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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