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화재, MG손보 인수 포기…‘매각 6수’ 가시밭 예고

시간 입력 2025-03-13 17:33:08 시간 수정 2025-03-13 17: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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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번째 매각 시도 물거품…“선택지 거의 없는 상황”
예보 “청산 준비‧추가 매수자 물색 병행할 것”

메리츠화재가 MG손해보험 인수 포기 의사를 밝혔다. 다섯 번째 매각에 실패한 만큼 청‧파산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여섯 번째 매각 도전에 나선다고 해도 업황 하락과 롯데손해보험·KDB생명 등 매물적체 상황에서 새 주인을 만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13일 메리츠화재는 공시를 통해 “예금보험공사로부터 MG손보 매각과 관련해 보험계약을 포함한 자산부채이전(P&A) 거래의 우선협상 대상자로 선정됐으나, 각 기관의 입장차이 등으로 우선협상 지위를 반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12월 메리츠화재는 예금보험공사에 의해 MG손보 매각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매각은 순탄치 않게 흘러갔다. 메리츠화재는 매각조건 협의를 위한 실사를 추진했으나 MG손보 노조와 이견이 생겨 실사에 착수조차 못한 것이다.

갈등의 주된 원인은 메리츠화재가 자산부채이전(P&A) 방식 인수였다. P&A방식은 고용승계의 의무가 없기 때문에 노조는 고용 보장이 불투명한 점에 대해 크게 반발했다.

MG손보의 매각을 위한 실사 착수 반대가 강해지자 예금보험공사는 보도자료를 통해 “MG손보 매각이 어려워질 경우 보험계약자에 예금보험금을 지급하고 청‧파산으로 정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노조는 ‘부실금융기관 처분 마지막 단계인 청‧파산 방식을 통해 대국민 협박을 일삼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매각의 속도가 계속해서 더뎌지는 가운데, 지난달 메리츠화재는 예금보험공사에 실사 및 고용조건 등에 대한 MG손보 노조와의 합의서 제출을 요청하며 28일까지 조치가 없을 시 인수를 포기하겠다는 의사를 공문으로 통보했다. 11일 예보는 메리츠화재, MG손보 노조, MG손보 대표관리인에게 고용 관련 협의를 위한 회의를 요청했으나 노조는 불참했다.

MG손보의 부실한 체력과 부실금융기관 지정에 따른 사법 리스크 또한 매각 포기 원인으로 관측된다.

MG손보는 2022년 4월 부실금융기관으로 결정된 후 계속해서 경영 악화를 겪었다. MG손보의 지난해 3분기 지급여력비율(K-ICS, 이하 킥스)은 경과조치 적용 후 기준 43.4%다. 2023년 말 기준 킥스 비율은 76.94%로 계속해서 악화되는 모습을 보였다. 신회계제도 IFRS17 하에 자본 건전성을 평가하는 기준인 킥스 비율은 150%가 금융당국에서 권고하는 수치다.

메리츠화재는 MG손보 매각에서 주주가치 제고를 가장 중요하게 여겼다. 실제로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은 지난해 8월 컨퍼런스콜을 통해 “MG손보 인수 건은 주주가치 제고에 긍정적이라고 판단될 경우에 추진할 것”이라며 “아니라고 판단될 경우 즉시 중단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다섯 번째 매각 실패에 업계는 MG손보의 구조조정 절차를 밟게 될 가능성이 클 것으로 평가한다.

금융당국은 “매각절차가 지연되며 MG손보의 건전성 지표 등 경영환경이 지속적으로 악화돼 왔다”며 “이로 인해 시장에서도 MG손보의 독자생존에 대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예보와 금융당국은 이번 사안에 대해 법과 원칙에 따라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출입기자단 월례 간담회’에서 “앞서 수 차례 매각을 추진했다가 실패했던 만큼 추가 매각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이제는 선택지가 거의 없는 상황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예보는 청산 준비를 진행하는 동시에 추가 매수자 물색도 병행할 것으로 알려졌지만, 현재 상황에서 적합한 매수자가 나올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MG손보가 청산 절차에 돌입하면 보험 계약자들의 피해는 불가피하다. 예금자보호법상에 따라 보험계약자는 1인 5000만원까지 해약환급금을 보장받을 수 있지만, 저축성 보험 등은 원금 손실 위험이 있다.

이에 일각에선 청산도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이 나오고 있다.

배영진 지부장은 “리젠트화재는 가장 긴 보험 상품이 3년 만기였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총 파산을 진행 중”이라며 “MG손보는 100세 만기 보험만 100만 건이 넘는데 회사를 청산한다는 것이 어불성설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CEO스코어데일리 / 팽정은 기자 / paeng@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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