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증권사 매출 의존도 낮춘다”
‘유력 후보’ 카디프생명…자산‧수익 낮지만 건전성 견고

한국금융지주가 생명보험사 인수에 나섰다. 이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와 안정적인 수익원 확보를 목적으로 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현재 경쟁구도를 형성한 미래에셋그룹과 메리츠금융지주 등 경쟁 금융지주사들은 이미 보험사를 보유 중이다. 한국금융지주가 보험사를 인수하면 비은행 금융지주 간 경쟁에서 더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을 것으로 점쳐 진다.
다만 현재 보험사 인수합병(M&A)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점은 극복해야 한다. 동양생명·ABL생명·KDB생명·BNP파리바카디프생명이 매물로 거론된다. 동양생명·ABL생명의 경우 우리금융지주의 인수합병 가시권에 들어섰으나 최근 금융감독원이 경영실태평가 등급을 기존 2등급에서 3등급 이하로 하향 조정하면서 최종승인에 이르지 못했다. 하지만 조건부 승인 가능성이 높은 만큼 선택의 폭은 제약이 따른다.
KDB생명의 경우 인수시 정상화에 필요한 추가 자금 투입이 조 단위로 필요하다는 전망이 나올 정도로 위험 부담이 큰 만큼 접근이 쉽지 않아 보인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은 지난달 28일에 열린 정기 주주총회 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보험사 인수를 최대한 빨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김 회장은 보험사 인수에 대한 질문에 “여러 가지 대안을 놓고 신중하게 검토 중”이라며 “보험업은 경험해 본 적이 없어 검토해야 할 사항이 많다”고 전했다.
한국금융지주는 2022년부터 보험사 인수에 관심을 가져왔다. 2023년 9월에는 한화생명의 자회사 보험대리점(GA)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에 1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며 보험업에 대한 관심을 보인 바 있다. 또 그간 KDB생명과 ABL생명의 투자설명서를 검토하는 등 꾸준히 보험업 진출을 준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금융지주가 생보사 인수에 관심을 보이는 이유는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통해 증권사 매출 의존도를 낮추고 수익성은 높여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한국금융지주는 증권사, 자산운용사, 캐피탈, 저축은행 등 다양한 자회사를 두고 있지만 한국투자증권이 이익 비중이 90%를 차지할만큼 대부분의 매출을 증권사에 쏠려있다. 그룹 자산 또한 지난해 기준 총 109조원 중 증권사의 비중은 83%(91조원)다.
보험사를 인수하면 책임준비금을 투자 상품과 연계한 운용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 그 중 생보사의 경우 손해보험사에 비해 주력 상품이 장기 보험들이기 때문에 안정적인 자산 운용은 물론 장기 납입 보험료 운용을 통해 규모의 경제 효과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실제로 같은 보험사를 보유한 비은행 금융지주사인 메리츠금융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조3334억원으로 1조459억원을 기록한 한국금융지주보다 높게 나타났다. 메리츠금융은 손보사인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을 활용해 기업금융(IB) 부문을 강화하는 전략을 택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인수 후보로 가장 유력한 생보사는 카디프생명보험이다. 한국금융지주는 최근 삼정KPMG를 실사 자문기관으로 선정하고 보험사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카디프생명 인수 시 단기간 내 수익성 기여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실적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자산 규모는 계속 감소하는 추세이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카디프생명의 지난해 당기순손실은 -125억원이다. 2019년 -58억원 적자 전환 후, △2020년 -56억 △2021년 -48억원 △2022년 -21억원 △2023년 -208억원으로 6년간 적자의 늪에서 나오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자산 총계는 1조542억원으로 전년(1조1943억원)보다 11.73% 줄었다. 2021년 2조1779억원, 2022년 4633억원, 2023년 1조1943억원으로 자산은 계속해서 줄고 있으며, 현재 M&A시장에 매물로 나와있는 생보사인 △KDB생명(17조7643억원) △ABL생명(18조7643억원) △동양생명(34조5472억원)의 자산 규모에 못미치는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험사의 자산건전성 지표인 지급여력비율(이하 킥스)은 지난해 말 기준 301.44%를 기록하며 금융당국의 권고치인 150%를 넘기며 견고한 모습을 보였다. 이에 일각에선 카디프생명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고 자본건전성이 높아 경쟁력이 있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보험사 인수 진행 상황에 대해 “현재 보험사 매물을 검토 중이며 관심을 갖고 보고 있다”면서도 “아직 세부상황을 전달할 수 있는 단계는 아니라”라며 말을 아꼈다.
생보사 매물이 마땅지 않을 경우 손보사 인수로 눈을 돌릴 가능성도 남아 있다. 김남구 회장의 발언에서 생보·손보를 특정하지 않고 폭넓게 거론하고 있다는 점에서 손보 인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주요 손보사 중 MG손해보험과 롯데손해보험이 M&A 시장에 등장한 상태다.
이와 관련 이 관계자는 “생보사를 특정해서 인수를 검토하고 있진 않다”고 말했다. 이때까지 한국금융지주가 관심을 가져온 매물로 볼 때 생보사를 우선순위로 둘 것으로 보이지만 손보사 역시 차선책이 될 전망이다.
[CEO스코어데일리 / 팽정은 기자 / paeng@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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