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중동발 ‘에너지 대란’속 전기료 동결…“누적적자만 34조, 부채폭탄 다시 점화하나”

시간 입력 2025-06-24 07:00:00 시간 수정 2025-06-23 16:5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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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전, 올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kWh당 5원 유지
사실상 전기요금 동결…9개 분기 연속 인상 안 해
지난해 말 기준 누적 영업 적자 약 34조7000억원
중동 사태로 에너지 위기 고조…유가 인상 불가피
전기요금 지속 동결…한전 적자 다시 확대될 듯

김동철 한국전력 사장. <사진=연합뉴스>

올 여름 무더위에 전력 수요가 폭증할 것으로 전망되는데도 불구하고 올해 3분기 전기요금이 동결됐다. 이에 한국전력(한전)은 올 3분기에도 적자를 해소할 동력을 마련하지 못했다.

최근 중동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글로벌 에너지 위기가 확산할 조심을 보이는 가운데, 최악의 경우 한전의 재무 상황이 다시 악화일로를 걷게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한전은 올 3분기에 적용할 연료비 조정단가를 현재와 같은 kWh당 5원으로 유지한다고 23일 밝혔다.

전기요금은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연료비 조정요금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최근의 단기 에너지 가격 흐름을 반영하는 연료비 조정요금은 매 분기에 앞서 결정되는 연료비 조정단가에 따라 책정된다.

연료비 조정단가는 해당 분기 직전 3개월 간 유연탄, LNG(액화천연가스) 등 연료비 변동 상황을 반영해 kWh당 ±5원 범위에서 결정되는데, 지난 2022년 3분기부터 13개 분기 연속 최대치인 ‘5원’으로 정해졌다.

이번에 한전이 연료비 조정단가를 현 수준으로 유지키로 하면서 연료비 조정요금 역시 현재 수준을 이어 가게 됐다. 여기에 기본요금, 전력량요금, 기후환경요금 등 나머지 요금도 따로 인상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올 3분기 전기요금은 최종 동결됐다.

이와 관련, 한전 관계자는 “올 3분기 연료비 조정단가의 경우 한전의 재무 상황과 연료비 조정요금 미조정액이 상당한 점 등을 고려해 2분기와 동일하게 kWh당 +5원을 계속 적용할 것을 정부로부터 통보 받았다”며 “한전의 경영 정상화를 위한 자구 노력도 철저히 이행해 달라고 통보 받았다”고 밝혔다.

한국전력 본사. <사진=연합뉴스>

사실상 전기요금이 동결되면서 한전은 재무 건전성 제고라는 숙제를 다시 떠안게 됐다.

현재 한전의 재무 상황에는 적신호가 켜진 상태다. 앞서 한전은 2021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국제 에너지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원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전기를 팔기 시작했다. 이에 2023년까지 43조원대의 누적 적자를 떠안았다. 지난해 8조3647억원의 영업이익를 거둔 한전은 그간의 누적 적자를 일부 상쇄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1년 이후 누적 적자는 지난해 말 기준 약 34조7000억원에 달한다.

부채 상황도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해 말 한전의 총부채는 2023년보다 2조7310억원 증가한 205조1810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렇듯 재무상의 위기가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전기요금 인상이 또 연기되자 한전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전기요금 인상은 2023년 5월 이후 2년 넘게 멈춰 섰다. 지난해 10월 산업용 전기요금만 평균 9.7% 인상됐을 뿐 주택용·일반용 전기요금은 올 3분기까지 9개 분기째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다. 정부 입장에선 국민 경제 부담, 생활 물가 안정 등을 고려할 때 민생 공공요금을 올리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더구나 에어컨 등 냉방 기기 사용 급증으로 전력 수요가 폭등하는 여름철에 전기요금을 인상할 경우, 서민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한 만큼 3분기 전기요금은 동결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서울의 한 건물에 설치된 전력 계량기. <사진=연합뉴스>

최근에는 중동 사태가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에너지 위기가 촉발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에너지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선 악재가 아닐 수 없다. 특히 22일 이란 국회가 세계 석유 수송로인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는 결의안을 가결했다. 호르무즈 해협은 페르시아만과 오만만 사이의 좁은 해상 통로로, 세계 석유 소비량의 20% 정도가 이곳을 지난다. 특히 한국으로 오는 중동산 석유 99%는 반드시 이곳을 통과해야 한다.

만약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다면 에너지 수급에 대한 불안감은 급격하게 확대될 수밖에 없다. 결국 국제 유가 인상이 불가피해지는 셈이다.

앞서 2011년 말 이란이 서방의 석유 수출 제재에 대한 대응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하겠다며 위협하자 브렌트유는 배럴당 120달러 안팎까지 오른 바 있다.

JP모건은 최근 중동 사태와 관련해 “최악의 경우 유가는 배럴당 120~130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며 “호르무즈 해협 봉쇄는 OPEC(석유수출국기구) 산유국들의 보복을 유발하며 중동 전역의 원유 공급망을 흔들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하게 되면 원자재 상승에 발 맞춰 전기요금 역시 인상해야 한다. 그러나 정부 정책 기조로 인해 전기요금이 동결된다면  이에 따른 적자는 한전이 떠안을 수 밖에 없다.

이재명 정부가 물가 안정에 방점을 찍고 있는 만큼 한동안 전기요금 인상은 어려울 전망이다. 결국 한전의 재무 건전성이 제고되기는 커녕 더욱 악화될 공산이 큰 실정이다.  당장 한전이 구체적인 자구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한전의 재무구조 위기를 더욱 키우고 있다.

한전측은 “경영 효율화, 원가 절감 노력과 적정한 전기요금 운영을 통해 투자 재원을 자체 조달해 나갈 계획”이라 면서도 구체적인 확보 방안은 밝히지 않았다.

[CEO스코어데일리 / 오창영 기자 / dongl@ceoscor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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